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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에게 필요한 건 복음
‘경계인’서 ‘한국인’ 되도록 교회가 적극 도와야
2003년 11월 12일 (수) 00:00:00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

정부 지원책은 한계…사회 부적응 심각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건 탈출을 했지만 정작 한국사회에서의 생활은 고달프다. 남한 사회에 정착하려는 탈북자들이 겪는 생활방식의 차이, 문화의 차이, 사고방식의 차이는 이들을 이방인으로 내몰고 있다.

남한 사회에서의 부적응과 시행착오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탈북자들의 범죄현상으로 나타나고, 탈북자 청소년의 경우 비행으로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탈북자 중에 국내에 입국한 사람이 4천 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한국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들이 입국할 것을 예상하면 사회에 큰 문제가 될 것이 명약관화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들의 사회 적응에 정부차원의 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회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기영 교수(부산대 사회복지학과)는 “정부가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정책과 사회적응지원 프로그램을 체계적이고 빠르게 발전시켜 왔지만 최근 효과적인 탈북자의 정착지원을 위해서는 민간의 지원프로그램이 보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의 영역을 제외한 민간부문에서 양적, 질적으로 큰 역할을 감당해야 할 단체는 교회라고 해도 지니친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교수의 지적대로 민간부문에서 가장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곳은 한국교회이다. 현재 표면적으로 드러난 탈북자 지원 교계 현황은 감리교 서부연회, 극동방송, 남북나눔운동, 두레마을, 두리하나선교회, 순복음교회(선한 사람들, 굿피플대학), 영락교회 이주난민선교회,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11곳이 넘고 있다. 또한 많은 개별교회들이 입국한 탈북자들과 후원결연을 맺고 이들의 정착생활을 돕기 위한 생필품과 각종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재정의 규모가 큰 여의도순복음교회 경우 자체적으로 창업교육과 직업훈련도 시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교회를 포함한 민간지원에 대한 탈북자들의 평가는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이금순 씨(통일연구원)가 1993년 이후 입국한 탈북자 2천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민간단체 지원에 대해 탈북자들은 만족(34.2%), 보통(53.5%), 불만족(12.3%)으로 응답하고 있다. 불만족에 대한 이유는 민간기구의 지원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또 너무 물질적인 쪽에 치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우영 교수(북한사회인권연구센타 선임연구원)는 “탈북자 1인당 지원되는 돈이 7, 8천만원 정도이지만 이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은 지원하는 재정이 적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다”며 “민간단체에서 재활과 홀로서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현금이 아니라 취직시켜주고, 이들을 이해하며 다가서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지적대로 한국교회의 지원 중에 일부는 그들의 생활에 필요한 현금지원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재활과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그런 지원은 많지 않다. 문제는 현금만 주고 뒷감당은 하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작년 7월에 국내에 입국한 박예영 씨는 “돈을 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길들어지는 것이 문제다”며 “일부 탈북자들은 돈을 목적으로 교회를 순례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는 교회가 이것을 적절히 이용해 신앙인으로 인도한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며 현금을 주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았다.

무기력·냉대 인한 상처치유 신앙으로만

윤여상 교수(한국정치발전연구원)는 “일본으로 탈북한 경우 3일 이내에 취업하지만 이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다”며 “그러나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도 일본의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노동에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일한다”고 말하고 한국의 탈북자 문제는 재정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탈북자 자신들이 겪고 있는 심적 고통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들의 심적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은 교회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임경호 목사(굿피플대학 학장)는 “탈북자들에게 가장 아픈 부분은 남한 자본주의 체제를 겪는 데서 오는 무기력과 사회의 냉대로 인해 생기는 상처들이다”며 “굿피플에서는 이들에게 자아회복을 위한 교육과 취업을 위한 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자신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회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너무 제도적이고 프로그램에 치중한 접근을 한다는 점이다. 박예영 씨는 “탈북자 문제의 해결은 복음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 탈북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며 “탈북자들 중에 가장 안정적이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은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박 씨의 말대로 현재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생계형 지원보다는 보다 긴 안목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런 필요를 교회가 효과적으로 채우기 위해 개별적인 지원은 물론 연합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기영 교수는 “현재 교회가 탈북자들을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는 것도 필요하지만 교인들이 탈북자들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며 “교단과 함께 연합기관과 지역협의회의 연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문제는 한순간에 풀어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그들의 생활만을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심리적이고 영적인 문제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가 보다 깊고 긴 안목으로 탈북자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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