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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모델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 |
| 김모세 교수, 청어람 ‘르네 지라르’ 입문강독 세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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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소재 청어람아카데미(대표 양희송 목사)에서 2월 7일 ‘르네 지라르 강독 겨울 세미나’가 열렸다. 욕망과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파헤치는 프랑스 사상가 르네 지라르(Rene Girard, 1923)의 이론을 통해 폭력이 상식화 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 지 인문학적 통찰점을 제시해 보고자 마련된 것이다.
전체 6번의 강의 중 네 번째 시간이었던 이날 세미나에서 김모세 교수(한국외대/서울신대)는 방대한 르네 지라르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미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는 지라르의 책 <낭만적 진실과 소설적 진실: 욕망의 삼각형과 모방경쟁>, <폭력과 성스러움: 신화와 희생양의 구조>, 그리고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기독교의 본질>를 통해 40년 이상 계속된 그의 학문적 여정을 간명하게 소개한 것이다.
김모세 교수는 먼저 “지라르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은 결코 자연발생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모든 욕망은 타자로부터 매개되었기에 자율적인 주체성과 자연 발생적인 욕망이라는 개념은 낭만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욕망은 항상 제 3자와의 관계로 해석되어야하는데, 어떤 대상에 대한 욕망은 항상 ‘매개자’로 불리는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빌려온 감정이다. 따라서 욕망의 도식은 주체와 대상 사이의 직선이 아니라 매개자를 사이에 둔 삼각형이라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욕망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어떤 대상을 욕망한다고 할 때 그것은 나의 내부에서 생겨난 감정이 아니라 나의 외부에서, 그 누군가로부터 빌려온 감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라르는 욕망을 ‘매개자’라고 하는 제 3자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상과의 관계로 정의한다. …욕망의 자율성이라는 환상, 자율적인 주체성과 자연발생적이라는 환상을 ‘낭만적 거짓’이라고 명명한다.”
문제는 모방욕망이라는 속성이 어떤 한 개인 혹은 한 집단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라르는 끊임없이 인간사회를 괴롭히는 크고 작은 폭력과 갈등 그리고 여러 공동체들의 흥망성쇠의 기원에 인간의 욕망이 가진 ‘모방적 속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각 사회나 공동체, 국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왔는가?
여기에서 김모세 교수는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 개념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서로 모방하다 보면 차이가 소멸해서 폭력이 생기게 되는데, 사회는 이런 폭력을 없애려고 ‘희생양 메커니즘’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희생의 메커니즘은 철저하게 박해자들의 무지에 근거하게 되는데, 이때 희생양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있으면서 복수할 힘이 없는 약자여야 한다는 게 지라르의 주장이다. 희생물에 대한 만장일치의 폭력 이후에 찾아오는 집단의 화해와 단결. 그 공(功)을 바로 그 희생양에게 돌리는 것, 그럼으로써 집단에 위기를 불러왔던 장본인을 그 위기 극복의 주인공으로 높여 신성화 하는 것, 바로 여기에 폭력과 성스러움의 비밀, 성스러움의 이중적 의미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모방 갈등으로 인해 구성원들 사이에 생겨난 폭력의 씨앗들은 계속 축적되었다가 마침내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위기를 가져온다. …이처럼 충족되지 못한 폭력의 씨앗, 어느 순간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갈등의 씨앗을 대체작용을 통해 ‘좋은’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희생제의’이다. 이와 같은 희생의 ‘정화작용’은 근본적으로 폭력의 무한정한 파급, 즉 ‘전염’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모방욕망에서 희생양 메커니즘에 이르는 가설을 세계적인 문학가들의 작품과 인류학 자료들 그리고 신화들을 통해 입증한 지라르는 유대-기독교의 성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고 한다. 즉 신화를 통해 암시되는 희생양 메커니즘을 ‘사탄’의 존재와 동일시한 지라르는 성경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바로 “그리스도의 신격화에는 악마화의 과정이 빠져있다”는 분석이다.
신화가 박해자들의 관점에서 폭력을 정당화 하고 진실을 숨기려고 한다면, 성경 특히 복음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희생양의 관점에서, 희생양 메커니즘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기록 되었다는 게 지라르의 이론이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은 기존의 신화적 성스러움에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전혀 새로운 성스러움의 영역을 만들어 냈는데, 이 새로운 성스러움은 더 이상 거짓 폭력에 기초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폭력은 영원히 가면을 벗게 되었다는 게 김 교수가 설명하는 지라르의 이론이다.
“인간의 욕망은 모방적이다. 정확히 말해 우리 고유의 욕망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꿈꾸는 욕망의 자립이란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방으로 인해 생겨나는 갈등과 폭력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대상에 대한 금지, 즉 사람들에게 모방 경쟁으로 귀착되지 않는 다른 욕망의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지라르가 제시하는 ‘좋은’ 모방의 모델이 다름 아닌 그리스도이다.”
물론 이 같은 지라르의 이론 전개과정을 지켜본 여러 학자들 사이에는 지라르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오직 그 결론에 이르기 위해 수많은 자료들을 추려내고 이론의 틀을 맞추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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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10.9 수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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