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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닉 부이치치의 허그>
팔다리 없는 그가 말한다 “행복하다”고
2010년 10월 18일 (월) 06:11:40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

   
“난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며 지금 이 순간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자신의 삶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날도 그는 300여 명쯤 되는 10대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만나본 그룹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개인적인 감정과 믿음을 설명하는 도중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헤쳐 나온 난관들을 설명하다 문득 돌아보니 언제부터인가 학생과 교사들이 모두 울고 있었다. 어떤 여학생은 고개를 묻고 심하게 흐느끼기까지 했다. 어찌된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본의 아니게 그 친구의 끔찍한 기억과 상처를 건드린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 여학생은 슬픔과 눈물을 삼켜 가며 머뭇머뭇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놀랍고도 용감한 질문을 했다. 앞에 나가서 한번 안아 봐도 괜찮겠느냐는 얘기였다. 너무도 뜻밖이어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오라고 했다. 여학생은 눈물을 훔치며 청중들 앞에 나섰다. 그러고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를 서슴없이 끌어안았다. 안고 또 안았다.

그 뿐 아니라 강당에 있는 이들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소녀가 귀에 속삭였다. “아무도 지금 그대로의 내 모습이 예쁘다고 얘기해 주지 않았어요. 사랑한다고 말해 준 이도 없었고요. 그런데 그쪽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당신이 참 멋진 사람이라는 얘길 해주고 싶었어요.”

그의 인생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때까지도 그는 스스로의 일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있던 중이었다. 그날의 그의 경험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무언가 특별한 일로 세상에 유익을 끼치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세계를 돌며 희망을 전하는 닉 부이치치(27·Nick Vujicic)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한 책 <닉 부이치치의 허그>(두란노출판, 2010년 10월 발행)가 출간됐다. 누구든지 척박한 환경에서 고단한 세월을 보내노라면 자기회의와 절망에 빠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인생이 참 불공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약 1:2)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이 가르침을 받아들이기까지 개인적으로 오랜 씨름을 벌여야 했다고 고백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두 팔도, 두 다리도 없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27살이다. 1982년 12월 4일 ‘해표지증’(phocomelia)이라는 증상을 안고 태어났다. 기형을 가졌다든지 팔이나 다리가 없이 태어난 아기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그의 눈은 세상이 보는 눈과 달랐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남들도 나 못지않게, 경우에 따라서는 더 버거운 짐을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었다”고 말이다.

“고통스러운 상황은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다. 눈을 의심해야 할 만큼 잔인한 상황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빈민가에서 표현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사는 이들 가운데도 단순히 생존을 넘어 훌륭하게 자기 인생을 가꿔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이 지난날 온갖 난관과 장애를 딛고 일어섰던 경험들을 소개한다. 한편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의 목표를 분명하게 정할 뿐만 아니라 숨 막히도록 멋진 삶의 통로를 찾기 바란다고 기대한다.

고된 시련과 쓰라린 역경 가운데서도 소망의 끈을 놓지 않는 방법들에 대해 몇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목적의식 △결코 스러지지 않는 확실한 소망 △하나님과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는 굳센 믿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과 용납 △고상한 태도 △용맹스러운 기상 △기꺼이 달라지려는 의지 △믿고 의지하는 자세 △기회에 목말라하는 갈증 △위험을 감지하고 삶을 굽어볼 줄 아는 능력 △나보다 남을 먼저 섬기는 소명감 등이다.

솔직히 말해 저자 역시 일 년 내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이 원리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험한 길을 걸으며 가져야 할 몇 가지 중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깨달았다고 털어 놓는다. 한계를 뛰어넘는 삶을 살자면 이런 요소들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열거된 각각의 마음가짐을 각 장에서 하나씩 설명해 나간다.

“지금 가파른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가? 바닥에 쓰러져 다시 일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가? 어떤 느낌인지 잘 안다. 모르긴 해도 인간이라면 너나없이 최소한 한두 번은 겪는 일이다. 날이면 날마다 만사형통일 수는 없다. 하지만 거세게 닥쳐오는 도전을 잘 극복한다면 더 강해질 뿐 아니라 주어진 여건에 더욱 감사하게 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잘 다루는가 하는 점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저자의 영혼이 너무나 아름다워 신체적 정상인이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그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서핑을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골프공을 치고, 자빠졌다 일어나고, 청중들 앞에서 강연하고 하는 모습을 보고는 박수갈채를 보냈던 사람들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친구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고 있노라니 이것저것 불만스러웠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이 친구는 팔다리가 없어도 연신 싱글벙글인데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하고 말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누구나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 전혀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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