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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 이야기
2010년 12월 13일 (월) 08:46:03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본명은 포크 커틀릿. 일본이름은 돈카츠. 우리나라 이름도 돈까스.
돼지고기 안심이나 등심을 밀가루와 빵가루로 튀긴 음식.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음식. 특히 어린이들. 그래서 가족단위 외식 메뉴의 강자.

최근에 피자와 스파게티에 많이 밀려나는 추세지만, 20년 전만해도 돈까스는 청소년 외식문화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요즘같이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이 없던 시절, 식당과 다방이 외식문화를 선도하던 그 때 친구들이나 청소년 커플이 모여서 이야기하기 적당한 장소는 ‘경양식집’이 유일했다. 그곳에서 그들이 주문하는 메뉴의 90%가 바로 돈까스였다. 비후가스라 불리는 비프까스를 시키는 이들은 부르주아에 속했다. 지금은 흔한 외식메뉴가 된 스테이크는... 그 당시에는 존재조차도 몰랐다. 두툼한 생소고기를 그냥 구워먹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잘게 썰어서 국에 넣어 먹어야만 하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돈까스는 얇고도 넓은, 요즘 들어 옛날 돈까스, 혹은 왕돈까스라고 불리는 형태였다. 고기살이 두툼해지고 튀김옷이 날카로워진 정통 일본식 돈까스가 등장하고 인기를 끌면서 졸지에 이름앞에 ‘옛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어버렸다. 하지만 옛날 돈까스는 택시 기사 분들의 총애를 받으며 아직도 탄탄한 팬클럽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예전부터 유명한 왕돈까스 타운이 있다. 서울과학고와 경신고등학교 뒤쪽 언덕에 있는 ‘오박사네 왕돈까스’와 ‘서울왕돈까스’가 원조 다툼을 하고 있으며, 여전히 기사 분들의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금왕돈까스는 두터운 매니아 층을 형성하며 서울 곳곳에 분점을 내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돈까스를 먹었을까. 청소년 시절보다는 먹는 횟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돈까스는 입맛이 없을 때나 몸이 고기를 원할 때 쉽게 접하게 되는 메뉴다. 많은 일본음식 식당이 생기면서 돈까스의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어서 어느 돈까스 집을 가더라도 기본 이상의 맛이 나지만, 그만큼 뛰어난 맛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얼마 전, 예전부터 소문은 들었지만 주택가 한복판에 있어 굳이 찾아가지지 않던 돈까스 집을 방문하게 됐다.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정광수의 돈까스가게’. 1층에는 좁은 주방 뿐이며, 반지하 공간에 마련된 홀에는 제대로 된 탁자가 두 개. 벽에 붙은 탁자가 두 개. 총 10명정도만 식사가 가능한 좁디좁은 가게였다. 하지만 주인은 옆집 아저씨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편안하게 맞이했고, 전혀 꾸밈없는 인테리어는 소박하고 재미있었다.
주문한 돈까스와 생선까스가 나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순간, 돈까스계의 지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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