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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번역, 한국어 문자 정착에 크게 공헌”
대한성서공회 ‘한글성경 출간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2011년 04월 05일 (화) 07:25:18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

   
“‘성경 번역’ 운동은 한국의 언어를 한국의 문자로 정착시키는 데 공헌한 것으로, 마르틴 루터의 성경 번역이 독일어에 미친 영향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순권)가 4월 4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한글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글성경이 한국교회와 사회, 국어문화에 끼친 영향’이 주제였다.

이 자리에서 동(同)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이만열 교수(숙명여대)는 “언어와 문자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친 한글 성경의 번역 출판은 기독교의 경전이 갖는 무게만큼 한국의 중세봉건적인 사상을 변화시키는 데에도 일정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한글역 성경은 평민이 사용하는 언(용)어를 평민이 이해하는 문자(한글)로 붙잡았다는 점에서 주목되며, 성경의 보급시기가 신문학 운동이 일어날 때였던 만큼 한국의 신문학 운동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말과 글은 인간의 사고와 인격 및 그의 행동양식을 규정해 줄뿐 아니라, 그것의 존재 및 활용 여하에 따라 그 사회의 성격 자체도 규정해 주기 때문에 언어와 문자의 존재를 가볍게 취급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기독교의 성경번역과 출판은 한글의 민족문자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독 교회는 성경과 전도 문서를 읽히기 위한 선교목적으로 한글배우기 운동을 일으켰으며, 기독교 학교는 국문을 성경 다음의 필수과목으로 이수했는데, 결국 국문을 깨우친 이들이 성경과 여러 서책들을 많이 읽게 되어 개화의 역군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즉, 기독교는 한글성경 번역을 통해 한자문화·한문숭상의 몰주체적 전통에 짓눌려 천시되어 오던 한글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그것을 민중의 문자로 만들었고, 문맹률을 급격히 줄여 민중들의 인간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이 교수는 1919년 3·1운동을 비롯한 한국 기독교 민족운동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임시정부의 1919년 4월의 약법(헌법)을 성경이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의 구체적 사례로 언급했다.

“혈통신분제를 극복해 가면서 일제강점기를 맞은 한국사회는 서서히 군주, 양반 중심의 전제군주적 구왕조(舊王朝) 회복을 의미하는 복벽(復辟) 사상을 극복하게 되었고 ‘백성이 주인이 되는 정치제도’인 민주공화정 사상을 수용하였다. 그 결정적 계기가 3·1운동이었다. 33인 중 16명의 기독교 지도자가 참여한 3·1운동은 그 독립선언을 통해 백성이 주인되는 민주국가를 건설하려고 천명했다. …그들의 염원이 제도적으로 실현된 것이 1919년에 건국된 대한민국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을 지탱하기 위해 설립된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에 기독교인들이 다수 참여한 것은 기독교의정신과 무관하지 않으며, 만민평등의 성경적 세계관이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만열 교수에 이어 ‘성서중심의 생활신앙-1911년 셩경젼서 출간과 성서회관 건립의 역사신학적 의미’를 발제한 감신대 이덕주 교수는 “한국 성서운동사에서 1911년은 신구약 <셩경젼셔>가 출간되고 영국성서공회가 종로에 성서회관을 마련한 해로 기록된다”며 “이는 한국의 토착교인들이 비롯소 신약과 구약을 ‘함께 같이’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신약과 구약 사이의 ‘균형잡힌’ 신앙,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통전적인’ 신앙이 형성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UCLA 옥성득 교수는 ‘구역본 셩경젼서(1911)의 번역, 출판, 반포의 역사적 의미’란 주제의 발제에서 “기독교가 번역의 종교이지만 성경 주석까지 번역서에 의존하는 것은 학문적 불성실이다”라고 지적하는 한편, “원문에 충실하면서, 누구나 쉽게 읽고, 외우기 좋고, 성경 각 권이 양식과 특성이 살아 있고, 어휘가 통일된 새 성경전서의 판본을 만들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고 번역자를 기르고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서울대 민현식 교수는 ‘한국어의 발달과 성서의 영향’이란 제목으로 발제하면서 성서가 한국어 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시대적으로 근대 국어와 현대 국어의 영역으로 나눠 소개했다. 또한 소설가 현길언 장로는 ‘성경번역이 한국 문화와 문학에 미친 영향’이란 제목의 발제에서 성경적 세계관이 인류 구원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심포지엄에 앞서 진행된 ‘한글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 기념예배’에서 실천신학대학원 은준관 총장은 설교를 통해 “교회의 권위가 성경의 권위보다 높아지고, 성경이 설교를 위한 교과서로 전락하는 무서운 상황이 현재 한국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스라엘 백성들이 율법책을 읽고 출애굽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돌아온 것(느 8:1∼9)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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