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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장만 하면 나라 망한다”
총체적 난국 해법 - 손봉호 교수에게 듣는다
2003년 08월 20일 (수) 00:00:00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정치 경제 종교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사회가 나아 갈 길은 무엇인가? 대표적 기독교 지성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손봉호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도덕성 실추 시대 그리스도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최근 우리 사회와 기독교계에서 드러나고 있는 도덕성 문제를 중심을 진단한 이번 인터뷰는 8월 12일 한성대 이사장실에서 열렸다. 손 교수는 8월 중에 서울대 교수직을 은퇴하고 한성대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편집자 주>

▶  현대자동차 노사 협상 결과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요즘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윤리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윤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유교나 전통적인 종교가 너무 개인주의적인 관점에서 윤리를 생각해 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한 것입니다. 도덕적이라는 사람도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왔지,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느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우리의 혼란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이 너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깨끗하기 위해서 사회를 죽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한총련 학생들을 보면서 그것을 느낍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경제가 엉망이 되든 말든 말입니다”.

   
   ▲ 손봉호 교수

▶  한총련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오늘날의 학생 운동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노동운동이건 학생운동이건, 복잡한 현대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성숙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기업인들이 온갖 부정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한 상태에서 노동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사회 전체가 파행된다는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가 이것 때문에 걱정하는 것 아닙니까? 이제는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챙겨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학생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어느 정도까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가,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 우리는 그러한 훈련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교회에서도 거의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하나님 앞에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서느냐 하는 것만을 가르쳐왔지,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은 거의 말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기독학생들이 미숙한 확신을 가지고 행동을 하니까 비기독학생들과 구분이 가지 않는 것입니다.”

▶  올바른 판단 기준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 개념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합니다. 하나는 원칙이고, 또 하나는 책임입니다. 사회가 아주 수준이 낮을 때는 원칙을 양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예전 우리 사회에서 세금을 얼토당토않게 많이 부과하기 때문에 원칙대로 세금을 내고서는 사업을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 두 가지 중에 판단을 해야 합니다. 내가 정직의 원칙을 유지해야 하느냐, 회사의 이익을 유지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죠. 정직한 세금을 내자니 수백 수천 명 직원의 생계가 염려되고, 그렇게 하지 않자니 부정직한 세금을 보고해야 하고….

즉, 원칙과 회사의 보존을 위한 책임 사이에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지켜야 할 원칙과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 이 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생각해야할 기본 원칙이라고 봅니다.
모든 사회가 그렇습니다. 선진국은 그 두 개념 사이의 갈등이 훨씬 적어서 원칙대로 해야 일이 잘 되는 나라이고, 후진국일수록 갈등이 심하고 원칙대로 하면 일이 안 되는 나라죠. 예를 들어 노르웨이, 스웨덴, 네델란드 등은 원칙대로 해야 일이 잘 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 일본과 같은 나라는 원칙대로 하면 망하기 쉬운 구조를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정치인들을 봅시다. 정치인들이 아주 깨끗하게, 일체 부정한 돈을 안 받고 정치를 하면 거의 다음 선거에서 낙선합니다. 이럴 때 갈등을 합니다. 정말 정직한 마음을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하겠는데 국회의원에 당선이 안 되고 무슨 정치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어느 정도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당선되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부정이 발목을 잡아서 개혁을 못하게 하고 결국 타락하게 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인 정치인들에 대해서 우리가 욕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마 죽을 맛일 겁니다. 이것이 바로 성숙한 시민들이 이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꾸 상대를 향해서 욕만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도움이 안 됩니다. 이해를 해가면서 ‘그러나 우리가 조금씩 나아지자’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비판을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경우는 다릅니다. 교회는 이상적인 기관입니다. 요즘 ‘교회개혁연대’나 ‘기윤실’이 교회에 대해서 비판한다고 일각에서 부정적으로 보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작은 부정이라도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 모두 인간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을 이해는 해야 합니다. 이해하는 것과 묵과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은 워낙 이상에 도달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혁하기 위한 이해를 하는 것입니다.”

▶  원칙과 책임의 관계가 지도자들뿐 아니라 일반 사회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 아닙니까?

“일반 사회인도 계층을 나누어야 된다고 봅니다. 생활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높은 이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너희는 정직하라’고 하면 생활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굶어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지나친 요구가 됩니다.”

▶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큰 교회 목회자, 교단 총회장 등의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높은 도덕 수준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종종 일반 성도들의 예를 들어가며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하려고 하는데, 그들은 사실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노동 통하지 않은 불로소득은 ‘도둑질’
성경 제대로 가르치면 윤리교육 저절로

   

▶  요즘 로또, 카지노 등 한탕주의 문화가 법으로 보호받으며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 우리 교회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기독교적인 원칙에 의하면, 노동을 통하지 않은 모든 소득은 ‘도둑질’입니다. 이것이 문자 그래도 불로소득 아닙니까. 불로소득은 원칙적으로 도둑질입니다. 다른 사람이 10만큼 일을 했는데, 그 일한 사람은 5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 5를 불로소득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것입니다.

모든 경제적인 가치라는 것은 반드시 노동을 통해서 나오는 것입니다. 막스주의나 자본주의, 그리고 성경의 개념이 그 부분에서 모두 일치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는 소위 ‘복’의 개념은 모두 불로소득과 연관된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 번 사람을 복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항상 운수대통, 즉 아무런 노력을 안했는데, ‘꽝’하고 무엇인가 터지면 그 사람을 보고 복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연보를 한 후, 그것에 대해 30배, 60배, 100배 받으면 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할 테니 그것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주십시오’라는 기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 사회도 그렇고, 우리 교회도 그렇고…. 어떤 교인이 복권에 당첨됐다고 합시다. 전 교인이 복 받았다고 할 것 아닙니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성경을 따르는 것이 아니고, 우리 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죠.”

▶  교회 안에 이미 그러한 개념이 많이 들어와 있음을 봅니다. 교회의 재정으로 증권이나 땅에 투자하는 등의 행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이 있지요. 어느 교회가 예배당을 지으려고 땅을 샀는데, 이것이 몇십 배로 뛴 적이 있어요. 온 교회가 감사하고 찬송하고 야단났어요. 하나님이 복을 주셨다는 것이죠. 땅을 판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교회에 땅 팔아서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그러나 교회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복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오늘날 일본 경제가 흔들리는 원인이 무엇입니까. 바로 부동산 버블 때문이지 않습니까. 부동산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가 갑자기 떨어지니까 난리가 난 것이죠. 이러니 은행이 부실된 것입니다. 우리도 지금 그렇게 될 위험에 있습니다. 강남의 땅값 완전히 거품이죠. 마지막에 산 사람이 모두 뒤집어쓰게 됩니다. 제 주변에 이런 식으로 망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한탕주의의 결과죠.”

▶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  대형교회의 세습, 목회자 도덕문제 등이 근자에 크게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세습문제는 큰 교회를 일으킨 목회자 세대가 나이가 되어서 발생하는 것이겠죠. 그 전에는 그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대형교회라 하면 영락교회 하나밖에 없었죠. 그곳은 워낙 고 한경직 목사님이 경건한 분이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가 없었죠. 그 외에 일부 수준 낮은 대형교회들에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겠죠.”

▶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특별히 힘써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좋은 후배 목회자를 키워야 합니다. 정말 유능한 목회자라면 새로 믿는 자들을 키우고 교회를 자꾸 분립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또 성경을 잘 가르치는 후배 목회자를 키워야 합니다. 기독교는 자연종교가 아닙니다. 이 말은 계시의 종교라는 뜻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불교는 자연종교입니다. 자신이 깨닫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기독교는 깨달아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는 그렇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배우는 것입니다. 그 가르치는 사람을 양성해야 하는 것이죠.”

   
  ▲ 인터뷰 중인 손봉호 교수(오른쪽)와 장운철 기자

▶  윤리문제 하면 돈, 성, 명예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대형교회 목회자와 성장하고 있는 목회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

“뻔한 것이죠. 자신이 하나님의 종이라고 항상 생각하면 됩니다. 대형교회의 목회자이면서도 그리스도의 종으로 남으려면 보통 이상의 영적 수준이어야 된다고 봅니다. 한경직 목사님처럼 말이죠.”

▶  최근 청부론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과연 깨끗한 부자가 가능하냐 하는 것이죠.

“깨끗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많이 갖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이건 아니건, 목회자이건 아니건 대단한 정신력을 가지지 않고는 많이 가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의 인간은 많이 가지면 반드시 교만해집니다. 많다는 기준은 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겠죠. “

▶  교회에서의 윤리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까요?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윤리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십계명을 가르칠 때,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 등의 내용은 잘 가르치는데 반해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는 등은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윤리교육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성경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면 된다고 봅니다. 반대로 교회에서 인간의 책임에 관해서만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잘못입니다. 지난 주에 설교한 말씀 중에 딤후 3:16에서 모든 성경은 ‘교훈과 책망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고 했습니다. 윤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문화적 선입견을 가능한 대로 누르고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해서 봐야하는 것입니다.”

▶  오는 9월부터 ‘약자 중심의 윤리’라는 제하의 세미나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약자 또는 피해자(victim) 중심의 윤리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윤리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세분하면,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좁은 의미에서 종교이고, 이웃과의 관계는 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웃과의 관계에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윤리라고 나는 정의하고 싶습니다.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말이죠. 이웃과의 관계에서 누가 해를 받느냐 하면 약자입니다. 약자가 강자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언제나 강자가 약자에게 해를 끼칩니다. 좀더 세분하면 윤리적 관심은 약자에게 있습니다. 약자가 가져야 할 윤리도 있습니다. 이것은 본인보다 더 약자를 향한 것입니다.”

▶  이번 8월로 서울대 교수직을 은퇴하시는데 소감과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외대에서 10년과 서울대에서 20년, 교수 생활 30년을 마감한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일생에 한 일이 교수밖에 없는데 마지막 강의한 날은 기분이 좀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그만 둔 교수도 있고, 병들어 먼저 인생을 떠난 교수도 있는데, 이렇게 교수 생활을 마치는 것에 감사할 뿐이죠. 은퇴 후에도 서울대, 총신대 강의가 있어서 계속 분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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