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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페미니즘, 선교사 여성교육에서 시작돼” |
| 기독교역사학회 제290회 학술발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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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와 달리 아시아 근대여성관의 인식론적 틀은 근대국가 이데올로기의 형성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동시에 개신교 선교사들의 ‘이교도 자매 구하기’를 뒷받침했던 복음주의적 페미니즘도 근대국가를 꿈꾸었던 아시아의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와 만나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하희정·감신대 강사)
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한규무 교수)가 1월 8일 서울 새문안교회 언더우드기념관에서 제290회 학술발표회를 갖고, 미국 복음주의 젠더 이데올로기와 아시아 근대국가 형성의 관계에 대해 토론했다. ‘동아시아 근대 여성관의 형성, 1880~1920’을 주제로 개최한 이날 학술발표회는 최근 식민주의시대 근대담론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페미니즘과 모더니티의 관계 즉 ‘신여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논문을 발표한 하희정 감신대 강사는 “신여성은 가정이라는 전통적 가치로부터 독립된 여성의 주체성과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여성들이었다는 점에서 근대 페미니즘의 문을 연 선구자들로 평가되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신여성 등장 이전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먼저 주창하고 젠더 이슈를 근대담론으로 이끌어 냈던 기독교의 여성선교와 아시아 민족주의의 이데올로기적 결합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근대국가 형성과 맞물려 발전한 여성의식의 태동을 도외시한 채, 아시아의 근대 페미니즘의 형성을 19세기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던 미디어의 발달과 서구적 소비문화에 영향을 받은 초기단계의 글로벌 페미니즘의 한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교육을 현실화시킨 것은 여성교육기관을 처음 세운 개신교 선교사들이었으며, 여성의 이슈를 공론화시키며 여성교육을 근대계몽운동의 중심에 세운 것은 개신교 선교사들에게 영향을 받았던 한국의 개혁성향의 남성 지식인들이었다. 갑신정변 실패로 미국으로 망명했던 서재필이 돌아오면서 근대개혁을 지지하던 개혁성향의 남성 지식인들은 1896년 독립신문을 발간, 이를 통해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강하게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첫 여성선교사로 한국에 내한한 감리교 소속의 메리 스크랜튼(M. F. Scranton)이 이화학당을 설립하여 여성교육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난 시간이었다.”
개신교 선교사들과 아시아 남성 개혁가들의 이데올로기적 결합으로 시작된 아시아 근대여성의식의 형성은 여성들의 남녀동등권 요구로 시작되어 남성 지배적 사회질서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으로 발전했던 서구의 페미니즘과 구별되는 것이었다는 게 하 강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하 강사는 “종교적 목적이 우선이었던 선교사들과는 달리 한국의 개혁 지식인들은 강력한 주권국가를 세우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여성교육을 인식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개혁 지식인들에게 있어 교육은 대중들을 주권국가의 근대시민으로 계몽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으며 서구열강과 일본에 뒤쳐져 주권상실의 위기에 처한 근본원인이 교육의 부재로부터 비롯된 무지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한국의 개혁세력들은 선교초기부터 여성을 포함한 대중들의 근대 교육에 기여하고 있었던 개신교 선교사들과 그들의 학교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하 강사는 또한 “1905년 을사조약 체결과 1910년 한일합방으로 한국이 일제의 식민통치 시대로 들어서면서 여성의 역할은 자녀를 교육하는 어머니로서 뿐만 아니라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할 인재를 양성하는 교사로서의 역할로 확대됐다”말했다. 즉 모성적 책임감을 가지고 나라의 교육을 담당하는 ‘민족의 어머니’가 이상적 근대여성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하 강사는 “이러한 한국의 민족주의적 근대여성관은 일본이나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유교의 전통적 모성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메이지 유신을 통해 정부주도적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나 지식인들이 주도한 혁명을 통해 근대국가를 세운 중국과 달리 한국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탈로 조선정부가 무력화되면서 개신교의 영향을 받은 지식인들이 대중운동을 주도하여 근대사회로 진입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근대여성관도 다르게 기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젠더(Gender)란?
성(性)에 대한 영문표기 섹스(Sex) 대신 쓰기로 한 용어이다. 젠더와 섹스는 우리말로 ‘성’이라는 같은 뜻이지만 원어인 영어로는 미묘한 어감차이가 있다. 젠더는 사회적인 의미의 성이고, 섹스는 생물학적인 의미의 성을 뜻한다. 즉 젠더란 생물학적이 아니라 여성성과 남성성의 사회적 의의를 뜻하는 정의된 성을 말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다수 국가가 주장하는 젠더는 남녀차별적인 섹스보다 대등한 남녀 간의 관계를 내포하며 평등에 있어서도 모든 사회적인 동등함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1950년대부터 미국의 학계층과 대중 발언 공간에서 사회적 성을 이용해 스스로 남성성 또는 여성성으로 정체성을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젠더라는 표현은 <1955년>이라는 잡지에서 처음 도입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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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10.14 월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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