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택  총신대신대원 신약학 교수

<교회와 신앙> 2000년 7월호에 게재된 앞부분에서 박철수 목사의 영성훈련이 비기독교적인 점들을 그의 ‘답변 없는 반론’에 근거하여 상당히 구체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처음 읽는 독자들을 위하여 그 핵심을 간략하게 요약하며 계속 이어가려 한다.

비성경적 인간론

박철수 목사는 그의 영성 훈련의 핵심인 인간론이 성경적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관련 성경 구절을 제시했지만 필자는 이 구절들이 그의 인간론을 지지하지 않음을, 오히려 그의 인간론을 반박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영(혼)을 우리가 보통 알고 있던 인간 즉 육신(혼+몸)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기독교인든지 비기독교인든지 특별한 방법으로써만 일깨우거나 경험할 수 있는 그러한 몸으로 증명하고, 이 영을 변화, 훈련, 성장, 성숙시키는 것을 기독교적 영성이라고 부르려면, 성경에서 영과 혼(혹은 육신)이 서로 비교되거나 대조되는 구절을 확실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가 말하는 영의 모든 기능들이 혼의 기능들과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사실을 성경에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박목사가 자신의 인간론 특히 영의 육체이탈, 두 인격의 대립 혹은 영의 독자적 인격 활동을 지원한다고 제시한 성경 구절들은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박목사는 단순히 동작이나 기능 등을 표현하는 어떤 단어가 ‘영’과 함께 사용된 여러 사례들을 끌어 모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을 무조건 ‘혼과 대립되는 영의 기능’이나 ‘영의 역할’, 영의 인격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박목사는 이 구절들을 근거 삼아 성경적 인간론을 구성해 가지 않고, 이미 형성되어 있는 자신의 비성경적 인간론을 이 구절에서 보장받으려고 했다. 만약 누가 인간론 자체를 수립할 목적으로 이 구절들을 읽어간다면 누구도 박목사의 인간론과 같은 것을 이 구절들로부터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당연히 유체니(혼적 인격과는 다른) 영의 독립적 인격이니 하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은 전혀 성경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목사는 인간론에 대한 필자의 비평을 성경 해석의 차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해석의 차이는 어느 것이나 문자, 단어, 문장, 문맥 혹은 성경 전체에서 가능한 설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법적으로나 언어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해석’이란 이름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

그가 제시한 구절들이 그의 인간론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혼(정신, 혹은 정신적 기능)에 대조되는 영의 기능이나 인격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영과 혼, 영의 기능과 혼의 기능, 영의 역할과 혼의 역할을 구분하는 명확한 근거를 별도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성경 안에서 이 구절들 외에 어떤 근거도 제시할 수 없다면, 박목사의 인간론은 - 많은 성구들을 열거하기는 하지만 - 성경에는 생소한 것, 따라서 비성경적인 것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박목사는 다른 곳, 즉 자신의 체험, 플라톤의 이원론, 불교나 심령과학의 증거 등에 근거하여 자신의 인간론을 형성했고, 이 선입관을 성경에서 증명하려고 하였다. 성경구절이 본래의 의미를 잃고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과 몸을 직접 대조하는 성경

지난 호에 게재된 글에서 필자는 박목사가 반론에 제시한 모든 구절에는 육신(몸+혼) 혹은 혼에 대조된 영의 존재나 영의 기능이 아니라, 몸이나 몸의 기능에 대조되는 영의 기능과 활동이 언급되어 있음을 설명했다. 영과 혼의 대립이 아니라 한 인격체의 상반된 생각, 고민, 갈등, 욕구에 대한 표현들임을 또한 설명했다. 즉 박목사의 인간론을 지원하는 성경구절을 하나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성경이 영과 몸을 직접 대조시키는 것은 박철수 목사의 인간론에 위배된다. 이렇게 바꾸어 표현하고 싶다. 박철수 목사의 인간론은 성경이 말하는 영과 몸의 직접 대조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그가 혼을 몸과 영 사이의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데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그의 글을 인용해 본다.

“영의 소욕은 혼을 거치지 않고 직접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러므로 영과 몸 사이에 중간자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영이 몸과 만남으로써 생겨난 것으로 보이는 ‘혼’인 것이다. 이러므로 혼은 중간자로서 영과 몸을 이어주며 협조를 가능케 한다. ... 진실로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려고 애를 쓰는 자는 반드시 신앙생활 가운데 자기의 의사가 혼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영으로부터 나온 것인지를 파악하는 습관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즉 우리 모두의 사고가 영 중심이 되도록 자기를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다. 영의 의도는 혼에서 민주적으로 잘 융화되어져서 혼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자기의 의사를 결정하게 되면 일단은 영적 삶에 있어서 승리의 고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삶, 68-69)

“그리스도인의 영성적 삶은 대개 영혼이 하나님의 사랑에 젖고, 혼은 은사를 통해 지도와 인도를 받고, 몸은 성령의 역사하심에 따라 순결하게 된 혼의 명령대로 수종들어 행위에 옮겨지는 삶이다. 이것을 영성적인 믿음 생활의 실제라고 한다. … 영은 신령한 세계와 교제하는 데에 사용되며 몸이 자연계, 즉 육의 세계와 접촉하는 것처럼 혼은 영과 몸의 중간에 위치하여 영의 세계를 따를 것인가, 육신의 세계를 따를 것인가 분별하고 결정하는 본연의 천연적인 능력을 행사하게 된다. … 영이 전 인간을 지배하려고 하면 반드시 혼의 찬성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혼의 동의가 없으면 영은 혼과 몸을 이끌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영의 소욕을 따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혼으로서 혼은 실제적으로 전인격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영이 전 인간을 지배하려면 혼이 기꺼이 겸손한 자리로 내려가서 영의 소욕에 따라줄 때만 가능한 것이며, 반대로 혼이 영의 소욕에 반발을 하고 있는 한 영은 온 몸을 통제하고 다스릴 수가 없다.“(삶, 74-76)

신약성경은 위에 소개된 박목사의 주장과 다르게 -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 영과 몸을 직접 대조하는 많은 말씀들이 있다. 그 사이에 혼이 개입하거나, 혼을 영 혹은 몸 중 어느 한 편에 귀속시키기 어려운 말씀들이다. 그 중에서 로마서 8장 10-13절을 인용해 본다.

“또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시면 몸은 죄로 인하여 죽은 것이나 영은 의를 인하여 산 것이니라.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빚진 자로되 육신에게 져서 육신대로 살 것이 아니니라.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

(10절) 그리스도의 내주로 말미암은 몸과 영이 대조된다. 혼은 언급이 없다.
(11절)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우리 몸도 살리실 것이다. 영과 혼의 언급이 없다. 앞 구절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면 ‘영뿐만 아니라’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실 것이란 의미이다. 역시 영과 몸이 대조된다.
(13절) 영이 직접 몸과 연결되어 있다. 혼에 대한 업급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박목사가 그려낸 ‘성령-영-혼-몸’의 기능적 연관성이 로마서 8장의 내용에 들어맞지 않음을 알게 된다. 육신대로 산다는 것은 박목사의 설명처럼 인간의 영이 배제된 혼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다. 육적 삶은 성령이 없는, 혹은 성령을 따르지 않는 삶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영적 삶은 성령을 따르는 삶이다. 인간의 영, 인간의 혼은 바울 사도가 이 말씀에서 다루는 대조 개념이 결코 아닌 것이다. 더욱 성령이 없음, 그리스도의 영이 없음은 곧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므로(9절) 이런 사람들은 믿는 자의 영성을 말하는 박철수 목사의 영성훈련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요약해 보면, 박목사가 말하는 영과 혼의 대조, 영과 육신(혼+몸)의 대조, 영적 인격과 혼적 인격의 대조는 성경에 기초한 원리가 아니다. 이에 비해, 영과 몸의 대조는 얼마든지 더 거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박목사의 인간론은 성경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체험에 기초하여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을 성경적이라고 증명하려고 적당하게 이 구절 저 구절 갖다 붙인 것이 박목사가 말하는 성경적 인간론이다. 물론 이런 인간론은 비성경적이다.

더욱 박철수 목사의 인간론을 따를 때 신론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박목사는 영을 눈도 있고 손도 있고 귀, 배꼽, 심장 등을 가진, 사진으로도 찍어낼 수 있는 그런 또 하나의 몸 즉 영체로 설명했기 때문에 ‘영이신 하나님’께도 형체를 부여하는 엄청난 결과가 생긴다.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이다. 과연 박 목사는 영이신 하나님을 그가 설명하는 영체 개념으로 설명해 낼 수 있다는 말인가?

또 그리스도의 영성을 본받는 것이 그의 영성훈련의 목표라고 했으므로 기독론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예수님께서 영과 혼과 몸을 가지셨고, 육신 혹은 혼과는 별도로 영이 변화, 훈련, 성장, 성숙해 가셨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가 영과 혼의 관계에서 영성을 설명했던 그 과정이 그리스도에게도 있었음을 증명해 내어야 한다. 이런 것을 증명해 내지 못하면 그의 영성이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박목사는 예수님에게서 영과 혼과 몸의 구분, 특히 영적 인격과 혼적 인격의 대화와 순종, 조화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말해서도 안 된다. 

박철수 목사는 비기독교적 인간론을 만들어 내었을 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신론과 기독론에도 해를 가해 교회가 전통적으로 가르치고 믿어오던 것과는 다른 개념, 다른 설명을 낳게 할 수밖에 없다. 이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성훈련을 여전히 성경적이며, 역사적 기독교 교리와 전통을 결코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이상한 인간론이 그의 영성(훈련)의 신학적 핵심 내지 신학적 근거이기 때문에 그가 영성, 영성훈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면 어디나 이 인간론을 바탕으로 한 영의 변화, 훈련, 성장, 성숙을 의미하는 비성경적 개념들이 만들어지고 통용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비슷한 용어를 사용하는 박철수 목사의 영성(훈련)에서 이단적인 냄새가 풍기도록 만드는 핵심이다.

기존 신자와 교회에 대한 공격이 없다는 해명에 대하여

박철수 목사의 영성 훈련에 기존 신자와 교회에 대한 공격이 들어있다는 필자의 비판에 대해 박목사는 “본인이 책에서나 설교에서 그러한 언행을 하는 것을 어느 누구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신자들의 영성훈련에 치중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중생여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필자의 비판에 대해 ‘중생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지적이었을 뿐’ ‘영성적 삶의 유무가 중생 여부를 확인하는 새로운 잣대로 사용됨’을 부인하고, “중생은 모든 신앙생활과 영적 성장의 출발졈이라고 답변했다.

이런 박목사의 반론은 비평의 핵심을 비껴가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책에 명백한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의 책에 기존 신자와 교회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 분명히 들어 있다.

기존 신자와 교회에 대한 비판과 공격은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그런 함포사격은 신자와 교회가 금방 비판과 공격임을 느낄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정말 교회에 심각한 해가 되는 것은 교회가 가르쳐 온 것과 똑같은 것을 주장하는 것 같지만 무언가 다른 것을 첨가하고 혼란을 일으키며 결국 잘해보자고 시작하였다가 다른 끝으로 가버리는 그런 가르침이다.

끝이 다른 가르침은 항상 기존 신자나 교회, 혹은 신앙생활의 약점을 지적함으로 시작된다. 그 보완책이나 해결책이 제시되기 때문에 강한 활동력이 있고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에 가서는 기존 교리와 신앙체계에 혼란을 불러오고 개인과 교회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것으로 끝난다. 박목사의 책에서 발견되는 기존 신자와 교회, 신앙에 대한 공격은 이 마지막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박철수 목사의 책을 따른다면 중생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중생이란 박 목사에게도 영혼이 거듭나는 것이다. 죽은 영혼이 살아나는 것이다. 하나님을 만나서 인간의 영혼이 영원한 생명을 소유하는 것을 박목사는 중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중생이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이요, 박목사는 인간을 영, 혼, 몸 혹은 영과 육신(혼+몸)으로 날카롭게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인간론을 따라서 그의 글을 이해해야 한다. 즉 앞에서 다룬 그의 인간론이 중생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성령의 능력으로 다시 살아나는 영’이란 다름 아닌 그의 책에 그림이나 사진으로 소개되는 바로 그런 유체, 즉 눈을 가졌고 입과 귀가 있으며 사지백체가 멀쩡하고, 심장이 박동하는 그런 영적 몸이 생명을 얻는 것이 중생이다. 중생으로 그 영의 심장이 움직이며 드디어 영적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한다. 혼과는 다른 한 인격체, 몸과는 다른 한 몸이 영적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타락 전에는 영혼이 온 몸을 주도하여 하나님의 뜻대로 온전히 사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은 조금도 하나님의 뜻대로 살 수 없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영’이 육체의 권세(사단의 권세) 아래 놓였기 때문이다.”(<삶>, 59쪽). “우리가 중생하는 순간 성령은 사람의 영에 들어와 마치 등불을 켜는 것처럼 죽은 영을 살리신다”(60쪽). 이렇게 다시 살아난 우리의 영, 영적 몸은 영생한다. 실제로 영생을 소유한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영은 거듭난 후에야 비로소 생명 있는 영원한 존재로서의 가치 있는 삶이 시작된다. 그러면 거듭남이란 무엇인가? 거듭남이란, 사단의 권세아래 놓여 종노릇하던 인간이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대속의 공로를 힘입어 자유함과 영원한 생명을 얻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즉 육신이 주도하던 삶이 영혼이 주도하는 삶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한 필수적이면서도 초보적인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거듭남은 종교적인 행위로 될 수 없고,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만 되어진다. 거듭남은 하나님과의 교제가 단절된 부분이 회복되는 것이다. 이것은 무조건적인 하나님의 창조적인 역사로서 우리의 영(영혼) 안에 일어나는 것이며 하나님의 생명을 사람의 영(영혼)에 이전시키는 것임을 말한다.”(61쪽)

전통적인 가르침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그의 글에 중생의 객체인 인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대입하면 이것이 기존 교회의 가르침과 결코 같은 것이 되지 않음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그의 설명은 인간론의 한 부분 즉 순수한 영 즉 그가 유체나 천사와 같은 몸으로 부르는 한 실체에 일에 관한 설명이다.
몸과는 다른 한 몸, 혼과는 다른 나의 생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 점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중생 후의 상태에 관한 그의 글을 인용해 본다.

“결국 성령은 사람의 영을 지배하기 때문에 우리의 영이 점차 지배력을 회복하게 되고 이어서 몸을 다스리게 되어,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으로서 자기를 이기고, 죄를 이기고, 환경을 다스리며, 마귀를 이길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곧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잃었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전 삶을 영 중심으로 살아 드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62쪽)

박목사가 말하는 영성이란 자신의 영 즉 유체, 영체 혹은 사지도 있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천사와 같은 다른 한 몸이 성령의 역사로 죽은 상태에서 살아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중생한 영이 자라나며 변화, 훈련, 성장, 성숙해 가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 그의 영성훈련이다. 영은 한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고, 지정의의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혼 내지 육신과 본체론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분리된다. 영은 혼의 인격을 극복하고 자아를 파쇄하며 영 중심의 삶을 살아가도록 성장하게 된다. 그 출발점이 중생이다.   

박목사를 따르면 중생 직후 사람은 ‘자연상태’에 처해 있다. 중생하기는 했으나 아직 영혼이 각성하지 않은 갖 중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을 영혼과 육체 또는 영, 혼, 육으로 포괄적인 안목을 가지고 바라보면서도 그 영혼의 존재에 관하여 인식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삶>, 37쪽) 단계이다. 영생을 가진 한 개체 영의 갖 태어난 상태다. 이렇게 태어난 신자의 영은 자연상태에서 시작하여 윤리단계, 진리단계, 생명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 성숙해 간다. 이 단계에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하고 적용하며 훈련시키는 것이 박목사의 영성훈련이다.

첫 번째 비평에서 필자는 바로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만약 영성훈련에 들어가는 기존 신자에게 “당신은 중생했는가?”고 묻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존 신자들은 중생이나 영의 존재에 대한 이런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이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훈련에 임하는 상담자는 이 개념들을 이미 모두 배웠고 익혔기 때문에 믿음과 회개와 연결하여서만 중생을 이해하던 훈련생에게 - 박목사의 책 혹은 영성상담의 첫머리에 개입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 영이 무엇이고 중생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설명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설명을 토대로 그 사람이 중생했는지 중생하지 못했는지를 서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박목사의 영성훈련은 단순히 믿음/회개-중생의 확인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영의 중생에 관한 새로운 설명을 배움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즉 교회는 중생이나 성화를 이런 방식으로 가르쳐 온 적이 없기 때문에 중생에 관한 박 목사의 설명은 교회가 과연 중생, 영성에 대하여 바르게 가르쳐 왔는가를 따지고 신자라고 불리는 사람이 이런 기준에 의해서도 과연 중생했다고 할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변화되는 삶을 경험하라>는 책에서 박목사 스스로도 이 방식을 따라 영성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영혼, 영혼의 중생, 이렇게 시작되는 영혼의 삶, 영 중심의 삶 즉 영성이 기존 신자들에게 생소한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그는 이 책의 첫 부분에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여러분이 ‘영혼과 영성’을 공부하면서 자연상태, 윤리, 진리, 생명단계(4가지 단계)가 있다는 견해를 처음 대할 때 자칫 생소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이것이 성경의 진리의 말씀대로 살아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임을 수긍하게 될 것이다.”(<삶>, 39쪽)

그는 인간론을 설명하면서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그리고 인간론의 이해가 교정되어야 함을 특히 인간의 영에 대한 이해가 새롭게 바뀌어야 함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영혼을 한 개체로 인식하는 새로운 가르침이 없이는 중생도 영성도 바르게 주입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비록 중생이라는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개념이 기존 교회의 가르침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적어도 박목사는 그리고 박목사에게 엄격하게 훈련을 받은 영성 지도자들은 신자든, 불신자든 박목사의 책이 다루는 것과 같은 관점에서 중생의 여부를 판가름하지 않겠는가? 기존 성도들과 교회가 유지해온 믿음/회개-중생의 연관성, 그리고 중생여부의 확인의 애매성을 그냥 남겨둘 리 없을 것이란 점은 어렵지 않게 관찰하거나 추측할 수 있다. 그의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목사의 사역이 신자들의 중생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반론에서 박목사는 새로운 개념으로 중생여부를 확인한다는 점을 부인했지만 그의 인간론을 배우고 중생, 영성으로 진입해 가면 누구나 새로운 개념으로 중생여부를 확인하거나 확인 받을 수밖에 없음이 자명해진다. 그리고 이것이 기존 신자들과 교회에 대한 강한 비판과 공격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본인은 중생했다고 생각하는 신자에게 “당신은 중생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다는 식의 적지 않은 얘기들, 신학교 시절부터 중생파라는 별명을 들었다는 그의 자서전적 고백, 사람들로 하여금 거듭나고 은사를 받게 도와주어 지속적인 영적 성장을 도모하게 한다는 그의 사역목표를 우리는 중생에 관한 기존의 설명의 테두리 안에서 이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그가 비성경적인 태도를 오히려 당연시하는 한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자신의 영성목회가 피상담자의 현재의 믿음 상태를 성령님의 지시로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됨을 말하면서 거듭남의 문제를 취급하였다.

“거듭남의 문제에 대하여 어떤 사람들은 요한복음 3장의 내용 중에 바람이 임의로 불매 그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고 말했기 때문에 거듭난 것은 하나님만 아실 수 있을 뿐이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리를 모르는 소리다.”(<삶>, 73쪽)

박목사가 반박하고 있는 말은 요한복음에 예수님의 말씀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예수님을 진리를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니라는 박목사의 해석으로 위의 인용구를 이해하고 싶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위의 인용구 다음에 그는 어렸을 때 있었던 경험을 동원했다. 산에서 열심히 나무를 하다가 땀을 닦으며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그는 경험하곤 했는데 불어오는 바람이 솔솔 바람인지 세고도 시원한 바람인지 자기 자신이 느끼며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결론.

“즉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지만 그 바람의 색깔과 강도가 어떠한 것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거듭난 것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땅히 거듭난 형제가 주님 안에서 지체된 자기의 형제를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73-74쪽)

결국 이 문제에 있어서 박목사는 예수님의 말씀을 뒤집어엎고 말았다. 예수님의 말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 설명도 없이…. 이런 식으로 중생여부를 신앙활동의 최우선적 출발점으로 삼았던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단으로 정죄되었던 역사가 한국교회에 남아 있다. 이런 것은 조용히 한두 마디만 말해도 기존 신자와 교회에 대한 메가톤급 핵폭탄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거듭남에 대한 박목사의 입장이 이러하다면 영성훈련을 시작할 때에 최우선적으로 신자가 과연 거듭난 형제나 자매인지, 확인하는 것은 그에게는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함에 있어서 그는 신자들이 믿음/회개-중생의 도식을 사용하여 중생한 사람으로 자처하는 것을 과연 허용할 수 있을까? ‘중생은 신앙생활과 영적 성장의 출발젼이라는 반론의 진술은 기존 신자들이나 목회자들, 이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믿음/회개-중생의 도식을 그냥 인정하고 자신은 이 전제 위에서만 중생을 확인하거나 영적 성장에 관심을 가진다는 입장 표명일까? 이렇게 보기에는 ‘영적 성장’이라는 표현이 너무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인간론, 이 인간론에 입각한 영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새로운 이해, 그리고 한 인격체로 갓 태어난 영의 성장과 성숙에 대한 박목사의 새로운 훈련이 중생여부를 확인하는 새로운 잣대로 사용될 것을 짐작하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짐작이나 추측만은 아니다.

그의 훈련에 임하는 사람들에게나 그의 책을 읽어가는 사람들에게 영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알도록 요청하고 이 영의 성장과정에 대해 마음의 문을 조금 더 열기를 호소한 다음에 박목사는 곧바로 중생의 문제를 다루었다. 영성적 삶의 부재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부딪치면 신자라도 또 목회자라도 영성적 삶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정확히 배운 다음에야 자신에게 그런 삶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영성적 삶이 무엇인지 박목사에게 배우지 않고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그의 영성훈련은 가치가 없거나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누구에게나 자명한 개념을 누가 배우러 가겠는가? 이미 믿음/회개-중생의 도식과는 다른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신자들이나 목회자들에게 도전과 혼란이 일어난다.

박목사는 그 답을 독자들, 훈련생들이 스스로 찾도록 남겨 두지 않았다. 그의 대답은 첫째, 하나님의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반론과는 달리 ‘영성적 삶의 유무’가 중생을 가늠하는 새로운 잣대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님의 생명이 없다는 것은 곧 중생하지 않았다는 표현이다. 이 부분에 기존 신자와 교회를 향한 조용한 그러나 핵폭탄 투하의 위력을 가진 그의 글을 인용해 본다.

“스스로가 기독교인임을 자처한다 할지라도 그 영혼에 주관적으로 구속사를 적용하시는 성령께서 함께하지 아니하면 생명이 있을 수 없다. 또한 아무리 자기가 믿노라 하여도 그 중심에 죄악된 애굽 기질이 살아나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법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실제적으로는 참 생명을 얻은 중생의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자들은 다음과 같이 ….”(<삶>, 41쪽)

박목사는 이 말에 이어서 중생의 은혜에 도달할 수 있는 여섯 가지 방안을 친절하게 제시해 두었다. 신자가 스스로 기독교인임을 자처하는 근거는 교회에서 복음이란 이름으로 배운 것이다. 교회는 늘 이 문제에 집중해 왔다. 그리고 다른 어떤 조건이 아닌 믿음으로, 믿음만으로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규명해 왔다. 신자들 스스로 고안하고 자신에게 적용하는 원리는 결단코 아니다. 그런데 기존 신자들, 교회의 지주를 건들며 영성적 삶이 없음을 내세워 “하나님의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고 박목사는 그의 책에 선언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영성적 삶이 무엇인지는 금방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그 기초에는 한참을 배우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론, 영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놓여있다. 박목사의 반론이 무색하게 기존 신자들의 삶과 교회의 진로를 흔들어대는 새로운 잣대가 거듭남의 유무를 판단함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비판에서 필자가 지적한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그의 인간론에 바탕을 둔 영성적 삶이라는 주제가 중생의 유무를 판가름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것이 기존 신자와 교회에 대한 비판 내지 공격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목사는 “다만 중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하나님의 법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자 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명백한 답변 없는 반론을 편 것이다.

박목사의 책을 따르면 박목사가 정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믿는 자의 영성이 아니라, 영성적 삶이 없는 사람을 - 교회에서 가르쳐 온 것과는 달리 - 중생하지 못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그의 영성훈련은 기독교인이 과연 중생한 사람인지를 직접 다루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실제 훈련에서는 이 문제가 훨씬 더 강하게 대두될 것임은 여러 사례들(그의 책에도 많이 수록되어 있음)이 증명한다. 기존 교회와 목회자들이 느끼는 피해 감각은 훨씬 더 심각할 것임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신앙과 교회의 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박철수 목사의 두 책을 읽어보면 기존 신자와 교회에 대한 정말 심각한 도전/비판/공격이 곳곳에 들어있다. 적지 않은 사례들이 교회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의 중생여부에 집중되어 있다. 이 사례들은 하나 같이 박목사의 영성훈련을 통해 단지 성령의 능력과 임재, 은사를 체험했을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결론으로 마무리지어져 있다.

누군들 이런 것을 기존 신자와 교회에 대한 공격으로 느끼지 않겠는가? 자신의 책에서 이런 류의 비판과 공격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은 영성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옳은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처음 대하는 기존 신자들과 교회, 목회자들은 그의 책 곳곳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
목회자들에 대한 그의 은근한 그러나 힘있는 비판과 공격을 다시 한 번 인용해 본다.

“목회자들이 영성훈련에 대하여 바로 알지 못한다면 성도들을 바로 양육할 수가 없다. 또한 영성훈련이 되지 않으면 바른 목회를 할 수도 없고, 더 나아가 신앙상담이 없는 영성목회란 물 없는 사막과도 같이 무미건조해 질 수밖에 없다.”(<입문> 190-191쪽)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성령님께서 허락하시는 신비로운 은사들을 신령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실용적 차원에서 사용하는 어리석음을 적잖이 범한다.”(212쪽)

“작금의 한국교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교회 성장 세미나라는 것은 전도 방법, 교회 성장 방법 등 다채롭게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사람의 영혼을 살릴 수가 없다.”(213쪽)

“불신자들에게 예수를 영접시켜서 믿게 하고 세례를 받게 했으니 구원은 이미 받았다는 식의 일반적인 목회 원리와 영성 목회의 원리는 다르다.”(216)

필자는 공연히 그의 성공한 책을 헐뜯은 것이 아니다. 글로 표현된 것은 글자 그대로 읽을 수밖에 없고 글자가 내보이는 것과 논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박목사의 인간론, 특히 영에 대한 독특한 비성경적 설명이 이 모든 것의 뿌리에 놓여 있는 연약한 기반이다.

비성경적 영성훈련에 대하여

사실 필자는 박목사의 반론에 대한 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 이유는 그의 반론이 비평에 대한 핵심을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화살을 피하려고 한다는 느낌, 아니면 화살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반론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처음부터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화살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반론을 썼다는 것은 반론이 박철수 목사의 손에서 나오지 않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아니면 박목사는 자신이 쓴 책의 내용을 본인도 잘 모른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 판이다. 그러나 박목사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상 일단은 모두가 그의 글로 인정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한 결론이 남는다. 박목사는 예봉은 피하고 껍질을 만져 변호하고 비평자를 역공함으로써 비평의 효과를 약화시키려 이 반론을 썼다는 것이다. 어떻든 시작한 글이니까 조금만 더 계속해 본다.

비성경적 영성훈련이란 제하의 비평에 대한 반론에도 같은 분위기가 들어 있다. 비성경적이란 필자의 비평은 우선 이 훈련의 근거에 놓여 있었다. 비성경적 인간론과 영에 대한 이해는 그 위에 견고하게 세워져 있는 박목사의 영성훈련에 비성경적이란 이름표를 붙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이다. 이 논거 위에서 그가 제시한 길고 복잡한 영성훈련 과정은 한 마디로 비성경적이라고 규정될 수밖에 없다.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형태의 영의 실체, 사진에 찍혀 그의 책에까지 인쇄된 생명선이 연결된 영혼의 모습, 이러한 영혼의 중생, 자기 인식, 자라남, 지정의의 활동, 두 인격체의 본체적 분리와 인격적 분리, 영적 인격과 혼적 인격의 대립과 극복, 주도권의 양보와 순종, 혼의 자기파쇄와 영원한 안식, 영을 통한 신인합일과 성령을 통한 직통 흐레마 등등 모두를 비성경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박목사의 반론은 비판할 만한 단어가 거의 들어있지 않는 부분만을 인용하고 그 주장이 비성경적이라고 말한 필자의 비평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많은 독자들은 얼마나 성경적인 목소리인가 하고 성경적인 근거를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는 후원자들의 지명과 함께….

첫째, 성경적 비성경적 논쟁에서는 많은 독자들, 훈련생들 등의 지원자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성경적 근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둘째, 그가 제시하는 성경구절들이 객관적인 보장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 성경을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이미 한 바 있다. 혼자 연구해내는 성경해석법들은 다른 사람들의 수긍이 없으면 결국 비성경적이란 결론에 도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신앙생활은 그래도 내가 옳다고 믿고 주장하게 하는 독선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결론은 없겠지만 이천여 년 동안 존재해온 교회의 원줄기에서는 밀려나게 된다.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이것이 옳다고 말한다면 더 이상 비평과 답변의 공통분모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론을 보낼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은 아직 공통분모 위에 서로가 서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성경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가 이 부분의 반론에 제시한 여러 성경 구절들은 그의 주장을 밀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밀어낸다.

넷째, “신자의 영이 삶의 주체가 된다고 하는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이들은 적지 않으리라 여겨진다”는 박목사의 수긍은 사실은 아주 폭넓은 공감대고 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성경 구절들은 이 점을 수정해 줄 수 있는 그런 구절들은 아니다.

다섯째, 비성경적 인간론, 특히 영의 존재에 대한 설명, 영과 혼의 관계, 성령과 영의 관계에 관한 독특한 이해를 성경에서 증명하려는 것보다는 포기하는 것이 그의 영성훈련이 성경적 뿌리로 돌아올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생각에는 계속 비평의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결국 이단성 여부에 대한 교회의 결정들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영성훈련의 지주에 치명적인 약점, 즉 비성경적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독론에 대하여

박목사의 인간론이 기독론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 올 수 있음을 필자는 첫 번째 비판에서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별도로 ‘다른 기독론’이란 항에서 다른 문제점을 길게 지적했다.
이 비평에 대해 반론을 쓴 사람은 필자의 비평이 “얼마나 무서운 왜곡된 설명인가!”고 한탄을 보냈다. 그 부분을 인용해 본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계획하신 것은 인간이 타락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려고 계획했다고 말씀하신다’는 본인의 글을 인용하고서 정교수는 바로 이어서 ‘즉 그리스도는 인간을 완전한 영적 실제로 만드시기 위한 도구 혹은 구원의 방법이었다는 설명이다’라는 비평을 덧붙였다. 얼마나 무서운 왜곡된 설명인가! 본인은 에베소서 1:3-6을 염두에 두고 타락 전 예정론을 말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본인에게는 명명백백하게 그의 모든 주장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신자의 영성형성의 목표요 목적이라고 말하지 결코 인간을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교회와신앙 6월호 140쪽) 

필자가 엄청난 실수, 내지 모함성 왜곡을 만들어내었다는 것이다. 허구를 만들어 그것을 박목사의 글인양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글을 쓴 박목사는 자신의 책을 필자만큼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첫 비평이 무서운 왜곡인지 아니면 무서운 진실을 지적한 것인지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지적한 것은 ?입문? 25쪽에서 시작된다. 비평의 편의를 위해 각 문장에 일렬번호를 붙여 보았다.

“(1)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계획하신 것은 인간이 타락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것이 아니라, (2) 오히려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려고 계획했다고 말씀하신다. (엡 1:4 인용) … (3) 예를 들자면 농부가 계란을 부화시켜서 병아리로 혹은 닭으로 기르려고 부화기라는 장치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과 같다. … (4) 그래서 하나님은 창조하신 그 인간들을(택한 백성)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령 안에서 재창조하시려는 계획을 창세 전에 세우신 것이다.”(<입문>, 25쪽)

첫째, 박목사는 여기서 비록 엡 1:4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제목을 ‘그리스도인의 구원’으로 잡음으로써 단순히 타락 전 예정의 문제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가 이 부분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계획이 어떻게 역사계에 나타나는 것인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즉 구원론을 다루는 분위기가 훨씬 더 강하다.

둘째, 박목사는 ‘인간의 타락’과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목적의 관계를 부정했다(1). 그의 설명을 따르면 인간의 타락과 죄사함이 예수님께서 오신 목적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

셋째,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목적이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려고 계획하신 것’에 있다고 박목사는 서술했다(2). 떠오르는 질문은 자연히 2번 항의 ‘구원이 무엇인갗 이다. 그것은 타락이나 죄, 심판으로부터의 구원은 아니다. 그렇다면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려고 계획했다는 문장이 지시하는 구원이란 무엇일까? 박목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독자가 연구하도록 배려하지 않았다. 그의 답이 나온다.

넷째, 하나님은 창조하신 그 인간들을(택한 백성)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령 안에서 재창조하시려는 계획을 창세 전에 세우신 것이다(4). 구원은 재창조를 의미한다. 박목사의 책을 읽을 때 유난히 눈에 들어온 단어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였다. ‘말미암아’란 무슨 역할을 하는 토씨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수단, 방법, 원인 아닐까?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인을 완전한 인간으로 만드시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박목사는 썼다.

다섯째, 박목사가 그리스도인의 구원이라고 생각한 것은 타락과 관련이 있지 않고 재창조와 관련이 있다. 재창조의 결과를 그는 “하나님과 함께할 수 있는 영원하고도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으로 지시하고 있다.

여섯째, 이것을 알기 쉽게 알리기 위하여 박목사는 부화기 비유를 동원했다(3). 달걀-병아리-닭은 이 비유에서 분명 타락한 인간-완전한 인간과 연결되는 비유어이다. 농부는 문맥에 비추어 보면 완전한 인간의 재창조를 계획하신 하나님의 비유어이다. 하나가 남았다. 부화기이다. 이 문맥, 그리고 에베소서 1장 4절의 내용과 비교해 본다면 부화기는 그리스도일 수밖에 없다. 부화기가 달걀을 병아리 혹은 닭으로 만드는 도구이듯이 그리스도의 역할을 재창조를 위한 수단, 방법으로 보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 않은가?

이런 박목사의 기독론을 지적하며 우리가 복음을 통해 배운 것과 다르다고 비평한 것이 무서운 왜곡된 설명인가? 아니면 박목사의 무서운 진실인가? 위의 문장에서 박목사는 예수님을 영성 형성의 목표요 목적이라고 전혀 말하고 있지 않다. 위 인용구에 이어지는 문장에서도 예수님을 영성 형성의 목표나 목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우리의 샘플로, 다른 곳에서는 우리의 모델로 강조하고 있다. 이 점을 다음에 논할 것이다.

또 하나의 왜곡된 설명?

박목사는 ‘다른 기독론에 대하여’란 부분에서 위의 비평에 이어 다른 한 비평을 “또 하나님의 왜곡된 설명의 예”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필자의 비평 모두가 왜곡이요 허구임을 알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 반박하고 비평해 온대로 이 역시 왜곡도 허구도 아니다.

그가 지적한 것은 ‘예수님을 닮음’에 대한 그의 견해를 필자가 비평한 부분이다. 필자는 첫 비평에서 박목사의 책이 그리스도를 닮아감의 도를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아무리 모방과 닮음의 도를 강화하더라도 제자들의 삶과 그리스도의 삶이 같아질 수 없음을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예수님의 삶과 제자들의 삶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증인으로 살았을 뿐 예수님을 모방하며 살지는 않았다. 제자들의 삶과 예수님의 삶은 다른 것이다. 예수님의 피흘림과 제자들의 피흘림은 전혀 다른 것에 속한다. 우리가 져야 하는 십자가는 주님이 지신 대속의 십자가는 아니다.”

이 말은 박목사의 글을 직접 인용한 것도 박목사의 주장이 그렇다는 설명도 아니었다. 그리스도를 따름에는 한계가 있다는 필자 자신의 설명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반론자 박목사는 마치 필자가 이것을 박목사가 주장한 것으로 소개한 것인 양 불평하였다. 필자의 글에는 그런 요약이나 그런 평이 들어 있지 않다. 만약 이 문구가 독자들이나 박목사 자신에게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부분이 필자의 설명임을 좀더 분명히 밝혀 두고 싶다.

이 부분에서 필자가 비평한 요지는 박목사가 예수님의 십자가와 제자들의 십자가, 예수님의 피흘림과 제자들의 피흘림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재창조와 관련하여 예수님을 모방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박목사가 사용한 단어 ‘샘플’, 혹은 ‘모델’에서 였다. 박목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중생시키시고 거룩하게 만드시며 재창조해 가시는 그 목표점을 제시하면서 예수님을 우리의 ‘샘플’이라고 불렀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듭나게 해서 거룩하게 만들고 재창조의 과정을 통하여 이미 우리에게 예수님을 샘플로 보여주셨듯이 우리도 예수님과 같은 영화로운 존재로 변화 받을 것이다.”(<입문>, 26쪽)

박목사는 그리스도를 대속의 주님으로 보기보다는 우리의 삶의 모델로 제시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셨던 예수님은 완전한 하나님으로, 또한 완전한 사람으로 이 땅에 오셔서 이후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영성적인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모델로서의 삶을 완전하게 제시하셨다. 또한 예수님의 제자들은 신비로웠던 예수님의 일생을 직접 목도하고, 경험함을 통하여 예수님을 주님으로 메시야로 받아들이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자들로서 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래지 않아 예수님처럼 핍박과 죽음을 경험했으며 피를 흘림으로써 자신의 믿음을 증거하여 기독교 신앙의 역사 현장에서 귀한 사역을 감당했다.”(<삶> 18쪽)

샘플은 무엇인가? 모델은? 이것은 상업적인 용어이다. 샘플과 원제품은 정확하게 같아야 한다. 모델은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할 때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줌으로 그것이 자신에게 적용될 때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역시 같다, 같아져야 한다는 어감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용어들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을 본받으라고 할 때는 특수한 것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제자들이 예수님과 전적으로 같아져야 한다는 인상을 풍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목사의 주장은 예수님의 전 생애와 영성적 삶의 전체를 비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완성된 모습을 그리스도의 완전한 모습과 비교하며 샘플, 모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만약 이렇게 전인적인 상태의 제자들과 예수님을 비교하며 샘플, 모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제자들이 이렇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자들로” 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면 박목사의 글은 제자들의 십자가와 예수님의 십자가를 동일시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바로 이 위험을 감지하고 필자는 모방의 한계를 그렇게까지 될 수 없다고 서술하였다.

또 하나의 왜곡도 없는 것이다. 반론자가 필자의 글을 오해했을 뿐이다. 동시에 박목사의 글과 용어의 선택도 오해의 소지를 다분히 담고 있다. 더욱 박목사가 인간론을 영, 혼, 몸으로 구분하거나, 영과 육신(혼+몸)으로 구분하여 이러한 관점에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뒤따르는 제자들의 모델, 샘플로 제시하는 것은 큰 종합적인 비성경적 구원론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잘못된 세계관에 대하여

필자의 첫 비평에 대해 박목사는 “정교수는 여기서 성경학자이면서도 같은 표현이 다른 개념을 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 이유는 필자가 지적한 ‘세상’ 개념은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인간을 가리키지만 박목사가 사용한 ‘세상’ 개념은 “부정적 의미에서의 세상” 즉 어둠의 권세 곧 마귀가 지배하고 있는 영역 또는 마귀에게 속한 자들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목사의 비평은 이 부분에서도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그의 두 책은 세상의 의미를 우주론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나님의 창조로부터 시작하여 구속, 종말에 이르는 전체 세상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려 넣으면서까지 전체를 다루는 것이었다. 물론 필자도 전체적, 우주적인 의미에서 누가 다스리시는 분이신가를 말하며 박목사의 잘못된 세계관을 비평했었다.

필자가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인 사람들을 세상이라고 표현했고, 박목사는 하나님에게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세상이라고 표현했으므로 비판도 답변도 필요없는 비등가개념이라는 설명은 박목사의 책도, 필자의 비판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첫 비판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다음에 다룰 문제와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잘못된 구원관에 대하여
필자는 첫 비평에서 “박목사의 원리대로 한다면 예수님의 피값은 사탄을 향한 것이다”고 썼다. 박목사는 이 비평을 “역시 굴절된 시각에서의 주관적 해석과 비판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말이 나오게 된 문맥과 배경을 골 1:13-14; 엡 2:1-10으로 설명한 다음에 “본인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속을 통하여 마귀에게서 건져냄을 받았다고 강조한 것이지, ‘사탄에게서 사람들을 사기 위하여 예수님의 죽음이 필요했다’는 말이 아니었다”고 설명해 놓았다.

굴절된 시각, 편향된 곡해와 모함이 필자의 비평이라는 그의 논지가 이곳에도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정말 필자가 꾸며낸 말인가? 독자들이 그의 글을 직접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구원이란 마귀가 다스리는 세상에서 하나님이 다스리는 현세천국으로 건져냄을 말한다. 즉 마귀의 종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으로 재창조되는 것이다.”(<입문>, 203쪽)

“구원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서 건져냈다는 말로서 마귀가 다스리는 이 세상에서 현세천국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성경말씀 대로 마귀가 다스리는 이 세상나라에서 예수님의 피값을 주고 사서 건져내었다는 말이다.”(<입문>, 208쪽)

“예수님을 믿을 때 양자의 영을 받고서 아바 아버지로 부를 수 있다는 말은 우리가 믿기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님의 택하신 자녀였기 때문에 아버지로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마귀에게 빼앗겼던 우리를 되찾기 위하여 예수님의 피를 값으로 주고 마귀로부터 우리를 건져낸 것이다. (골 1:13 인용) … 마치 흉악한 범죄자에게 납치된 자녀를 많은 돈을 대가로 치르고 되찾는 것처럼 우리가 그런 하나님의 자녀라는 긍지와 확신이 있어야 한다.”(<입문>, 138쪽)

필자의 비평은 박목사의 견해 책을 오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르게 지적하고 그 핵심요소를 비평한 것이었다. 엄청난 왜곡이나 굴절된 시각으로가 아니라 그가 문자로 기록해 놓은 그대로 이해하려고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었다. 글이 의사를 전달하고 사상을 실어나르는 충분한 그릇이 될 수 있다면 그의 책들, 반론은 그의 사고와 주장, 그리고 의도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필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그 토대 위에서 성경과 비교하며 비평문을 만들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박목사의 잘못된 세계관이 그리스도의 피가 누구를 향한 것인가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서 세상의 권세 잡은 자 마귀에게 드려진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만약 우주를 여전히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세상으로 받아들였다면 - ?입문?의 개정판에서 이 부분을 수정한 것처럼 -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가 사단에게 드려진 몸값이 아니라 죄인을 향해 진노하시고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대속의 값이었음을 말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박목사가 이 부분만 수정한다고 해서 비성경적인 그의 견해가 다 수정되지는 않는다. 그의 세계관이 하나님의 통치세계로 바꾸지 않는다면 논리적으로 더 큰 문제를 파생시킬 뿐이다.

맺는 말

이왕 쓰기 시작한 김에 첫 비평에서 지적했으나 박목사가 반론에서 취급하지 않았던 다른 중요한 주제들을 이곳에 더 넓게 확장하여 다루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필요하다면 <입문>의 개정판도 비평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이 정도에서 멈추어도 박철수 목사의 영성훈련이 체험과 교회 밖 요소에서 형성되어 성경으로 끌고 들어온 것임을 말하는 데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더 언급하고 싶은 이상한 주장들을 제목만 언급해 본다면, △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형상은 삼위일체를 따라 영, 혼, 몸으로 설명하는 것, △ 경험에 의존하는 그의 영성훈련의 한계와 위험성, △ 영혼의 아버지와 육체의 아버지를 구별하는 이원론, △ 혼에 속하고 파쇄되어야 할 자아의 문제, △ 신인합일, △ 두 종류의 성령 충만, △ 자아분열과 이중 인격의 문제, △ 윤리 도덕의 평가절하 문제, △ 완전주의적 성향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모든 비평거리들이 잘못된 인간론의 수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처음에 비평했던 대로 박철수 목사의 영성훈련은 성경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기존 신앙생활, 교회의 존립과 미래를 심히 어둡게 만드는 인간, 인간론 중심의 훈련 방법일 뿐이다.
이 인간론은 신론과 기독론에 심한 해를 가할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