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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목소리 낮춰라”
창간1주년 기념기획① - 홍정길 목사에게 듣는다
2003년 07월 02일 (수) 00:00:00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 홍정길 목사

새정부 들어 계속되는 노동계의 투쟁,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진 이념적 갈등 등으로 우리 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다. 교계 또한 이러한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창간 1주년을 맞아 본지는 우리 사회와 교회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참다운 하나님나라로 회복되는 길을 모색해 보는 특집을 기획했다. 그 첫번째로 남서울은혜교회 담임목사이며 남북나눔운동 회장인 홍정길 목사와 본지 상임이사인 최삼경 목사의 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은 6월 19일 밀알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최삼경 목사 - 요즘 우리 사회는 노사문제, 정치대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각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을 앞세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독인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 할까요?

홍정길 목사 - 노사의 문제가 중요하고 어려운 시점에 와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300년에 걸쳐 산업 발전을 이룬 것을 50년 동안 이루어 내는 과정에 무리한 일이 많이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그 중 하나가 노동자의 처우와 인권에 관한 문제입니다. 과거에 노사 문제는 노동자들이 개발 주도 세력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희생당해온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 노동 문제 제기를 통한 투쟁으로 노동자가 기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한 인격임을 드러내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용주가 노동자에 대해서 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은 범죄입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노동자 또한 하나님 앞에서는 똑같은 죄인입니다. 이 사실을 잊고 노동자는 절대 옳고 고용주는 나쁘다는 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놀랄만한 경제 발전을 이뤘고, 부도 축적되었으니 이제는 노동자의 권익도 이에 맞추어 찾아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거대한 목표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부분이 많습니다.

문제는 노무현 정권이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편들기를 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노동 조건이 악화되면 노동자가 고통받지만 노동자의 지분이 너무 커지면 기업이 이 땅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외국으로 많은 기업이 떠났고, 또 앞으로도 떠날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됩니다.

이 문제 앞에서 한국 교회는 노동자와 고용주에게 똑같이 하나님 말씀 안에 순복하라고 권고해야 합니다. 존 웨슬리(John Wesley)가 영국을 복음화하기 위해서 일하고 있을 때는 영국의 산업 혁명 이후 형성된 신흥 부자 계급과 귀족이 맞물려 노동자와 고용주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극한 대립을 겪는 때였습니다. 칼 마르크스도 부패한 영국이야말로 혁명의 진원지가 될 모든 조건을 가졌다고 했을 때에 존 웨슬리는 부자들에게 하나님 말씀 앞에 순종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네 돈 전대가 회개하지 않으면 그 회개는 참다운 회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노동자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게으름은 불충성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노동자와 고용주가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거대한 부흥 운동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합니다. 비록 조건이 하나도 좋아지지 않는다 해도 영적 부흥이 일어나면 그 조건을 넘어선 화해와 협력, 그리고 사랑과 존중의 법칙들이 아름답게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교회의 몫입니다.

최 - 우리 사회에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이러한 갈등의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그 문제를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 하나요?

홍 - 한국 교회의 보수와 진보는 그 태생부터 다른 강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방 전, 보수는 오직 성경과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끝까지 신사참배를 반대한 반면, 진보는 이것은 한 문화의 현상이라고 하며 허용하거나 동참했습니다.

이 양대 세력은 해방과 더불어 서로 다른 주장을 갖게 됩니다. 진보는 민주화였습니다. 거기에 비해 보수는 복음화였습니다. 진보는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해야 하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억눌린 사람이 없는 자유 민주주의라고 하며 민주화를 대단히 크게 비추었습니다. 그에 비해 보수는 5만9천 마을에 십자가가 꽂힌 교회가 세워지게 해 주시고 도시의 빌딩과 빌딩마다 성경공부가 이루어지는, 당시 100만 명 대의 기독교인이 1천만 그리스도인으로 바뀌게 해 달라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 복음화 운동이 1985년을 넘어서면서 드디어 1천200만이라는 기독교인의 숫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진보는 열심히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시, 민주화를 유보하자고 했던 사람들의 논거는 이렇습니다. ‘아무리 나빠도 복음화를 방해하지 않는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은 우상화의 길로 빠져버린 북의 김일성 주체사상보다는 낫다. 그 악보다는 이 악이 우리에게는 훨씬 더 나은 길이며 민주화는 복음화 다음으로 강조할 것이기 때문에, 복음화가 이뤄지면 자연히 민주화의 길로 나갈 것이다.’ 이런 주장이 있었기에 거대한 기독교 인구를 가졌으면서도 민주화를 위한 노력은 기독교의 한 부분에서만 수행되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사람들이 이 논리 앞에 막혔습니다.

또 군부 독재가 우리에게 적대적인 악한 세력이 있기 때문에 자유를 유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계속 강조하자 진보는 방향을 선회합니다. 민주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분단의 장벽을 헐자며 통일 운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1986년과 88년, 그리고 90년에 WCC의 이름 하에 스위스 글리온에서 남북 교회가 만나게 됩니다. 89년, 문익환 목사의 방북으로 한국 교회는 구체적으로 분단의 장벽 헐기에 열심을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2년에는 공식적으로 한국교회 대표인 권호경 총무가 북을 방문해서 남북 교회 교류 협력의 길을 놓았습니다. 아무도 통일을 말하지 않을 때에 진보 세력의 통일 노력은 이 나라 통일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발자취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는 이루어졌습니다. 대통령께서 공산당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듯한 발언을 할 정도로 이제 우리나라는 무슨 일이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민주화의 걸림돌들을 제거했습니다.

이제 복음화와 민주화, 보수와 진보의 양대 세력이 함께 만나야 할 지점이 있다면 통일 문제입니다. 통일은 이 민족의 숙원입니다. 민족의 4분의 1이 이처럼 매주 모여서 공통의 학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진 교회의 힘은 막강합니다. 이 양대 세력이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 문제를 놓고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같은 걸음을 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통일 문제 안에서 교회의 통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약 통일 문제 안에서 더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교회는 역사 앞에서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민족의 숙원인 통일 문제가 교단의 장벽을 헐고, 그 안에서 한 목표를 가지게 하는 분출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은혜에 빚진자 남 돕는건 당연”

   
   ▲ 본지 상임이사 최삼경 목사(오른쪽)와 대담하는 홍정길 목사.

최 - 최근 교계에서 깨끗한 부자, 즉 청부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홍 - 그 문제로 논쟁하는 사람들 전부 저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모두 한 쪽 방향만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성경에 둘 다 있는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성 프란시스와 같은 사람도 필요하고 또 JC 페니나 락펠러같은 사람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정말 성경이 무엇이라고 말하는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모 목사와 같이 노동자의 아픔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화 중 그의 손에 쥐어진 펜이 ‘몽블랑’이더군요. 많은 경우 자기 삶을 생각하면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것을 너무도 쉽게 내뱉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최 - 교회 세습 등의 문제 한복판에 서 있는 대형교회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실상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홍 - 미국의 윌로우크릭교회 같은 곳에 배우러간다는 사람을 때론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교회보다 더 큰 교회가 한국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죠. 참 한국 목회자들 외국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보는 시각이 문제죠.

오늘 한국의 대형교회의 문제는 목사가 그 교회를 자신의 소유로 보는 것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악한 모습이죠. 지금 교회가 작아서 그렇지 다들 그렇게 큰 교회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목표도 같다는 데 문제가 심각한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힘이 없을 수밖에 없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청지기로서의 모습이 회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 - 홍 목사님께서는 목회를 비롯해서, 장애인선교, 북한선교, 해외선교 등 많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습니까?

홍 - 처음부터 무슨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해오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때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그러한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항상 하나님께서 인도하는대로 가겠다는 것뿐입니다.

최 - 북한 선교에 대해서 북한 위정자들에게 이용당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북한 식량 제공 무용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빵공장을 세워주어도 정말 그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지 의심스러운 점이 많기 때문이죠. 북한 선교를 계속해야 합니까?

홍 - 처음 남북나눔운동 사역을 맡았을 때, 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한 것을 지금까지 10년 넘게 했습니다.

북한 돕는 문제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질적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 어느 누구보다 더 분노하고 있지요. 그러나 어느 날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의 동포들이 “우리가 굶주릴 때 너희들은 무엇을 말했느냐?”고 물으면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 한국교회가 이렇게까지 노력했었다고 말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죠. 그리고 ‘북한 도울 필요 없다’는 논리대로 한다면, 우리 주변의 거지도 도울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도와봐야 거지근성 키우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죠. 장애인도 도울 필요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우리의 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목회를 해보니, 정말 미운 사람이 있더군요. 하는 짓마다 고통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그러니까 내 도움이, 내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하나님께서 나 같은 것을 구원하기 위해서 행한 낭비를 생각하면, 많이 주어서 낭비되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최 - 장애인을 위한 밀알학교의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홍 - 장애인 시설의 시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또 하나의 고립을 만드는 꼴입니다. 그곳에는 3부류의 사람만이 있습니다. 장애인, 그 부모 그리고 선생님입니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모든 사람이 다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장애인들에게 학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직업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정리/ 장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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