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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까라싸라비야..너는 사명자야!”
[그때그사건(6)] 직통계시 현장
2010년 12월 24일 (금) 08:06:50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당신은 사명자다’라는 말을 들으면 상당수 성도들은 움찔한다. ‘아니다’라고 하자니, 마치 하나님의 계시(?)를 무시하는 엄청난 죄를 짓는 것 같고, ‘그렇다’고 하자니 엄청난 무게의 인생길을 가야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담이라는 분위기 자리에서 상대 목회자라는 이가 ‘앗싸라비아 칼라칼라’ 등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이라는 것을 한 후, 해석해준다며 한 말이라면 어떨까? 성도들은 대부분 ‘주여’를 찾으며 적잖게 충격을 받는다. 이러한 성도의 반응을 확인한 후, ‘그러니 이제껏 되는 일이 없는 거다. 사명자의 길을 가야한다. 지금 부르신다’고 하면 소위 요즘 말로 거의 100% 낚이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다.

   
▲ 시내 곳곳에 있는 기도원
검은 색 치마에 희색 저고리, 머리는 쪽을 두르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 마치 60-70년 대의 여성을 보는 듯하다. 다수의 그들이 모이고 운영하는 기도원이 있다. 기도원이라고 하면 대체로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그 기도원은 서울 시내 곳곳에 존재했다. 한동안 급속히 늘어나기도 했다.

‘너는 사명자다’라는 말에 크게 혼란스러워하는 한 주부로부터 제보를 받고 그 기도원을 찾아갔다. 도대체 사명자라는 계시는 어떻게 내려지며, 또 그 ‘사명’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러한 류의 집회를 다수 참석해 본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몇 가지 점검해야 할 내용들을 가지고 있다. 찬양, 방언, 헌금, 안수, 상담 등이 적절하지 못하게 사용되는 예들 때문이다. 흥분시키는 찬양 또는 음악, 방언과 직통계시성 해석, 헌금봉투에 적힌 기도제목, 무분별한 안수, 개인 상담을 통한 예언 등이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A기도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보통 직장인이 퇴근 후 방문할 수 있는 저녁시간에 맞추었다. 매일 저녁 기도회가 있는 그 기도원 안에는 10여 명의 치마저고리 여신도들이 찬양을 하고 있었다. 찬양곡은 역시 빨랐다. 참석한 이들은 계속 같은 속도로 박수를 쳤다. 몸을 흔들기도 했다. 그들에게 이 모습들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음악소리는 귀를 찢듯 컸다. 기도원측 신도들로 보이는 이들 3-4명이 더 참석했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 때, 주최측 신도로 보이는 이에게 원장 상담을 신청했다.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신도는 원장에 대한 칭송을 늘어놓았다. ‘만능 은사를 소유한 이’라고 했다. 이름만 보고 인생의 앞길은 물론 각종 질병까지도 다 알아낸다고 했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원장에 대한 절대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기자에게는 매우 흥미로웠다. 더욱이 헌금봉투를 내밀며 그것을 가지고 가야한다는 대목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헌금할 때 항상 망설여진다. 취재를 위해서 당연히 응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단체에 헌금을 해야 한다는 맘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저하는 기자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 신도는 ‘헌금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2천원을 봉투에 넣었다.

   
▲ 집회를 알리는 기도원 전단지
원장 상담은 곧바로 이루어졌다. 원장도 쪽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무엇인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원장은 기자를 본 후, ‘와카리 왈라 살라살라’ 등 알 수 없는 말을 내 뱉었다. 방언을 한다고 하는 행위다. 그런 다음 수시로 “...라고 하시네”라는 식으로 그 방언에 대한 해석(?)을 해 주었다. 소위 직통계시가 그 원장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쏟아져내려온다는 것이다. 그 원장의 입이 열렸다.

“당신은 사명자야”
“...”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네”

원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하나님께서 부른 자는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가야한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등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평범하게 살면서 신앙생활을 하면 안 되겠습니까?”

기자가 약간의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곧바로 다시 중얼중얼 거린 후 계시(?)라는 게 다시 내려왔다.

“결국엔 돌아오게 되어 있다”

한 마디로 지금 당장 자신의 말을 따르라는 식이다. 원장은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채 기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 기도라는 것을 했다. ‘안수’라는 권위로 소위 제압시키려는 듯 보였다. 기도 내용은 사명자 선포식과도 같았다. 원장 혼자서 말이다. ‘황당’ 그 자체다.

취재 중인 기자의 표정과 행동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맞춘다. 그래야 취재를 할 수 있다. 거부반응을 하거나 따지면 안 된다. 기자는 오직 글로써 말을 하기 때문이다.

“사명을 감당하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그들이 원할만한 질문을 던졌다.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답이 내려졌다. 신학교를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방언과 해석이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신학교도 직접 소개해 주었다. 자신들이 나왔다는 J신학교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신학교를 가면 안 됩니까?”

원하지 않을만한 질문도 던져봤다. 역시 답이 나왔다. ‘안 된다’는 것이다.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제시한 신학교를 가야한다고 한다. 그는 기자가 흥미로워할 것이라는 미끼를 던져주기도 했다. 다른 신학교보다 빨리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날, 후배 기자와 함께 다시 그곳을 찾았다. 원장의 소위 ‘사명자 계시’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같은 방법으로 후배도 헌금봉투를 들고 원장 앞에 갔다. 기자도 동석했다.

“당신도 사명자야!”

모든 게 동일했다. 사명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는 엄포성 발언도 다르지 않았다. 그 J신학교에 가야하는 것도 같았다.

원장은 기자와 후배에게 ‘어디 아픈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픈 곳도 알아낸다고 한 신도의 말과는 달랐다. 기자와 후배는 모두 ‘없다’고 했다. 원장은 계속해서 간, 위, 심장의 용어들을 들먹이며 다시 물었다. ‘있다’고 할 경우 육신의 질병과 사명자를 연계해서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사명을 감당해야 질병이 낫는다’ 또는 반대로 ‘사명을 지금 감당하지 않으면 큰 일 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대답은 역시 ‘없다’였다. 정말 없었기 때문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아..”

원장도 답답했을 것 같았다. 기자들이 빨려 들어올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 당시 기자는 신학교를 이미 다니고 있었다. 교회 사역 또한 병행하고 있었다.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신학교를 가야한다는 그 원장의 계시라는 것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후배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신학교를 졸업한 상태다.

10여 년이 흘렀다. 최근 그 원장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최근 충청도 지역에서 기도원을 크게 개원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서울시내 작은 지하 임대 기도원에서 10여 년만에 성공(?)한 셈이다. 우매한 성도들의 ‘사명의식’을 이용한 셈이다. 아직도 그 사업을 계속할까?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사명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뜻을 이루는 것’이 그 근본 중 하나다(마 6:33). 예수님께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알려주신 주기도문도 역시 그 내용을 언급해 주고 있다(마 6:9). 특별해 보이는 어떤 사명이라는 것에 비해 그 가치가 결코 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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