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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헌금 손 드세요. 다음 50만원…”
[그때그사건(9)] 외국인강사
2011년 02월 07일 (월) 07:59:34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 집회 중인 외국인 강사(로버트)
지금도 신문 지상에 외국인 강사를 초빙해 집회를 여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지역 출신 강사 초청 집회도 있었다. 10여 년 전에는 외국인 강사 초청 집회가 좀더 낯설었다.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게 조금은 특별(?)해 보였다. 부흥의 물결이 이제는 유럽과 미국을 거쳐 아시아를 지나 아프리카에서 꽃을 피운다고 많은 이들이 말을 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아프리카 출신 강사를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갖는 신뢰감 부족도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로버트’라는 이름의 아프리카 출신 강사 초청 집회가 열리게 되었다. 교계 신문 방송 등 언론을 통해 홍보가 이루어졌다. 한두 달의 기간 동안 10여 곳의 교회와 단체에서 그 집회가 개최된다는 것이다. 집회 장소와 한국인 주관자 중에는 꽤 잘 알려진 이도 있었다.

그중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A교회에서 열리는 로버트의 집회에 참석해 보기로 했다. 아프리카 출신 강사의 어떠한 선입견도 갖지 않기로 했다. 역시 ‘있는 그대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집회장에는 약 4백명이 운집했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집회장이 만원이었다. 긴 찬양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 교회는 찬양 집회로도 어느 정도 알려진 곳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주 강사인 로버트가 등장했다. 그는 키가 컸다. 하얀 도포와 같은 옷을 입었다. 한 눈에 봐도 아프리카 전통옷처럼 보였다. 첫 인상이 독특해 보였다. 물론 그 교회 담임목사인 여 목사도 함께 단상 위로 올라왔다. 통역을 해 주기 위해서다. 로버트가 설교를 시작했다. 그 시간도 1시간 가까이 걸렀다. 조금은 지루했다. 통역 설교라는 한계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설교가 끝났다. 그후 본론에 접어들었다. 적어도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에게는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강사 로버트는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특별한 기름을 가지고 왔다며 독특한 병을 들어보였다. 그 기름으로 소위 ‘기름부음의 기도’라는 것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기름부음’의 의미와 연결해 보겠다는 ‘액션’이다. 동시에 몸이 아픈 이들을 위한 특별(?)기도도 해주겠다고 했다. 아픈 이들을 위한 기도는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한다.

소위 ‘특별 안수’라는 것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러한 행위들을 좋아한다.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역시 그 집회에서도 순식간에 줄이 세워졌다. 서로 그 안수를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기자도 그 줄 위로 몸을 올려놓았다.

로버트는 기름병 입구를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막은 다음, 기름병을 위로 올렸다 순간 내렸다. 그러면 엄지손가락에 기름이 조금 묻어나오게 된다. 그것으로 집회 참석한 성도들의 이마에 도장을 찍듯이 ‘쿡~’ 눌러 바른다. 그리고 잠시 동안 기도를 한다. 아픈 이들의 아픈 부위를 어루만지면서 기도를 하기도 한다. 때때로 성인 여성을 불필요하리만큼 깊이 포옹을 하며 기도를 한다. 몇몇 여성은 ‘멈칫’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만, 집회 분위기 때문인지 거부하는 이는 없었다.

기자 이마에도 기름 도장(?)이 찍혔다. 아픈 데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더니, 로버트는 기자의 얼굴과 머리 전체를 그의 양손으로 감싼 채 잠시 무엇인가 중얼거렸다.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손이 어찌나 큰지 기자의 얼굴과 머리 전체가 그의 양손 속에 ‘푹~’ 잠기는 듯했다.

로버트의 또 다른 행위도 이어졌다. ‘텃치(touch)’라는 말과 함께 신도들의 머리를 ‘툭’치니 신도들이 그 자리에서 뒤로 쓰러진 것이다. 쓰러진 신도들 중 상당수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당시 ‘빈야드 운동’과 ‘토론토 블레싱’이라는 형식의 집회가 유행의 끝자리에 놓였던 것을 염두에 둔다면, 쓰러짐 등의 현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음악과 조명이 분위기를 더욱 심오하게(?) 만들어 갔다.

기자를 정작 놀라게 한 것은 그 다음 날 사건이었다. 기자는 다음 날 그의 집회에 또 참석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집회가 마쳐질 것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과 비슷한 집회를 한 후 로버트는 쓰러진 사람들을 모두 일으켜 세운 다음 각자의 자리에 앉게 했다. 마치 설교할 때와 같은 분위기로 다시 돌아 온 것이다. 조명도 밝아졌다. 음악도 그쳤다.

   
▲ 헌금봉투를 나눠주려는 강사 로버트
로버트는 신도들을 향해 “하나님께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설교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100만원 씨앗을 심을 사람 손 드세요”라며 신도들을 향해 손을 들 것을 요구했다. 한 마디로 헌금하라는 것이다. 분위기가 순간 싸늘해 졌다. 드디어 나올 게 나왔다는 신도들의 반응도 눈에 들어왔다. 로버트는 계속 요구했다. 앞 쪽에 앉은 서너 명의 신도들이 손을 들었다. 약속된 손으로 보이기도 했다. 집회 도우미들이 그들에게 헌금봉투를 나누어주었다. 당장 돈이 없는 이들은 헌금 작정을 해도 된다며 친절한 안내도 뒤 따랐다. 손 드는 이들의 숫자가 자신의 마음에 안 들었는지 로버트는 ‘씨앗을 심으라’고 몇 번 더 강조했다.

로버트는 100만원 신도들을 앞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의식을 행해주었다. 서로 손을 잡으라고 한 후,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것을 요구했다. 그런 후 갑자기 ‘고(go)’라며 영어로 소리를 쳤다. 손을 잡고 서 있던 그들 중 한두 명이 쓰러지려고 했다. 로버트는 오히려 안 쓰러지려는 사람을 향해 ‘고(go)’라고 서너 차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서 있던 이들이 모두 쓰러졌다. 안 쓰러지면 계속 소리를 지를 분위기였다.

“그 다음은 50만원 씨앗을 심을 분 손 드세요” 로버트의 헌금 강요는 계속됐다. 이때 집회장 뒷자석에 앉았던 몇몇 참석자들이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기자의 눈에 목격됐다. 그들의 눈에도 ‘이것은 아니다’ 싶었던 모양이다. 100만원보다는 서너 명 많은 이들이 손을 들었다. 통역하는 여 목사도 씨앗을 심어야 한다며 열정적으로 로버트의 뜻(?)을 전달하려고 애썼다. 50만원 신도들도 나가서 한 차례 쓰러지고 들어왔다.

과연 로버트의 ‘씨앗상술’은 어디까지 진행될까? 로버트는 계속 진행시켰다. “그 다음은 10만원 씨앗을 심으세요” 이 정도는 모두들 심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신도들을 독려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10여 년 전인 당시 10만원 헌금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도 ‘작정헌금이라도 해야 한다’며 로버트와 관계자들은 열정을 쏟았다. 다른 집회에서는 온라인 계좌번호까지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로버트는 치유집회도 했다. 한 부부가 휠체어에 탄 아이를 데리고 로버트에게 왔다. 보기에도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물론 집회 중이다. 로버트는 그 아이를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다 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 후 “어린 아이가 완벽히 치료됐다”고 선언을 했다. 순간 집회장 분위기는 최고조로 올랐다. 곳곳에서 ‘아멘’, ‘할렐루야’ 등의 고백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집회가 끝난 후 그 아이를 찾아가 보았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아이는 처음 모습 그대로였다. 팔 다리에는 힘이 없었고, 눈동자의 초점도 흐렸다. 그 부모는 아무 말 없었다. 그들은 체념하듯 휠체어를 끌고 집회장을 빠져 나가고 말았다.

로버트는 마음의 치유도 해 준다며 “성폭행 당한 사람 있으면 나오라”고 했다. 민감한 문제를 스스럼없이 던진 것이다. 잠시 후 한 여자 청년이 고개를 숙인 채 로버트에게 나갔다. 로버트는 그녀에게도 할 수 있는 행위를 다 했다. 그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제자리로 들어갔다. 치유됐다는 말에 집회 참석한 신도들은 기쁨으로 반응을 했지만, 그녀는 역시 처음 표정 그대로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그 자리에 앉았다.

집회가 막 끝나갈 무렵, 그녀가 발작을 일으켰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그 자리에서 뒹굴기도 했다. 로버트는 그녀를 다시 치유해 준다며 불렀다. 로버트의 안수 기로를 다시 받은 그녀는 단상에서 울다가 그 자리에 다시 쓰러져 누웠다. 집회는 끝나고 로버트는 집회장을 빠져 나갔다. 신도들도 삼삼오오 집회장을 뒤로 한 채 나가고 있었다. 집회장이 거의 비어갈 무렵, 그녀가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울었다. 다시 뒹굴었다. 마음 속 깊숙이 담겨져 있던 무엇인가의 응어리가 그대로 다시 표출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주변에는 구경꾼들 외에 아무도 없었다.

로버트와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다. 기자 앞을 스쳐지나가는 로버트는 ‘YES’라며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주최측 사람들이 ‘NO’라며 막았다. 로버트에게 몇 가지만 확인해 보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거부했다. 며칠 후 그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로버트의 학력이 영국 모 신학교출신이라고 나온 홍보물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은혜만 받으면 됐지, 신학교가 뭐 그리 중요하냐’며 그들은 언성을 높였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은혜’(?)라는 것만 있으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식이다.

필자는 있는 그대로 기사를 작성해 보도했다. 며칠 후 주최측 일부 사람이 기자를 찾아왔다. 이럴 경우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명예훼손 등을 언급하며 공격적으로 나오든지, 아니면 ‘잘 봐달라’며 회유책을 들고 오든지다. 두 경우 모두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어떤 경우일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 그 예상은 대체로 맞았다.

커피숍 자리에 앉자마자 그들은 두툼한 신문뭉치를 꺼냈다. 기자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조요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던진다. “현금으로만 준비했습니다.” 하하. 정말 영화에서나 본 듯한 장면이다. 그게 코 앞에서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이럴 경우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그 돈뭉치에 손을 대지 않는다. 악당들이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놓기 때문이다. 그 사진은 돈을 가져가려는지, 거부하려는지 말하지 않는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그때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 나간다. 그게 ‘계략’에 걸리지 않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기자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행동을 했다. 그 순간만큼은 기자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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