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만 교수(장신신학원)

최근 <교회와 신앙>은 한국교회에 일고 있는 영성 운동의 폐해를 소개하였다(2000년 5월, 6월, 7월호). 그것은 박철수 목사의 영성 훈련원에서 권장하고 시행되는 것으로, <교회와 신앙>에 소개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박철수 목사의 ‘영성’은 ‘물질은 악하다’는 고전적인 이해에서 출발하여 이와 관련된 몸과 그와 상관 있는 모든 것을 부인하고, 특성상 하나님과 가까운 영과 관련된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와 신앙>이 취재한 박철수 목사가 주장하는 ‘영성’은 직통계시(와 이것을 이용한 영서 쓰기), 육체 이탈, 지상에서 삶을 육에서 영으로 나가는 단계를 핵심으로 한다는 것이었다(5월호: 124-125).
 
이에 대해 정훈택 교수가 신학적인 입장에서 박철수 목사의 ‘영성’을 분석, 비판하였으며(5월호: 134-149), 6월호에는 박목사측에서 보내온 반론이 실렸다. 박철수 목사의 반론의 요지는, 정훈택 교수의 반박문이 박철수 목사 자신이 쓴 것이기는 하지만 학문적인 체계를 갖춘 논문도 신학 서적도 아닌 <영성훈련입문>에 한정된 것이므로 정교수의 비판을 공정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쓴 강해집을 읽고 반박하라는 것이다(6월호: 137).

7월호에는 다시 정훈택 교수의 ‘답변 없는 반론’이라는 제목의 글이 이어졌고(7월호: 122-141), 그 글은 6월호에 제기된 박철수 목사의 반박의 논리적 결핍과 신학의 부재를 다시 한 번 지적하는 것이었다. 만일, 박철수 목사가 항변한 것처럼 실제로 그의 생각의 정수, 또한 영성이나 성경 해석에 대한 그의 생각이 그가 집필한 몇 권의 강해집에 반영되어 있다면 그의 강해집을 살펴보면서 그의 영성 이해의 성경적 근거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정훈택 교수가 지적한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박목사의 주해서인 성경 강해집에서 박목사의 영성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있는지 아니면 박목사 자신의 성경주해에 문제가 없는지, 그의 성경 이해에 그의 영성 신학의 핵심적인 내용이 반영되지는 않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필자는 성경 해석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구약 강해서는 다른 분이 분석해주기를 바라면서, 박철수 목사의 <마태복음>(1998)과 <사도행전>(1999) 두 권의 책을 읽고 분석하고자 한다.

박철수 목사의 성경 해석 방법론
박철수의 성경 해석 방법은 두 권의 책에서 동일하게 표출한 구속사적 이해, 신학적 이해, 그리고 영적 실제 등 세 가지이다(<마태복음>에 삽입된 ‘영적 비유’까지 합치면 네 가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통상 신학자들 사이에서 기본적으로 행하여지는 문법적, 역사적, 신학적 해석과는 용어부터 다르다.

박목사의 방법론을 굳이 전통적인 해석과 연결을 시킨다면, 구속사적 이해는 성경에 대한 역사적(물론 성경에 대한 계시 역사라는 점에서는 같겠지만, 전통적인 해석의 ‘역사적 해석’은 배경과 관련된 점에서 차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해일 것이고, 신학적 이해는 신학적 이해이며, 그러나 영적 실제는 생소하다. 이 생소한 영적 해석을 박철수 목사가 강조하는 것은 그의 영성 신학을 지지하고 싶어서일 것인데,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그것은 교회사적으로 나타난 풍유적 해석 내지는 신비적 해석(또는 영적 해석)과 비슷하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박목사가 문법적 해석을 빠뜨렸다는 것인데, 그것은 박목사가 본문의 통상적인 읽기를 거부하려는 것 때문이다. 이것은 박목사가 신학자들이 문법, 단어의 통상적인 의미 밝히기에 의해 성경을 읽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성경을 읽기 위함인 것으로 보여진다. 말하자면, 박목사의 영적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문법적 해석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해석 방법의 독특한 점보다는 박목사가 제시한 각각의 해석 방법이 무엇인지 본인 자신도 그 의미도 모르고 방법론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과 자신이 제시한 그 방법대로 성경을 해석하지 않아 자가 당착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속사적 해석’ 용어와 방법의 모호성
박철수 목사의 구속사 이해는 객관적 구속사와 주관적 구속사로 나뉜다. 각각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객관적 구속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성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예수님의 세상에 어떤 방법으로 오셔서 어떻게 사역하실 것까지 구체적으로 구약을 통하여 예언되어지고 신약에서 성취된 것"(<마태복음>, 25), 즉 “삼위일체 하나님의 혼합적이고도 유기적인 구원 사역”을 의미한다(<사도행전>, 19, 20). 반면, 주관적 구속사란 객관적 구속사를 “주관적으로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마태복음>, 29), 다시 말해서 완성된 구속사를 “성령께서 친히 성도 개개인에게 실제적으로 적용하시는 사역”을 의미한다(<사도행전>, 21-27). 이것은 그의 책 <마태복음> 98쪽에서 실제 성경 해석에서 비교되어 등장한다.

그러나, 박 목사는 이런 원리를 성경을 이해하는 데 잘 적용하지 못하였다. 우선, 주관적 구속사란 그가 지적하였듯이 완성된 구속사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구속사의 완결된 것의 적용이라는 현재 조직신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구원의 서정’에 해당하는 것이지, 새로운 계시의 역사를 의미하는 구속사란 말을 사용하면서 표현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성경 계시의 역사성을 주시하면서 금세기에 성경 신학적 방법을 잘 정리한 게할더스 보스는 구속사와 구속이 개인에게 주관적으로 적용되는 단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계시의 역사는 첫째 단계(즉, 객관적이며 보편적인 중요성을 지닌 하나님의 사역)에 한정되고, 하나님의 핵심적이고 객관적인 구원의 과정은 점진적으로 나타낸다. "계시가 완성된 하나님의 말씀이 인류 전체에게 주어져서 이후부터는 계시를 개인적으로 연구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도 시대가 끝난 이후에 계시를 기대하는 것은 그 시대에 있었던 위대한 구원 사역이 무한정으로 증가되고 반복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과 같은 불합리한 일이다."

즉, 용어의 특성상 계시적 속성이 있는 ‘구속사’는 하나님의 계시가 주어지는 시대에 한정되지, 계시가 끝나 완성된 구원이 개인에게 적용되는 상황을 과거 계시가 주어지던 상황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박종칠 교수는 구속사적 성경 이해란, “하나님께서 그분의 계획을 실현하려고 하는 모든 역사적 사실들의 총체”라는 전제 하에 성경 안에서 모든 계시의 내용이 지향하는 그리스도를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교수는 계속해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 지닌 이런 역사적 성격 때문에 영적인 것만을 강조하고 육적인 것을 배척하는 영지주의적인 해석이나, 소위 “영적인 의미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풍유적 해석은 성경에 나타난 역사적 성격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그것을 부정하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역사 가운데 표출된 하나님의 구원 계획(구속사)과 역사적 상황을 부인하고 영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다.

구속사에 대한 이런 견해와는 달리 박철수 목사는 성경의 객관적인 의미나, 그 본문의 예수님과 관련된 구원 역사의 흐름을 탐구하지 않고 곧바로 현대 독자들에게 적용한다. 그것도 역사적으로 풍유적인 해석 방법으로 알려진 방법을 사용해서 말이다. 그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마태복음 3:16-17의 예수님의 세례 받으신 사건과 4:3-4의 광야 시험받으신 사건을 먼저 예로 들어보자. 박목사는 <마태복음> 36쪽에서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신” 사건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해하였다.

 “여기서 ‘물’은 구원을 상징한다. 즉, ‘세례’는 생명이 없는 자가 예수 그리스도로 더불어 접붙임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을 말한다. 예수님의 세례 받으심은 성도들에게 영원한 생명이 허락되는 것으로 적용할 수 있는데, 예수께서 하나님으로부터 ‘아들이요 기뻐하는 자’라고 인정을 받은 것처럼 성도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으면 동일한 인정을 받게된다. 물론 예수님이 시험을 받으셨던 것처럼 반드시 성도들에게도 훈련이 따른다.”
 
박목사는 이것을 주관적 구속사의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본문의 객관적 구속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책 28쪽에서 겨우 한두 문장 언급해 놓은 부분에 의하면, 이 본문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리움을 받으신 것” 즉 시편 2;2의 성취 정도로만 언급이 된다. 더욱이 분명한 역사적 사건을 본문의 흐름과 전혀 상관이 없는 식의 의미 부여를 한 것은 본문을 정확히 읽지 않은 오류와 그가 밝힌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하는 것, 즉 풍유적인 해석을 배격한다”(<마태복음>, 107)는 원칙을 스스로 파기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사실, 박목사는 이 본문에서 인간을 대표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구원을 성취하기 위해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의 수세 사건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성도의 모델로 예수님의 행동을 지지하는 구절로 작용한다. 성경을 구속사적으로 읽지 않을 때 오는 전형적인 오류인 ‘모범주의’적 해석의 대표적인 예이다. 본문은 성도들의 세례 받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시험받는 사건을 설명한 4:3, 4은 어떤가? 박목사는 본문에 대한 객관적 구속사의 의미는 밝히지 않고 주관적 구속사만 설명한다.
 
“성도의 신앙은 훈련을 통하여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생활이 평안하고 큰 어려움이 없을 때에는 신앙 생활이 양호하다. 그러나, 정작 삶에 큰 어려움이 닥친다든가 위기가 다가오면 그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절망하게 되고 잘하던 신앙생활이 무너지는 경향이 많고 심지어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신앙 생활에서 완전히 돌아서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 원인은 첫째로 그 사람이 해오던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육신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데 있다. "둘째로, 믿음 행위에 대한 대가로 하나님으로부터 무엇을 지불 받기를 원하고 어떤 물질적인 것들을 보장받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 오늘날 우리가 이러한 육신적인 가치관의 지배를 받고 있다면 속히 영 중심의 가치관으로 바뀌어야만 한다"(<마태복음>, 37-38).

그의 설명에서 보듯이 이것은 본문의 의미와 거리가 먼 해석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본문의 의미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육신과 관련되는 것을 배척하고 영성을 주장하고픈 그의 선입견을 본문에 집어넣은 것이며, 성도들이 예수님을 본받아야 한다는 그가 말하고 싶은 예수 모델 이데올로기를 천명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의 영성 신학은 성경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가 체험하고 만든 것을 성경에 집어넣어 해석하는, 성경 해석의 가장 거부해버려야 할 해석학적 입장인 첨해(eisegesis)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의 설명에서 우리는 태초 아담에게 있었던 시험의 나무를 극복하신 예수 그리스도, 이스라엘이 광야 시험에서 하나님을 원망했던 것과는 달리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뢰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설령 본문을 우리의 삶 속에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의미를 밝히려 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이것이 예수님의 시험받으심의 구속사적 의의인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자기의 힘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따른 순종,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는 삶을 산다는 것을 충분히 밝힌 후에 그분의 구속의 공효의 의의를 우리에게 적용하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박목사의 구속사 이해는 모든 본문에 대한 영, 육의 대립으로 이해한 것에 기초한다. 그의 책 전편에 깔려 있는 이 내용은 특히 ‘씨 뿌리는 자’ 비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목사는 마태복음 13:17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많은 선지자와 의인이 너희 보는 것을 보고자 하여도 보지 못하였고 너희 듣는 것들을 듣고자 하여도 듣지 못하였느니라”를 해석하면서, “오늘날 우리들은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영혼이 거듭나 영적으로 성숙되어짐으로 말미암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예수님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마태복음>, 64)라고 말해 여기서도 어김없이 ‘영혼, 거듭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구약의 성도들은 영적으로 거듭나지 않았다는 말인가? 본문이 과연 영적 거듭남에 대한 교훈을 가르치는 본문일까? 본문은 단지 예수께서 ‘구약 언약의 성취자이심’을 증거하고 제자들이 옛 시대와 대조되는 새 시대에 속하여 예언의 성취에 참여하고 있음을 선언하는 말씀이다.

박목사식의 이런 영, 육의 구분은 마태복음 14:1-12의 세례 요한의 죽음을 설명하는 곳에 이르면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세례 요한의 죽음이 역사적인 사실이지만, 박목사는 세례 요한의 죽음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율법주의적인 신앙, 육신 중심의 신앙은 무너지고 영 중심의 신앙으로 새롭게 세워져가야 할 것”을 말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마태복음>, 70). 박목사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요한이 살아 있는 동안 누구를 따를지 몰라 적잖은 혼란을 겪었는데, 이 “혼란을 바로 잡는 길은 오직 세례 요한의 죽음뿐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박목사가 이 본문을 구속사라는 해석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설명하려 하였다면, 세례 요한과 예수님의 구속사에서의 역할의 독특성을 더욱 강조해야 했다. 요한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예수님과 다른 구속사에서 그의 소임을 다한 사람이다. 이 본문에서는 예수님의 메시아 되신다는 사실로 인해 하나님 나라의 임박함을 알리는 섬뜻한 세례 요한의 설교에 충격을 받고 그를 참수시킨 헤롯 안디바와 헤로디아의 사악함이 또한 지적되어야 한다. 본문은 복음서 근저에 깔려있는 세례 요한의 사역과 예수님의 사역의 대조, 시대의 바뀜을 알리는 또 다른 예인 것이다. 심지어 슈바이처는 “예수님은 이 예언자(요한)의 살해 때문에 이스라엘을 고발하게 되며, 자기 자신을 이 예언자의 계열로 본다”고 요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박목사의 해석과는 정반대의 해석이다.

신학적 해석의 불균형성
박철수 목사의 성경 해석 방법의 두 번째 원리는 ‘신학적 해석’이다. 그는 자신의 책 <마태복음> 105-118쪽과 <사도행전> 147-184쪽에서 신학적 해석을 소개하지만 정작 그 원리에 의해 성경을 주해한 예는 없다. 거기서는 단지 그가 견지하고 있는 교과서적인 방법론을 천명할 뿐이다. 그가 제시한 신학적 방법론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성경은 성경으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소위 풍유적 해석을 배제한다는 선언이다. 박목사가 풍유적(풍자적) 해석을 배제하는 것은 종교 개혁자들이나 근대 학자들이 저자의 의미를 저자가 쓴 글의 문자적, 문법적 해석에 근거한다는 원칙 때문이 아니라 “영적인 하나님의 말씀을 인위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억지로 꿰 맞추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마태복음>, 107).

여기까지는 박목사가 어느 정도 바른 해석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계속되는 설명에 의하면, “영적인 해석이란 성경 본문의 뜻을 바로 전달하고 영적인 깨달음을 얻게 하기 위하여 관련된 다른 성경 본문을 제시함으로 전해지는 말씀에 근거 자료를 제공하게 되고 말씀에 영적인 권위를 부과함으로 말씀을 듣는 자의 삶에 그 말씀이 실제적으로 적용되어서 삶으로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108쪽).

반면에, 박목사가 이해하는 풍자적(풍유적) 해석이란 “내용을 지나치게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성경의 원 저자인 성령님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말씀을 전파함으로' 영적인 신앙 성장을 가로막는 경우”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문자적인 해석이 풍유적인 해석이 되는데, 그것은 해석 원칙에서 풍자적 의미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통상, 풍자적 의미란, 문자로서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미와 상관없이 “자기의 생각을 본문에 집어넣어 읽음”으로써 의미의 증가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박목사는 왜 이 두 상반되는 문자적인 해석과 풍자적인 의미를 동일시하였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영, 육의 구별을 지어 해석학에서 도외시하는 풍자적인 의미를, 영과 상반되는 육에 해당하는 문자(고린도후서 3:6을 인용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와 동일시함으로써 육적인 것은 배제하고 영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러나, 실은 그가 견지하고 있는 영적인 해석이 풍자적인 해석이라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둘째, 성경이 말하려고 하는 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이것만큼 성경 해석자들이 마땅히 추구해야할 또 다른 것은 없을 것이다. 성경은 문자를 통해 말씀하신 하나님과 인간 저자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지 해석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성경 속에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가 지향하고 있는 영적인 해석은 교회사적으로 많은 해석가들이 혼동해왔던 똑같은 실수인 풍자적 해석과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신비적 해석 또는 영해인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논할 것이다.

셋째, 박목사의 신학적 해석은 예수 그리스도의 양성 교리와 현세 천국과 관련되었다. 현세 천국에 대해서는 <마태복음>에서 언급을 하고 있으나, 예수님의 양성 교리가 해석에 끼친 관점은 그의 책에서 반영되어 있지 않다. 한 가지만 지적하고 넘어갈 것은 박목사가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현세 천국이라고 부른 것 같으나, 그가 복음서에서 하나님 나라의 미래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하나님 나라에 대한 균형 잡힌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그럴 경우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이 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겠다).

넷째, 사도행전을 지배하는 신학으로 그가 지적한 것은 성령, 중생과 성령 세례, 교회론 등이다(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 글에서는 논의하지 않겠다).

영적 해석의 풍자성
박철수 목사의 세 번째 해석 원리는 ‘영적 실제’이다. 그의 주해 대부분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적 해석에 대해 박목사 자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지나치게 영해하다 보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말씀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 말씀을 변질시키는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에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해 지나치게 영적 비유로, 또는 풍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한다”(<마태복음>, 122). 이런 입장 자체는 성경 해석자가 가급적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할 해석학의 기본 정신이다.

하지만, 결국 그는 제 3장 ‘영적 비유’(121-202쪽)에서 모든 본문을 그가 극히 지양하는 영해를 실행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그는 어떤 해석 원칙 하에서라도 모든 본문을 영과 육의 분리에서 육적인 것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영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식의 풍자적 해석을 시도한다. 사실 어떤 본문을 해석하더라도 해석의 방법과 결론은 똑같다. “육신의 욕심을 버리고 그것을 의지하지 말고” “영적인 것을 추구하라.” 이쯤 되면 박목사의 ‘영’에 대한 이해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정도이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바다를 잔잔케 하시는 사건을 다룬 마태복음 8:23-27은 분명한 역사적인 사건이므로 박목사의 해석 원칙대로라면 지나치게 풍유적으로, 지나치게 영해를 하면 안 된다. 그런데, 그의 주해에는 바다를 잔잔케 하신 예수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본문 제시 다음에 바로 이어 “영에 속한 사람, 현세 천국에 속한 사람의 말은 더 이상 자기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게 하심으로 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 말에 영적인 권위가 있어 무엇이든 그 말대로 실현되어진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말씀하시거나, 영적으로 성숙한 성도들의 입술을 통하여 말씀하시거나 그 하나님의 말씀은 동일하다”(151쪽)고 설명한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분명하다. 박목사는 여기서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그분의 행동이 구원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고,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런 큰 일을 행할 수 있다는, 그렇게 해야 할 것을 장려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무슨 영적 해석인가?

본문은 겁 많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의뢰해야 한다는 것과 예수님이 하나님이 되시므로 제자들이 예수님에 대한 이해가 “이런 일을 행하시는 분이 누구신갚로 바뀌어 그들의 믿음이 강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이 목적이다. 여호와께서 바다를 잔잔케 하신 것처럼(시 65:8; 89:10; 107:23-32) 예수님에게도 그런 신적인 권세가 있으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다.

박목사의 영적인 해석의 정수는 결국 그가 과거 알레고리의 입장에 서 있음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마태복음 20:1-9의 ‘포도원 품꾼 비유’ 해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본문을 이렇게 해석한다.
 
“이 말씀을 비유적으로 볼 때, 포도원 농장에서 일하는 품꾼의 12시간은 오늘날 성도들의 하루 종일의 삶을 의미한다. 즉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하루 종일의 삶을 허락하시면서 그 삶을 온전히 진리로 살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우리가 품꾼으로 아버지의 농장에 들어갔으면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노동을 해야 한다. 아니 온 종일은 고사하고라도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하나님의 뜻에 맞게(영 중심으로)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178쪽).

이러한 해석은 비유 해석 역사에서 본문의 의미를 밝혀주지 못한 방법으로 이미 거부해버린 해석이다. 본 비유에서는 박목사처럼 ‘열심히 일하라’거나 ‘살라’는 암시가 전혀 없다. 특히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영 중심의 생활’에 대한 교훈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다. 비유의 결론인 16절의 내용을 주시한다면, 이것은 사람들이 보통 기대하는 것과 달리 하나님께서 은혜로우시고 풍성한 자비를 주신다는,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보여주는 비유인 것이다.

특히, 헤르만 리델보스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박목사가 지적한 것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림으로써 비유의 의미를 분명하게 해주었다. “이 비유는 하루 온 종일 일한 자들의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비유의 요지는 인간은 마땅히 그가 명령을 받은 일들을 다하기만 했다면 하나님의 각별한 사례에도 대항할 권리가 있다는 잘못된 개념을 지적하는 데 있다.  천국의 구원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우신 행동의 문제이지, 인간의 주장에 달려 있지 않다.”

사실 위의 본문들은 참고 서적의 도움이 없이 본문을 잘 읽어보기만 하더라도 발견할 수 있는 진리인데도 박목사는 왜 정통성도, 뿌리도 없는 성경 해석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박 목사가 성경 해석학의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복음서에 대한 무식(정말 필자는, 이 단어만큼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그의 복음서 이해에 대한 무지함은 특별히 마태복음 20:18, 19의 ‘인자’에 대한 언급에서 극에 달한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노니 인자가  넘기우매, 저희가  넘겨주어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리니”를 해석하면서,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부분이 중반절에 예수님 자신을 ‘그’라고 3인칭으로 표현한 부분이다”고 지적한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예수님은 자기 자신이 고난받을 것을 말씀하시면서 ‘내가라고 말씀하셨을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렇게 하시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제 삼자로 표현하셨다.

즉, 예수님은 자신을 제 삼자로 표현하심으로 ‘그에게’ 다가올 모진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신적 자세를 마련하신 것이다. ? 오늘날 주님을 따르는 우리들은 주님과 동일하게 자신을 객관적인 시각과 제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179쪽).

결국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평가해야 할지를 알리기 위해 예수께서 친히 자신을 객관화시킴으로써 모범을 보여주셨다는 것이다. 왜 박목사는 본문의 핵심적인 내용은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면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것은 애당초 하나님의 말씀의 의미를 드러내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 신학을 성경을 이용하여 천명하려는 그의 의도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럼 왜 성경의 깊은 의미를 펼치겠다는 사람이 자기의 주장과 다른 말, 다른 성경 해석을 표출하는 것일까? 나쁜 의도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의 성경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인자’는 예수께서 자신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신 말로서, 예수님 이외에 이 용어를 사용한 사람이 없는 예수님의 고유의 자기 명명용 용어이다. 이 용어가 셈족어 사이에서 몇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첫째는 단순히 ‘사람’이라는 총칭어로, 둘째는 ‘나’를 가리키는 완곡어적 표현으로, 그리고 셋째는 ‘천상적인 실체로서 묵시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용어 등 인자는 다의어적 의미를 지닌 용어였다.

 예수께서 이 의미가 다양한 ‘인자’를 즐겨 사용하신 것은 “예수님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의미가 감취어졌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자들에게만 알리려는 것과  예수님의 기원과 하나님과의 독특한 관계를 잘 나타내고  또 예수님의 오심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현재에 실제로 임하기는 하지만 그 나라의 완성은 여전히 미래에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인자’가 객관성과 관련되어 사용되었다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마태복음 20:18, 19에서는 어떤 의미로 ‘인자’ 용어가 사용되었을까? 본문은 마태복음 16:21과 17:22에서와 같이 예수님 자신(‘나’)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앞에서 ‘인자’라는 3인칭의 용어가 사용되었기에 그 용어와 관련하여 사용되는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그’라고 지칭한 것이다.

결국, 우리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예수께서 ‘인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박목사의 설명은 본문을 곡해하여 제멋대로 해석한 것이다. 복음서 신학의 기독론의 핵심인 ‘인자’의 의미나 예수께서 그 용어를 사용하신 이유를 모른다면 복음서를 어떻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박목사의 성경 해석의 앞뒤 막힘 현상은 마태복음 25:31~46의 양과 염소 비유 설명에서 폭로된다. 박목사는 이 비유를 교회 내에 영적으로 변화와 훈련을 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이르기 위한 사람과 평생을 종교 생활로 육신의 복만을 추구하는 사람을 구별하는 비유로 이해한다. 이것은 그의 책 전편에 흐르는 생각이므로, 그리 낯선 표현은 아니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눈감아준다고 하더라도 이 말씀을 협의적인 차원에서 적용하면서, “ ‘양’은 우리의 ‘영혼’을 ‘염소’는 우리의 ‘육체’ 또는 ‘육신적인 요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195쪽)는 대목에 와서는 박목사의 성경 읽기와 해석의 선입견이 지나치게 본문 이해에 작용했음을 느끼게 한다. 장차 심판을 받을 때 우리의 존재가 영과 육으로 갈라진다는 말인가? 본문은 인류를 두 부류로 나누는 장면이 아닌가!

심지어 마태복음 27:46의 예수께서 십자가 상에서 외치신 말씀을 “성도들을 온전케 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제하에서 다루면서 “하나님께서 결국 주의 성도들의 영혼을 살리기 위하여 육체를 버리셨다”(201쪽)고 해석함으로써 박목사는 자신의 영, 육에 대한 이해가 영지주의적인 경향을 지녔음을 표출하고 말았다.

영적 실제의 비신령성
지금까지 필자는 ‘영적 실제’라는 제하의 성경 해석 방법론을 발견하지 못하였지만, 이 생소한 용어를 사용하여 박목사는 성경 해석의 마지막 방법을 소개한다. 그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해석적인 경향에서 미루어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박목사는 예수님의 족보(마 1장)를 설명하면서, “우리의 영혼이 거듭나는 데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거듭남이란 존재할 수 없고, 하나님 아버지의 생명과 성령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없는 거듭난 영혼이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207쪽)고 선언한다. 즉, 영적 실제란, 그의 영성 훈련의 극치인 인간 영혼을 강조하는 삶이고, 영혼만이 성령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박목사 특유의 성경을 이해하는 법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베드로의 신앙 고백을 설명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박목사의 네 가지 성경 해석은 이름만 다르지 방법론적인 면에서 전혀 변별력이 없는 똑 같은 말을 제목만 달리해서 표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드로의 신앙 고백은 다른 본문과 달리 박목사의 네 가지 해석 방법론 예제에 모두 등장하는 본문이다(구속사<75쪽>, 영적 비유<169쪽>, 영적 실제<231쪽>). 이것을 베드로의 신앙 고백이 들어 있는 마태복음 16:15-17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성경을 꼼꼼하게 읽는 사람이라면, 베드로의 신앙 고백은 하나님께서 알려주신 것이지만 진심 어린 고백이었고,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진실된 고백으로 가납하셔서 ‘그 신앙 고백’ 위에 그분의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약속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박목사는 이 부분에 와서도 육의 삶과 영의 삶을 대조하여 영의 삶을 권장하고 싶어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폄하하고 있다.

“우리는 베드로의 고백이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고백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고”(231쪽), “단정적으로 말해 베드로의 신앙 고백은 그 중심에서 이루어진 영적인 고백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75쪽), “베드로의 고백은 영혼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실제적인 고백이 아니었다”(169쪽)고 주장한다. 아니 실제적인 고백이 아니었는데, 주님께서 칭찬하시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하셨다니 말이 안되지 않는가? 영혼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고 실제적인 고백도 아니라면 도대체 그것은 무슨 고백인가? 박목사는 그것을 기괴한 용어로써 설명한다.

“영적인 차원과는 관계가 없는 은사적인 차원에서 하나님께서 말하게 하심을 따라 말한 것이라는 얘기”란다(75쪽). 그러니까 이 말대로라면, 하나님께서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사람에게 계시하기 위해 전혀 예수님의 실존에 대한 이해도 없는 사람의 입을 빌어 주위에 있는 제자들에게 언표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하나님께서 베드로를 영락없는 “기계로 사용한 것이다!”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본문 이해의 핵심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묻는 것과 “그러면 너희는(이 부분을 강조해야 함)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의 대조이다. 또한 제자들이 예수님에 대해 바르게 신앙 고백한 것은 “아버지 외에는 아들을 아는 자가 없고, 아들과 및 아들의 소원대로 계시를 받는 자 외에는 아버지를 알 자가 없다”(마 11:25-27)는 계시의 하나님과 예수님의 독점성에 대한 이해이다.

요컨대, 베드로는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대로 “예수님이 누구신갚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졌고 그것을 참으로 고백을 한 것이고, 박목사가 문제를 삼은 마태복음 16:22이하의 사건은 베드로의 ‘인자’에 대한 이해나 당대 메시아의 사역에 대한 이해에 의하면 (인자로 표현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 고난과 죽임을 당한다는 그분의 사역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깨달음이 얕은 것에 불과한 것이며, 이 두 사건은 별개의 문제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리델보스는 명쾌한 정리를 해준다. “베드로의 고백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큰 강세가 주어진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오류란 한 점도 없다. ? 베드로의 고백에 예수님의 축복이 따랐다. 이 축복의 동기는 베드로 자신의 깨달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 배후에서 그 비밀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있었다.”

더욱이 신앙 고백을 베드로의 중심에서 나온 고백인 것을 아신 예수께서 베드로(또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울 것을 말씀하셨는데, 리델보스는 이 부분을 이렇게 언급하였다. “그가 받은 계시와 그로 말미암아 그가 자발적으로 한 고백 때문에 베드로는 주님에 의해 미래 교회의 기초로 임명받았다.”

그렇다면 22절 이하의 사건은 무엇인가? 22절 이하의 내용을 앞의 신앙 고백(13-21절)과 나란히 놓은 것은 예수께서 베드로를 위시하여 제자들 전체가 고백한 메시아와 그들의 장래에 대하여 그들 마음 속에 들어 있는 모든 인간적인 오해를 불식시키시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 일을 하는 데 있어 순서가 있었다.

먼저 예수님 자신이 메시아라는 고백을 그들에게서 끌어내는 것(16:16), 그 다음에야 이 고백의 터 위에 그분은 그들에게 자신에 대한 가장 어려운 계시의 내용인 임박한 고난과 죽음을 제자들이 바르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구는 21절에 표현된 “비로소 말씀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해당 본문은 영락없는 계시와 인식의 점진성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그러니까 22절에 나타난 베드로의 예수님의 메시아 되심에 대한 이해의 부족의 문제이지 고백의 참되지 않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이해의 부족은 베드로가 고백한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위대성과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라는 낮아지심을 조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러한 메시아의 사역에 대한 베드로의 이해의 부족은 오히려 그가 고백한 내용이 영혼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고백이었다는 것을 증거한다.

글을 마치며
이상의 논의를 통해 박철수 목사의 영성 훈련에 대한 내용과 그의 신학을 집약한 <영성훈련입문>에 표출된 영성 훈련, 영, 육에 대한 내용은 그가 가진 철학적 세계관을 성경 본문에 집어넣은 자의적 성경 해석에 기초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박목사가 이론적이나마 알고 지적한 해석학의 원칙 역시 박목사 자신이 허물면서 그 지침의 안내를 받지 않은 풍자적인 성경 해석, 신비주의적인 성경 해석으로 전락되면서 그의 주해가 영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성경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박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일성 속의 다양성이 아니라, 철저히 (영, 육의 분리라는) 천편일률적인 이원론으로 이해하고 있다.

박목사의 잘못된 성경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원칙은 결국 그가 성령과 영적인 부분을 강조하느라 전인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는 그의 ‘영’에 대한 오해이다. 성령과 관련된 ‘영’적인 사람은 한 인격 속에서 갈등하는 영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속의 공효로 말미암아 지금 영화를 누리며, 그리스도께서 가져오신 새로운 시대의 종말론적인 삶을 사는 성도들이다.

영적인 사람은 전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하며(고전 1:23, 24), 그리스도 안에 있는 존재가 됨으로써 그가 영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박도호 교수는 ‘성령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문제에서 “성령님은 영이시지만, 특히 생각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영이시라는 것과 그분이 우리 속, 즉 우리의 몸이라고 표현된 전인격 속에 인격적으로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렇게 정당한 성경 해석에 근거하지 않은 영성이나 영성 훈련은 위험하다. 그것은 인간 생활의 총체성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성이란 우리 자아의 어떤 부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서 개인적으로든지 공동체적으로든지 전인격적으로 하나님과 관계로써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 존재의 어느 한 부분만 강조하는 것은 체험 위주의 신비주의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박동현 교수는 한국 교회의 바른 영성 개념 정립이 부재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이런 지적을 하였다. “예수를 믿어서 하나님의 뜻에 맞게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 그것과 영성이 관계되는 것이지, 기독교인의 어느 한 부분으로 좁혀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영성’이란 결국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을 섬기게 된 한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균형 잡힌 삶과 근본적으로 관련된다고 보아야 한다.”

하나님의 선한 피조물인 영, 육을 구분하는 불신적인 행위이다. 초대 교회에서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물질적인 것을 천하게 여기고 육체를 학대하거나 금욕을 권장하였는데, 바울은 이것을 귀신의 가르침으로 단정하였다(딤전 4:3; 골 2:16-22). 이렇게 계시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영성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바울은 그것이 영, 육의 이원론에 근거를 두고 있는 한 “이런 것들은 ? 오직 육체 좇는 것을 금하는 데는 유익이 조금도 없다”(골 2:23)고 선언한다. 
(월간<교회와신앙> 2000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