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택 총신대신대원 신약학 교수

<교회와신앙> 5월호에 게재된 비판문에 대해 정중하고 친절하게 반론을 제시한 박철수 목사께 먼저 고마움을 말하고 싶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겸손한 어투에 인간적인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를 비판한다는 것은 내용의 진위에 관계없이 일단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의 책을 읽고 비판문을 쓸 때, 나는 박 목사에게 어떤 선입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편견도 없었다. 더욱 미리 내려놓은 결론도 없었고, 그 결론에 짜 맞추기 위한 비판문을 쓰지도 않았다. 나는 단순한 호기심 반, 신앙적 내지 신학적 기대 반, 그런 자세로 그의 책을 읽었다. ‘영성’이란 단어가 부드러운 봄바람처럼 슬며시 이 땅에 상륙한 이후 이 용어에 적지 않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성이란 단어는 기독교 역사 2000년 동안 항상 교회 안에 존재했다.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이다. 영이신 하나님을 섬기는 것은 영성을 떠나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과 한 개인 사이의 영적 관계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특성 때문에 ‘영성’은 믿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공동체에서는, 심지어 믿음의 가정에서조차도, 신앙과 생활의 규범 내지 원리로 자리잡지 못하고, 대개 개인의 신앙 체험으로, 수도원이나 기도원의 이상으로, 신비주의자들의 비밀로 명맥을 이어왔다.

한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믿는 사람들일 경우 ‘영성’이 통용되는 범위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존재하기 위하여 전도와 교육, 사회개혁과 계몽, 기독교적 이상국가 건설 혹은 세계의 평화 등에 힘을 더 쏟았다. ‘영성’은 아주 좁게 하나님과 하나님을 믿는 사람의 개인적 과제로 남겨놓고, 그 결과를 사회적 삶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한국에 한 번 상륙한 ‘영성’은 곳에 따라 때로는 미풍으로 때로는 돌풍으로 변하면서 교회의 활동과 기독교인의 모임에 마구 통용되고 있다. 예배, 설교, 교육, 성경공부, 세미나, 기도회, 봉사 등 교회의 제반 활동에 영성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뭔가 좀 멋쩍게 느껴지는 그런 추세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세기에 한국 교회에 범람했던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이 모습만 조금 바꾼 채, ‘영성’이란 이름표를 달고 다니는 상황이다.

유행처럼 왔다 사라진 그런 주제들이 한국 교회에 얼마나 많았던가! 이렇게 한 주제와 그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 활동이 한국 교회를 한 번씩 강타할 때마다, 교인들, 교역자들 그리고 교회는 때로는 새로운 활력소를 얻는 것 같다가도 이내 고통을 당했다. 큰 상처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세상의 빛’으로, ‘이 땅의 소금’으로 존재해야 할 교회에 남겨진 희뿌연 그림자들 또한 얼마나 큰가! 이런 것이 복음 전파와 교회 부흥을 방해하지 않는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영성’이란 용어가 그 후속타가 되지 않을까? 아니면, 이번에는 정말 한국 교회가 제대로 방향타를 잡은 것일까? 이런 우려 반, 호기심 반을 가지고 나는 박철수 목사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책에 기록된 것을 이해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박목사의 영성 훈련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운동이 아니라면, 그리고 정말 성경이 보장하는 그런 ‘진정한 기독교적 영성’의 교육, 훈련, 실천이라면 그의 ‘영성’ 훈련이 봄철 황사처럼 쉬 사라지는 그런 현상은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의 비평문을 쓸 때나, 그의 반론을 읽고 다시 몇 번씩 그의 책을 읽고 이 두번째 비평을 쓰는 지금이나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박 목사의 영성훈련이 비성경적이요 전통 기독교의 많은 교리를 뿌리 채 흔들어 놓는 것임을 말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나의 선입견과 주관성, 자의적인 이해로 인한 오해를 비평문이라고 소개했다는 반성은 조금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나의 첫 비평에 대한 박 목사의 반론은 알맹이가 없는 답변이다. 내가 제기한 의문과 비평에 아무런 답변도 제시되지 않았다. 아래에 그의 반론에 나타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다시 한 번 그의 영성훈련의 비성경적, 반기독교적 요소들을 정리하려 한다.

1. 영성 훈련의 뿌리와 범위를 명확히 보여주는 두 책

나의 비평에 대한 박 목사의 주요 반론은 자신의 “열 권에 가까운 저서” 중 유독 <영성훈련입문>과 <변화된 삶을 경험하라>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그는 이 점을 지적하며 “정훈택 교수의 학자적 양식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고 썼다. 그의 “중요한 성경강해 저서들을 제대로 읽지 않고 쓴 것이므로 방법론적으로 볼 때 객관성과 공평성 그리고 학문성이 애초부터 결여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다른 책들을 두루 연구하고 적절한 평을 하라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그가 더 읽고 배우라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그의 성경 강해집들 (<모세 오경>, <여호수아, 사사기, 룻기>, <사무엘, 열왕기, 역대기>,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시편 상>, <시편 하>, <마태복음>, <사도행전>), 월간 <영성의 샘> 21권.

<영성의 샘>에는 극히 짧고 단편적인 박 목사의 글이 나올 뿐 대부분 다른 기사, 다른 사람들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강해집들은 성경을 강해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서, 그 다루는 주제나 내용이 성경 본문과 관련된 것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이 책들은 박 목사의 사고 체계가 집중적으로 표현될 수 없는 그런 책들이다.

이에 비해 <능력있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영성 훈련 입문>(이하 <입문>으로 지시함)과 <변화되는 삶을 경험하라>(이하 <삶>이라고 지시함)는 두 책은 강해서에서 다룰 수 없는 그의 기본적인 생각들, 그의 사고 체계 전체를 보여준다. “입문”이란 알아도 좋고 몰라도 그만인 그런 내용을 기술해 놓은 사소한 책이 아니다. 다른 모든 저술들을 쌓아갈 수 있는 기초,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원리를 소개하는 안내서가 “입문”이다.

이에 비해 박 목사의 다른 책들은 이 입문서에 체계적으로 서술된 원리를 성경의 각 부분에 확대하여 적용하고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는 강해서이다. 성경 각 책의 내용들을 연구하여 그 전체를 종합하여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테두리를 제시하는 것을 우리는 입문서라고 부른다.
박 목사는 그의 책 <입문>이 이러한 중요한 뿌리 혹은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것임을 스스로 밝혀 놓았다. 몇 구절만 인용해 본다.

“이와 같이 ‘영혼’과 ‘육체’의 개념 정리가 올바로 되어 있지 않으면 성경을 상고함에 있어서 심각한 오류에 빠지고 말 것이다”(<입문>, 20쪽).

“인간에 관하여 우리가 너무 편협되게 자기 중심적으로 이해하면 우리의 영적 사고의 폭이 좁아져서 도리어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그 깊이나 넓이를 경험하고 깨닫기도 전에 도외시하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입문>, 45쪽).

성경을 연구할 때 바른 인간론에 입각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경을 읽어도 바로 읽어내지 못하고 오류에 빠진다. 곡해하게 된다. <입문>과 <삶>에 설명해 놓은 그의 인간론은 성경강해의 틀이 되고 있다. 그는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삶> 111-115쪽에 설명해 놓았다. 강해집이란 그가 성경 이해의 길잡이라고 생각한 그의 인간론, 그리고 그의 성경해석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놓은 책들임을 알 수 있다.

더 많은 구절들을 인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두 인용문만 해도 충분하다. 그의 <입문>이 성경을 읽고 성경대로 영성적 신앙생활을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를 갖추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입문> 33, 75, 76, 178, 179-180, 186-187, 188, 200 쪽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삶>도 같은 성격의 책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 이렇게 제안했다:
“목회 일선에서 목양하시는 교역자님들과 영성적 삶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는 성도 여러분께 이 책이 영적 성장을 위한 좋은 안내 지침서로 활용되어지길 바란다”(<삶>, 6쪽).

이 책의 내용도 이 서론에 어울리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박 목사의 두 책 <입문>과 <삶>은 훌륭한 입문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든지 이 두 책만을 읽어도 그의 영성훈련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박 목사의 영성훈련에 대해 내가 지극히 기본적인 이 두 책만을 읽고 비판했다고 해서 학자적 양식이나 자질이 부족하다고 할 사람은 아마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아니 학적 효율성을 위해서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이상과 같이 말하는 것은 박 목사의 영성훈련이 그의 십여 권의 책에 충분히 공개되어 있음을 전제로 삼고 있다. 기존 교회로부터 비판을 받는 집단들은 대개 그들의 핵심적 주장을 문서로 표현하거나 책으로 발표하지 않고 구술로 전달하고 전수한다. 가장 중요한 원리는 대개 기억력 속에만 살아 있다. 그래서 표현된 문서, 저술만을 가지고는 그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가 극히 어렵다.

박 목사의 영성훈련에도 이러한 감추어진 요소가 있다면 나의 비판은 그가 지적한 대로 “허구성”을 지니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생각과 훈련방법을 공개하기를 꺼리지 않았고, 모두 공개했으며, 이것이 그가 저술한 십여 권의 단행본과 ?영성의 샘?이란 잡지에 모두 발표되어 있다면, 그의 두 책 <입문>과 <삶>은 그의 사상이 체계적으로 가장 잘 집약되어 있는 그런 책이다. 따라서 이 두 책을 읽어도 결코 편협하거나 몰상식한 이해 혹은 비판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다.

2. 책에 대한 스스로의 폄하

이 중요한 두 책을 읽고 쓴 비평문의 효과를 떨어뜨리기 위해 박 목사는 반론에서 자신의 책을 스스로 폄하하여 수정의 필연성과 필요성을 밝혀 놓았다. 자신의 책을 자신이 평하고 수정하는 것은 저자의 자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폄하는 이 책을 쓰고 배포하고 사용했던 이전의 용기, 자신감, 정열 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책 혹은 이 책과 같은 내용이 도움이 되어 이제 진정한 영성적 삶을 누린다고 자부하는 수많은 훈련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그는 그의 책 <입문>이 유독 “집중적인 비평의 대상이 되어 온 사실을 유의”하고 이 책에 “자주 등장되는 신비한 영적 체험 간증들과 인간론의 부적절한 표현들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개정판을 내기로 하였다”고 진술했다. 가급적이면 개정판에 대한 비평을 써 달라고 부탁했음도 기술해 놓았다.

그의 설명을 따르면 이 입문서는 그의 영성훈련을 가장 잘, 그리고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책이 아니라 “예비과정에 등록하여 처음 영성훈련을 받기 시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일부러 개인적인 영적 체험들을 자주 예로 들어 설교하였던 녹음 테이프를 풀어 옮기는 형식으로 저술된 것”이다.

신학자가 비평할 만한 그런 “체계적 신학 이론서가 결코 아니었던 것”이 아닌데 뭘 신경을 쓰느냐는 식의 반론이다. 나의 비판문이 나가기 전에 이미 개정판이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입문?에 대해 비평하는 것은 별 가치 없는 평이라는 지적이다. 직접 그의 글을 인용해 본다.

“먼저 다시 한 번 분명히 강조해 두고자 하는 것은 본인의 <입문>은 학문적인 체계를 갖춘 논문도 신학서적도 아니라 영성훈련 예비교육용 설교를 풀어 옮긴 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변화된 삶>은 영성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앙생활의 단계들과 영적인 현상들을 실제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한 것이기에 전통적인 신학용어나 이론체계에 없는 용어와 설명들이 많음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위 1번에서 그의 두 책 <입문>과 <삶>이 이런 식으로 폄하할 성질의 책 즉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그런 책이 아님을 지적했다. 이 두 책이 없이는 그의 다른 책들 즉 강해서들을 읽어내고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 책들은 그의 영성훈련의 입문서로서 영성훈련의 중요한 기초가 그런 대로 체계적으로 기록된 책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 과정을 쉽게 풀어 써 놓은 필요한 입문서다.

그의 글을 참고하면 지금까지 이 책들을 사용한 사람들은 일만 명이 넘는다. 이 수치가 현재까지 훈련받은 사람들을 지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훈련에 임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만 명을 최소치로 어림잡아도 좋을 것이다. 출판된 책을 기준으로 하면 그의 영성훈련의 기초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읽혔을 것이며 사람들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모든 분들이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입문>과 <삶>의 내용을 -박 목사가 반론에 설명했듯이- 정말 그렇게 가볍게 듣고 가볍게 배웠을까? 예비과정에 등록하여 처음 영성훈련을 받기 시작하는 그런 초보적인 내용이라고 등한히 했을까? 언제라도 수정할 수 있는-비록 그런 과정을 밟는 사람들을 위한 쉬운 책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어렵게 체계적으로 써나간 조직적인 학문서나 별 다름이 없다. 누구도 박 목사의 영성훈련과 관계하여 이 책들의 가치를 폄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영성훈련을 위한 기초단계에서는 가장 요긴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전체 훈련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 지표, 방향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책을 수정할 권한은 있다. 그러나 한 번 출판된 책은 재판을 하더라도 그 역사적인 결과를 영원히 남겨 놓는다.
만약 <입문>의 재판에서 박 목사가 그 근본적인 내용을 수정한다면 이미 초판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심어진 잘못된 사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 목사는 훈련받은 모든 사람들, 즉 교역자들과 성도들을 리콜하여 교정하여 줄 용의가 있는가? 아니면 이전의 내용을 파기하는 선언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렇게 하지 못하면 근본적인 내용을 수정한다 하더라도 수정하기 전에 교육받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그 근본적인 내용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나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입문>의 재판이 나오더라도 내가 비판한 내용이 과격하게 바뀌어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내용들을 모두 수정하면 박 목사의 영성훈련의 특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책 <삶>에도 그 기본적인 원리가 그대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강해집들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 내가 기대하기로는 - 이 원리들이 그 책에도 그대로 반복될 것이 틀림없다. 성경해석의 틀이 되는 것이 <입문>과 <삶>이기 때문이다.

박 목사가 자신의 저술을 폄하하기까지 하는 것은 단지 비평문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비판의 화살촉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개정판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한다고 공언한 목적이 영성훈련의 근본 원리를 고치기 위함이 아니라, 다름 아닌 “신비한 영적 체험 간증들과 인간론의 부적절한 표현들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비평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그의 영성훈련의 핵심 내용을 비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영성훈련의 원리가 수정되지 않는 한 비성경적 내지 비기독교적이라는 비평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비판의 허구성”에 대하여

박 목사는 나의 비평에 대한 반론을 시작하며 “허락된 지면 관계로, 우리는 그의 비판논문의 허구성 모두를 구체적으로 낱낱이 지적할 수 없겠으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지적하기로 하겠다”고 썼다. 즉 나의 비판 모두가 내가 꾸며낸 얘기인데 그 중 여섯 가지에 대해서만 반론을 제시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그가 반론을 펴지 않는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나의 비평이 옳지 않음을 즉 꾸며낸 얘기, 허구의 비평임을 지적한다는 입장이다.

나는 내 비평이 내 멋대로 꾸며낸 얘기가 아니요 그의 책들을 -글이 알리고 있는 대로 이해하고- 정확하게 비평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 우선 그가 “허구”라고 지적한 여섯 가지 주제를 따르며, 나의 비평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임을 그의 책에서 다시 한 번 지적해 보겠다. 그 다음에 그가 남겨 놓은 더 중요한 주제들을 보다 정확하게 비평해 보겠다.

4. 다른 용어의 사용 문제

 ‘방법론적인 문제’에 대한 답변에서 첫째, 박 목사는 자신이 “전통적인 신학용어나 이론체계에 없는 용어와 설명들이 많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점을 당연시하며, “영성”, “열린 예배”, “패러다임 전환” 등을 들어 전통주의적 신학자들이 새로운 용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의 이 반론은 나의 비평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면, 비평의 목표를 살짝 비껴놓는 것이다. 나는 그가 새로운 용어들을 사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기독교인에게 보편화되어 있는 용어들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평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용어들을 회피하고 이것을 다른 용어, 새로운 용어로 대체했다면 결국 그가 말하려는 것은 교회가 전통적으로 이천여 년 동안 말해오던 것을 떠나는 것이 아니냐는 비평이었다.

그 중 한 예로 지적한 것이 “구속의 적용” 혹은 “구원의 서정”에 해당하는 “주관적 구속사”라는 용어였다.

이 지적에 대해 박 목사는 갈라디아서 2장 20절이 “보편적 구속사”와 “개인적 구속사”의 관계를 논하는데 별걸 다 문제삼는다고 불평했다(그가 반론에 사용한 “보편적 구속사”는 그의 책의 “객관적 구속사”를, “개인적 구속사”는 그의 책의 “주관적 구속사”를 의미한다).

더 많은 예를 들 수 있지만 이 용어만을 특별히 거론한 것은 이 용어가 그의 책에 여러 번 등장하고, 이 “주관적 구속사”라는 것이 성경 전체에 흐르는 “객관적 구속사”의 짝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은 ‘인간의 역사’나 ‘세상의 역사’의 대조개념으로 ‘구속사’란 용어를 즐겨 쓴다. 즉 성경은 인류의 역사나 이 세상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이 인간사 그리고 세상사 속에 끊임없이 흘러 내려온 하나님의 일방적인 구속 사역을 적어놓았고, 후대 사람들에게 이 하나님의 사역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 하나님의 특별한 구속 사역이 들어 있는 한 성경에서는 아주 중요한 사건으로 취급되어 있다는 식의 설명이다.

구약성경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 사건들이 역사적 진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 즉 구속적 삶과 뗄 수 없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 신학자들은 구약성경의 구속사적 성경해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구약성경을 그리스도와의 관련성에서 설명하는 것은 신약성경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에 기록된 각 사건들이 현재 믿는 사람들의 신앙여정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보여 준다는 식으로는 설명하지 않았다. 구약의 사건들을 우리의 삶의 경고 내지 권고로 제시할 때도 신앙여정의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특수한 사건을 한 사례로 비교함으로써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것을 피해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그런데 박 목사는 주관적 구속사란 이름으로 구약성경 전체를 신앙인들의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책으로 재해석한다. 신앙생활을 애굽 단계, 출애굽 단계, 가나안 단계 등으로 구분함으로써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그런 역사를 가졌고, 이 역사 속에 하나님의 구속사역이 나타났다는 것을 약화시켰다. 그리고 한 개인의 신앙 생활을 보여 주는 그런 종류의 책으로 강조하여 놓았다. 이것은 구약성경이 존재하는 본래의 의미와 역할은 아니다.

갈라디아서 2:20은 박 목사가 말하는 구약성경의 “주관적 구속사” 내지 “개인적 구속사”를 보장하는 구절이 아니다. 바울 사도는 이 구절에서 그리스도의 죽음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그 결과 우리 믿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긴 구약시대의 하나님의 구속사역의 결과로 그리스도의 생애가 세워졌고 그 그리스도의 생애, 특히 죽음과 부활에 믿는 자도 동참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육체 안에 살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요, 내 안에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사는 것이란 설명이다. 이것을 어떻게 개인적 구속사 혹은 주관적 구속사라고 부르는가? 이 구절을 근거로 구약성경에서 개인의 삶에 대한 실제적 개인적 ‘주관적 구속사’의 의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천여 년 동안 기독교인들에게 일반화되어 있는 용어들을 일부러 피하고 -이와 같은 예는 얼마든지 더 들 수 있다- 누구도 사용한 적이 없는 새로운 용어, 새로운 개념에 기독교 진리를 담아보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용어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용어를 채택하고 이 다른 용어로 성경의 특정한 부분이나 특정한 주제를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전통적 기독교에 대해 반기를 들고, 전통적 기독교로부터의 이탈을 시도하는 것이다.

박 목사처럼 성경을 설명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가 사용하는 단어, 그가 사용하는 개념들을 따른다면 새로운 기독교, 새로운 신앙, 그리고 새로운 교리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이미 고정된 개념들을 다르게, 새로운 용어로 설명하는 것은 이천여 년 동안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잘못 읽고 잘못 적용하며 잘못 교리를 추출해 왔음을 말하는 것이나 별로 다름이 없다.

기독교 신앙은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복음이란 이름으로 물려받은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용어들을 앞 세대가 사용한 그 의미 그 개념 그대로 배우고 익히고 사용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다음 세대에 그대로 넘겨주는 것이 우리에게 최우선적으로 부과된 과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역사적 교회, 실제 기독교의 한 부분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도 우리와 같이 역사적 교회의 한 부분으로 살도록 권하는 것이다.

이미 존재해 오던 용어와 그 의미를 무시하고 새로운 단어와 새로운 개념을 사용하여 이를 설명하는 것은 말처럼 단순하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가 비평한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기존의 단어, 개념들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피하고 새로운 용어에 의존하는 박 목사의 영성훈련은 전통 기독교를 이탈하는 신호로 보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천여 년 동안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잘못 읽어왔고 잘못된 교리, 개념들을 추려 내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새로운 것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을 누가 문제 삼겠는가? 그러나 새로운 용어가 이천여 년 동안 사용해온 용어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내포하고 있다면 이전의 교회, 이전의 기독교와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주장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세로 보일 수밖에 없다.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데 대한 이러한 비판을 그의 ‘인간론’, ‘영혼’, ‘성령 충만’, ‘하나님의 형상’, ‘성전’ 등의 용어로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번잡한 논문을 쓰고 싶지 않아서 ‘주관적 구속사’란 용어의 예로 그쳤던 것이다.

5. 성경해석학의 문제

성경해석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4장에서 하갈과 사라를 율법과 복음으로 설명했다. 하갈에게서 난 이스마엘은 비록 율법을 따라 났으나 종이다. 따라서 내어 쫓긴다. 이삭은 약속을 따라 난 아들이요 성령을 따라난 자유인이다. 바울 사도가 하갈과 사라를 비유로 해석함으로써 성도들에게 주고자 하는 교훈은 복음을 믿는 사람들은 이삭과 같이 하나님의 약속과 성령을 따라난 자유인이라는 점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로 자유케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세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 5:1).

그러나 박목사는 - 바울 사도의 설명은 객관적 구속사를 설명하는 것뿐이므로 - 성경의 이 설명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주관적 구속사’ 내지 ‘개인적 구속사’를 찾기 위해 이 사건의 모든 요소를 비유로 해석해 나간다. 그는 이 비유에서 신자들의 영혼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교훈을 찾아냈다.

그의 설명을 따르면, 에서가 태어난 것은 어머니에게서 우리의 육체가 출생하는 것을, 야곱이 태어난 것은 영혼이 거듭나는 것을 상징하는 비유이다. 야곱이 뒤늦게 태어나는 것처럼, 영혼의 거듭남이 육체의 출생보다 시간적으로 늦다. 그러나 야곱이 팥죽을 주고 장자권을 산 것처럼 육체보다 늦게 거듭난 신자의 영혼이 인간 전체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해야 한다.
이러한 영적 성장에 대한 교훈이 담긴 영적 비유로 박 목사가 찾아낸 구약의 부분이 약속의 아들 이삭과 리브가, 에서와 야곱, 야곱의 아내 라헬, 레아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그의 기상천외한 영적 해석의 일부를 직접 인용해 본다.

“야곱의 두 아내, 야곱이 팥죽과 떡을 주고 에서로부터 장자권을 사게 되는 일 등 모두가 구속사적으로 나타난 하나님의 언약이다. 쉽게 말해서 예수 십자가의 물과 피로 영혼이 거듭나서 장자권이 회복되는 것을 말한다.

에서가 리브가의 뱃속에서 먼저 나온 것은 우리의 육체가 먼저 난 것을 말하고 나중에 난 야곱은 우리의 영혼을 말하는데 이것이 곧 거듭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곱에게는 장자권을 회복하는 사건(거듭남)이 있었어도 또다시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입문>, 225-226쪽).

그의 인간론 특히 영과 혼의 질서 및 그 성장과정을 참고로 하면, 이것은 혼이 영의 존재를 자각하고 자기의 역할을 포기하고 영에게 주도권을 양보하는 “혼의 자기파쇄 과정”과 영혼의 성장 과정에 대한 비유가 된다. 내가 그의 해석을 기상천외하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식의 설명을 박 목사의 책에서 처음 읽었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에는 -그의 말을 따라도- 영과 혼의 구분이 없다(<삶>, 265쪽). 그러나 그는 영과 혼을 구분하고 영과 혼 사이의 질서를 성경에서 증명하려고 애를 썼다. 그 결과를 ‘팥죽으로 에서에게서 장자권을 샀다는 야곱의 사건 기록’에서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구약 성경에 없다고 한 것을 무슨 수로 어떻게 증명한다는 말인가! 구약 성경에 없는 것을 구약 성경에 있는 것처럼 증명하는 그의 이 방법이 기상천외한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박목사는 자신의 해석 방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첫째, 바울 사도가 사라와 하갈을 복음과 율법의 비유로 해석했다는 점, 둘째, 바울 사도가 고전 10장에서 광야의 반석을 그리스도로 해석하면서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거울(원문에서는 typos)이 된다고 해석, 적용하고 있는 것”에 호소했다.

이렇게 하면서 박목사는 마치 내가 바울 사도의 해석을 ‘기상천외한’ 성경해석이라고 부르기나 한 것처럼 반문한다. 이것은 오해이고 곡해이다. 내가 기상천외하다고 지적한 것은 박 목사의 ‘영적 비유’ 수준의 성경해석이었다. 바울 사도가 비유로 해석한 것을 그렇게 비난하지 않았다! 바울 사도의 해석은 신약성경에 포함되어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나 박 목사의 해석은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바울과 박목사는 다르다. 구약성경을 해석한 사도 바울와 구약성경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박목사는 같은 자격자가 아니다. 따라서 바울 사도가 이렇게 비유로 해석했으니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런 태도야말로 자신을 바울 사도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바울 사도와 박목사는 누가 보더라도 다른 자격자들, 그리고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구약성경을 그리스도와 관련하여 해석하는 것은 신약성경 안에 수록된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신학자들이 박 목사처럼 구약성경의 비유적 해석을 확대해 가지 않는 이유는 자격이 모자라거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신약성경의 저자들과 같은 사람들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해석이란 기록된 것을 이해하는 것이어야지 전혀 다른 내용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목사는 바울 사도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바울 사도가 이렇게 했으니까 “어느 정도의 신약의 예를 기준으로 하여 그렇게 성경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고 자신의 해석을 정당화한다. 바울 사도의 구약해석은 신약성경에 이 해석이 포함됨으로써 정당한 해석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박 목사의 해석이 정당하다는 것은 누가 보장을 해 주는가?  바울 사도가 멈추었을 때도 박 목사는 영적 비유로의 해석을 계속해 나갔다. 그러므로 바울 사도가 보장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바울 사도의 해석은 우리에게 해석학적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해석의 모형을 후대 사람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 바울 사도가 자신의 모범적 해석을 수록해 놓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울 사도가 광야의 반석을 그리스도로 해석한 것, 하갈과 사라를 두 언약으로, 이스마엘과 이삭을 율법의 아들과 약속의 아들로 해석한 것 등은 구약성경을 이렇게 해석하라는 명령이나 권고, 이렇게 해석해도 좋다는 허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바울 사도가 구약성경을 해석한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신자들에게 필요한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바울 사도가 고린도전서 10장 6절에서 말하는 “거울”(typoi)은 해석학적 모형을 의미하지 않고 옳지 않은 사례를 지적함으로 사람들이 피해야 할 일들을 지시하는 용어이다. 즉 광야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악을 즐겨 행하다가 멸망한 것같이 그렇게 악을 행하지 말도록 당부하기 위해, 그래서 그들이 받은 벌과 같은 하나님의 진노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약의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서, 이것을 신약시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의 부정적 모형 즉 경고로 사용한 것이다. 이것이 바울 사도가 지적한 모형으로서의 역할이다.

“저희 중에 어떤 이들과 같이 너희는 우상 숭배하는 자가 되지 말라 기록된바 백성이 앉아서 먹고 마시며 일어나서 뛰논다 함과 같으니라. 저희 중에 어떤 이들이 간음하다가 하루에 이만 삼천 명이 죽었나니 우리는 저희와 같이 간음하지 말자. 저희 중에 어떤 이들이 주를 시험하다가 뱀에게 멸망하였나니 우리는 저희와 같이 시험하지 말자. 저희 중에 어떤 이들이 원망하다가 멸망시키는 자에게 멸망하였나니 너희는 저희와 같이 원망하지 말라 저희에게 당한 이런 일이 거울이 되고(typikos)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의 경계(nouthesia, 경고)로 기록하였느니라”(고전 10:7-11).

거울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본문에서 명확하다. 구약의 사건들은 영적, 주관적 구속사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바른 삶의 모범, 악한 삶의 경고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는 구약성경을 기록되어 있는 문자들 그대로 읽을 때 누구에게나 자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악을 행하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받았다. 그러므로 악을 행하지 말자. 구약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이 일들을 거울, 모형, 경고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박 목사가 주장하는 대로 바울 사도처럼 ‘나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거나 ‘나도 이렇게 해석해도 좋다’는 보장을 주는 구절이 결코 아니다. 바울 사도는 자신의 해석을 본받도록 하기 위하여 이런 해석을 남겨 놓은 것이 아니다. 바울 사도가 이렇게 구약의 어떤 요소, 어떤 부분을 비유로 해석했다는 것은 박 목사에게 동일한 자격을 주거나 그런 해석을 용인하는 면허증이 아니라는 말이다.

만약 박 목사와 같은 방식으로 어떤 학설을 증명해도 좋다면 성경적이라고 증명해 내지 못할 사상이 어디 있겠는가?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으로 돌아가자거나 원어로 돌아가자고 외친 것은 성경이 말하는 그대로를 듣고 성경이 말하는 그 정도에서 멈추자는 호소였다. 기록된 성경의 의미를 따라서 신앙과 삶의 규범, 교회의 교리를 작성해야 한다는 외침이었다. 성경기록자와 성경해석자는 다르기 때문이다. 해석자는 기록된 문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문자가 표현하는 것을 말하지 않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잘못된 성경해석이 된다.

박 목사의 책에는 이천여 년 동안 성도들이 성경을 바르게 읽기 위해서 몸부림치며 더 가고 싶은 때에라도 감히 더 가지 못하고 성경이 말하는 정도에서 멈추려고 했던 그 노력, 적어도 종교개혁자들이 목숨을 걸고 성경이 표현한 것만을 인정하려고 했던 그 개혁자들의 의지, 즉 신교의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 그들이 시작하고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체계적인 성경해석이 간과되어 있다. 그리고 자의적으로 많은 용어들을 자기 나름대로 분석, 설명하고 엮어 놓았다. 이런 방식으로는 성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사상, 일치된 교리에 도달하기보다는 정반대로 제나름대로 읽고 제나름대로 이해하는 산산이 부서진 기독교의 모습을 만들어낼 뿐이다. 내가 비평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그의 성경해석이 성경 자체만을 해석의 대상으로 삼거나 자신의 해석의 정당성을 저울질하는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주제는 그의 책에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박 목사가 자신의 독특한 성경해석 방법으로 성경을 자신의 체계에 짜 맞추기 위해 본문에 무리를 가하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위의 예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러한 과도한 성경해석, 기준이 없는 자의적인 영적 비유로의 해석은 <입문>과 <삶>에 간간히 예로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의 성경강해집을 보면 아마도 우리가 일찍이 읽어보지 못한 많은 이상한 성경해석이 가득 찾으리라 기대한다. 왜냐하면 성경이 인간의 문자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것 이상의 것을 그는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 위하여 다섯 가지 성경해석 방법을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6. 직관적인 영교에 대하여

박 목사는 자신의 독자적인 성경해석의 정당성을 어디에 호소하는가? 그는 성령님의 인도, 은사적 수준의 성경해석에 의존한다: “성령께서 성경말씀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고 깨닫게 해주셔서 체험하여 알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다“(<입문>, 226쪽). 최종적 권위를 자신의 체험, 이 체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는 성령님의 지시, 설명, 하나하나 불러주시는 흐레마(=말씀)에 호소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박 목사를 신비주의자라고 부르는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체험과 이적의 얘기들은 이 점에 비해 볼 때는 오히려 부수적이고 부차적인 역할을 할뿐이다.

누가 성령님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다거나 받고 있다고 말하면 누구도 감히 비평하기 어렵다. 그 사람의 설명을 비평하려고 하면 - 그 사람이 공언한 성령님과의 영교라는 단어 때문에 - 성령님의 사역을 훼방하는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성령님의 사역이라는 선언은 기독교인들에게 모든 일의 최종 결론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가장 높은 완전한 권위에 호소하고 의존하는 것이다.

박 목사의 성경해석도 바로 이 최종적 권위에 호소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내가 그의 책을 읽고 비판문을 쓸 때 나는 가능하면 박 목사가 성령님께서 알려주셨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평의 문구를 쓰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성경에 나와 있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의 해석문제와 관련해서는 - 박 목사는 성령님과의 영교, 성령님의 흐레마에 의존하지만 - 나는 성경해석이라는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비교하고 비평하려고 애썼다.

이렇게 비평한 것 중 하나가 성령님이란 최종적이고 최고의 권위에 의존하는 박 목사가 다른 신학자를 - 이 경우 칼빈의 주석을 - 의존하여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호소했다는 사실이었다(<입문> 17쪽). 박 목사는 이 비평을 마치 내가 “설교자가 주석가들의 연구의 도움을 구하는 것”을 비평하고 비아냥거린 것처럼 확대하고, “우리는 할 말을 잊게 된다”고 한탄하는 것으로 반론을 대신했지만, 내가 비평한 것은 앞 선 신앙과 신학의 선배들의 주석류를 이용하는 목회자나 설교자가 아니라, 성령과의 영교, 성령님의 하나하나 불러주시는 지시에 의존하고, 자기에게 오는 목회자나 훈련생들을 그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장기간 훈련시키는 박 목사가 성령보다 더 낮은 권위에 자신의 학설의 정당성을 호소했다는 사실이었다.

앞선 신앙의 선배들의 기도와 고민, 그리고 헌신의 훌륭한 열매인 주석서들을 정말 귀중히 여긴다면 이 책들에 발표된 성경의 의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후에 복음을 받은 우리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이다. 성경을 전통적 교회의 흐름 안에서 읽으려 하면 앞선 선배들의 이런 책들을 귀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려고 할 때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우선 선배들의 성경이해와 해석을 먼저 배운다.

이 책들을 성경해석의 결과요 유익한 도움으로 삼으려면 모든 구절에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들이 논의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성경해석상의 실수나 헛점을 지적하고, 본문에 더 적합한 성경해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같은 수준에서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 목사의 영성훈련은 이런 작업을 모두 생략한 채 본문이 말하지 않는 내용들을 자신의 영성훈련 체계를 위하여 과도하게 해석해 나갔다. 그리고 그 해석의 정당성을 지금 사역하시고 지금 인간의 영 안에 내주하셔서 지시하시고 조명하시는 성령님에게 호소한다. 이 때문에 나는 그가 영성훈련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기독교 전통에서 벗어났다고 비평했다. 이 평가는 그의 책을 성경에 비추어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릴 수 있다.

박 목사가 신학자들 및 설교자들의 주석 작업이 너무 이론적이고 메마른 것, 너무 교의적인 것처럼 보여서 영적 체험과 성령님과의 영교와 성령님의 흐레마에 의지하여 영성훈련 체계를 만들었다면, 어디에서나 일관성 있게 그런 방식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더 멋있고 타당해 보인다. 성령님에게 호소하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최종적 권위의 선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비평하기도 두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박 목사는 가끔 이 더 높은 권위에 의존하는 대신 신학자들의 책을 거론하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그의 사상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였다. 이것은 그가 말하는 장성한 영이 성령과 가지는 영교, 성령님께서 직접 전해주시는 흐레마에 마치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들어 본 것이 지난 번 비평문에 제시한 몇 가지 질문들이었다.

박 목사는 이것을 비아냥으로 묘사했지만 나로서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성령님의 권위에 의존하여 그가 말하는 체험에서 나온 것을 모두 옳은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학자들이 무슨 좋은 말을 하든 이것을 소개하는 것은 불필요한 부분이다. 더 낮은 권위에 호소하는 것은 자신이 그들과 같은 수준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다.

내가 지적한 것은 박 목사가 학자들을 의존하려는 것이 너무 의도적이 아니냐는 점이었다. 즉 박 목사는 자신의 영성훈련이 아무래도 전통적 기독교 교리를 통해 보장받기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정당성을 다른 유명 신학자들의 이름을 이용하여 증명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자신의 영성훈련이 정말 옳은 것이요 성경적이며, 성령의 지시로 체계화된 것이라면 자신의 주장이 신학자들과 다른들 무슨 흠이 되겠는가? 그러나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본문을 있는 그대로 다루는 신학자들과 다르게 나타난다면 성경적이란 그의 주장이 힘을 잃는다. 이 점을 보완하자면 성경의 어떤 부분을 자신과 같이 해석하는 신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도 성경을 이렇게 보니까 내가 이렇게 보는 것도 성경적이다는 말을 신학자의 이름을 빌려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나는 칼빈의 주석을 사용한 그의 인용이 잘못되었음을 의도적으로 지적했다. 칼빈이 요한복음 3장 6절의 “육”을 설명할 때 박 목사가 주장하는 대로 영을 따로 떼어놓은 채 ‘혼+몸=육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를 ‘육’으로 지시하기 위해서였다고. 자신의 주장에 오히려 해가 될 인용을 부적당하게 사용한 것은 칼빈의 주석을 정확하게 읽어보지 않은 사람으로 하여금 박 목사의 주장 ‘육체=혼+몸’(영은 제외)을 칼빈주의적이며 성경적인 것으로 믿게 하려는 것 아닌가?

하지만 박 목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잠시 후에 그의 인간론이 비성경적임을 충분히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칼빈의 주석을 잘못 인용하면서도 오히려 그 이름을 이용하여 자신이 정통적임을 과시하려고 한 것은 영교와 흐레마에 의존한다고 한 그의 영성훈련의 큰 허점일 수밖에 없음을 이곳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목사가 의존하는 직관적 영교 내지 인간의 영 속에 내재하시는 성령님이 한 마디 한 마디 일러주신다는 영적 비유로서의 성경해석의 모순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싶다. 앞선 선배들의 책을 이용하는 장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 박 목사가 대부분의 주석들이 설명하는 성경의 일반적인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영교”와 성령의 “흐레마”에 의존한다면 이것은 자신이 전통적 가르침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다.

나는 설교자들이 주석을 이용하는 것을 비아냥거린 것이 아니라 - 물론 나는 설교자들이 성령과의 영교에 의지하여 설교한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 장성한 영을 통해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사람이 더 높은 권위, 영교와 흐레마에 의존하는 태도에서 갑자기 더 낮은 권위인 학자들의 설명에 의존하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이것은 그가 의존한다는 직관과 영교와 그가 듣는 흐레마가 완전치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 점을 증명할 자료는 그의 책에 참으로 풍부하다. 그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해석이 성경 본문에서 멀리 벗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론, 영혼의 존재, 이 존재의 거듭남과 성장, 두 인격의 대립과 극복, 그리고 영이 인간 전체를 지배하도록 장성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부분의 구절에서 그는 체험, 영교, 직관 등을 의존하는데, 그와 동시에 그는 문자로 표현되어 있는 성경의 해석 범위를 넘어나가 과도한 해석을 -때로는 성경의 표현을 부정하기까지 하면서- 시도했기 때문이다.

7. 인간론 중심의 영성에 대하여

인간론 중심의 영성에 대한 나의 비판을 박 목사는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나는 그를 비판할 때 성경에서 인간론적 요소가 무시되어야 한다거나 인간론의 확립이 필요없다고 비판하지 않았다. 성화생활을 부정한 것도 바울 사도의 인간론적 표현들을 무시한 것도 아니다. 내가 비판한 것은 그의 비성경적 인간론과 이 인간론을 중심으로 한 영성훈련이었다.

그는 “<입문>의 많은 부분을 새로 썼으므로 개정판을 참고하기”를 바라지만 앞에서 지적한 대로 내가 비판한 부분이 수정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반론에서도 “신자의 영이 독립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전히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성서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성경해석의 차이를 내가 비성경적이라고 비평한다는 불평이다. 따라서 이 인간론을 근간으로 하여 영성훈련을 쌓아가는 것은 성경적으로 옳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인간론이 전혀 성경의 사상에 맞지 않는 것이요 다른 곳에 그 근원을 두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렇지 않다고 함으로 보다 자세하게 이것을 아래에 지적할 것이다.

그의 인간론이 성경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인간론 중심의 영성도 자연히 잘못된 것이다. 처음의 비판에서 나는 이 두 가지를 딴 항목에서 비평했지만 이것은 붙어 있는 주제이다. 박 목사는 나의 비판에 따라 마치 다른 주제인 것처럼 자신을 변론했다. “정교수는 본인이 인간론을 먼저 다루는 것이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앙과 반대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것을 “지극히 교의학적 사고에 고착되어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하였다.

자신이 쓴 책이기 때문에, 또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반론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두 가지 비평이 연결된 주제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것이 두 개의 독립된 주제인 것처럼 따로 답변을 만들었다. ‘인간론 중심의 영성’에 대한 답변에서 그는 성화의 필요성과 인간론적 표현들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신학교와 교회가 신앙의 객관적인 측면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인격의 변화, 성화, 성숙에 대하여 별로 강조하지 못하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비성경적 인간론’에 대한 답변에서 그는 자신의 인간론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인간론을 일단 무시하고 ‘인간론 중심의 영성’에 대한 답만 따져본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영성훈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신의 자녀들을 성령으로 점점 완성해 가신다는 사실 즉 하나님의 사역이다. 하나님 중심으로 인간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과 인간론 중심으로 모든 것을 쌓아가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다.

우리는 계속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뜻을 따름으로 하나님의 목표로 점점 접근해 간다. 그리고 죽음의 날, 즉 이 세상에서가 아니라 이 세상의 삶을 마감하는 날, 성화가 완성되고 영화로운 상태로 들어간다고 전통적으로 말해왔다. 이것은 이론적인 신학체계가 아니라 성경에서 나온 정당한 교리이다. 교리란 교회가 이천여 년 동안 보전하고 전달하여 오늘에까지 넘겨준 기독교 사상을 말한다.

신학교와 교회가 왜 성화를 등한히 취급했는가? 신학교에서 교회에서 늘 가르치는 것 중의 하나가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에 근거한 주님의 교훈을 따르고 실천하는 것 아닌가! 신학교와 교회가 이를 등한히 했다고 박 목사가 느끼는 것은 그의 영성훈련에 딱 들어맞는 그런 교훈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그의 인간론이 왜 성경적이 아닌가?
첫째, 성경에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그의 주장이 성경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그의 인간론은 엄청난 부수적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박 목사의 인간론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박 목사는 경우에 따라 이분설과 삼분설 입장을 다 취한다. 이분설이란 인간을 육체와 영혼의 연합체로, 삼분설이란 인간을 육체와 혼과 영(혼)의 연합체로 보는 것을 말한다. 박 목사는 이분설, 삼분설을 경우에 따라 모두 취하며 종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인간론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첫째, 우리가 보통 정신이니 영혼이니 부르는 것을 박 목사는 혼으로 부른다. 영의 존재는 거듭남을 통해서 비로소 그 존재가 확인된다. 그는 비기독교 세계가 오히려 영적 존재에 더 민감하다고 말한다.

둘째, 삼분설을 따를 때 이 혼은 독립된 부분으로 다루어지지만(영, 혼, 몸), 이분설을 따를 때 이 혼은 육체에 포함된다(영혼과 육체, 즉 그가 말하는 육체란 몸+혼이다).

셋째, 그는 영혼을 독립된 분명한 한 개체로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영혼이란 육체 크기의 영적 투명한 몸이다. 그것은 눈, 귀 등의 지체와 심장을 가지고 있다. 영혼은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영혼의 심장이 박동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고 몇 번 진술해 놓았다. 영혼은 이런 감각적 기능만이 아니라 이성 즉 지능, 감정, 의지도 별도로 가지고 있다. 영성이 계발되기 시작하면 영의 이성이 살아나고 활동하기 시작한다. 영적 감각기능을 통해 영의 세계를 경험한다. 특히 성령님과의 영교에는 이 영적 기능들이 활동한다.

그는 영혼의 기능으로 직관, 양심, 영교를 꼽았다. 우리가 보통 자아, 지, 정, 의, 마음, 자유의지라고 부르는 것은 박 목사를 따르면 영의 기능이 아니라 모두 삼분설을 따를 때는 혼의, 이분설을 따를 때는 육체의 기능이다. 이 영혼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육체와 결합되어 있다가 임종 직전에 육체로부터 분리되어 실제로 육체를 빠져나간다. 영혼이 육체에 있을 때 거듭나고, 성장하며, 성숙해 가는 것을 영성이라고 부른다. 영성이란 즉 영혼이 자기 기능을 발휘하여 성령님의 지시를 받아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의 인간론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몸과 혼으로 이루어진 육체와 비슷한 또 하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영혼은 영적 몸과 영적 감각기능들을 가지고 있고, 영적 이성(지능, 감정, 의지)과 여러 영적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두 개의 자아,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런 인간론을 성경이 보장한다고 하지만, 그의 인간론은 심령과학, 불교, 플라톤 등 다른 곳에서 모아온 것이다:
“플라톤은 인간론을 가장 잘 정립한 사람이다. 곧 인간을 그림자와 원형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입문 203쪽).

그 기준은 자신의 체험이었다.
이렇게 그가 영을 설명한다면 영이신 하나님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는 인간의 영을 설명하며 유체, 투명체, 천사와 같은 몸이라고 설명했다. 영은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관련된 개념이므로 이 설명은 결국 영이신 하나님에게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 영에 형체를 부여하고,  눈과 귀가 있고, 여러 감각기능 및 지각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면 영이신 하나님도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의 몸에 가지고 계신 것이 되고 만다.

영이 아주 작은 크기에서 자라기 시작하여 육체 크기로 성장하고 육체를 빠져나와 더 성장하여 무한대의 크기로 자랄 수 있다 하더라도, 일단 형체를 부여하면, 그 크기가 무한대라 하더라도 하나님도 그런 영, 영적 몸을 가지신 것이 된다. 하나님에게도 눈이 있고, 귀가 있고, 팔 다리가 있으며, 배꼽이 있고, 심장도 있다, 그리고 각 지체가 있다. 그러나 성별은 없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영이신 하나님의 크기는? 지능은? 박철수 목사의 인간론의 허점은 성경에서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영혼에게 형체를 부여했다는 점에 있다. 형체를 부여하고 나면 이해하기는 쉽고 더 열성적으로 추적하고 집중할 수는 있지만 영혼의 존재에 대한 다른 모든 가능성과 특성은 제한되고 만다.

특히 박 목사의 영 개념을 영이신 하나님께 적용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형상화하지 못하도록 금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하나님을 형상화한 것이 되고 만다. 그것은 더 이상 영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영이 아닌 다른 한 몸, 그의 말을 따르면 유체, 투명한 몸, 천사와 같은 몸, 영적 몸을 하나 만들어 인간의 영혼인양 설명해 놓았다.

영과 혼은 박 목사가 설명하는 것처럼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일까?
박 목사는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영혼’, ‘육신’, ‘정신’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육신과 영혼을 분리하여 파악하는 입장은 없는 듯하다”(<변화>, 265쪽)고 인정했다. “없는 듯하다”고 표현한 것은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박 목사 자신은 이삭, 리브가, 에서와 야곱, 라헬과 레아 등의 역사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덧붙인 말이라고 생각된다.

히브리어 자체가 박 목사 구분한 것과 같은 ‘영’과 ‘혼’ 혹은 ‘영혼’과 ‘혼이 포함된 육체’를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는 이런 설명을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다만 후대에 이르러 헬레니즘 사상이 유대교에 영향을 주면서 히브리인들에게 육신과 영혼에 대한 의식이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변화>, 265쪽).

이 말은 히브리어에 그런 구별이 없고, 따라서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성경에서 그의 주장을 입증하지는 못함을 뒤집어엎지는 못한다.

따라서 박 목사의 인간론은 전적으로 신약성경의 용어 즉 헬라어에 의존한다. 그가 혼이 포함된 육체로 말하는 단어는 σαρξ(몸, 육)이며 이와 구별되는 영으로 말하는 단어는 πνευμα(영, 영혼)이다. 성경에 나타나는 이 용어들을 정리해 보면 박 목사의 인간론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 아니 그의 인간론을 오히려 반박한다. 우선 그의 책과 반론에서 제시한 성경구절들을 정리해 보자.

영과 ‘혼+몸=육신’이 내면적으로 분리되어, 성령의 도우심으로 영이 독자적인 지, 정, 의의 인격을 가지고 육체(즉 혼+몸)를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성경이 인정하는 구절로 우선 막 14:38(원문!), 롬 7:22-25; 8:10,16; 고전 2:11, 5:3-5; 고후 4:16-5:9,12:1-4; 골 2:5; 벧전 3:3-4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구절들은 이분법적으로 영혼과 육체를 대조시킬 뿐 영과 ‘혼+몸’으로 이루어지는 육신을 대조시키는 구절들이 아니다. 즉 영이라는 용어가 혼의 대조어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막 14:37-38은 예수님께서 자고 있던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이다: ‘네가 한 시 동안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영(το. πνευμα)은 원하지만 육신(η σαρξ)이 약하다. “이 구절의 육신은 박 목사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혼+몸=육신’으로서 ‘영’과 대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든 베드로의 몸’으로서 ‘졸지 않고 견디기를 원하는 영’(한글성경에는 의미를 밝히기 위하여 ‘마음’으로 번역됨)과 대조되어 있다.

롬 7:22-25을 보면 ‘속 사람’(τον εσω ανθρωπον, 22절)과 ‘육신’(τη σαρκαι)이 대조되고 있다. 여기서 바울 사도가 말하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는 속 사람’은 박 목사의 주장처럼 육신(혼+몸)에 대조되는 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하나님의 법을 간직하고 있는 ‘마음’(του νοοs, 23절) 혹은 ‘하나님의 법을 섬기는 마음'(τω νοι, 25절)을 말한다. 박 목사는 마음의 기능이 혼에 속하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이 구절은 영과 육신의 대조가 아니라 혼과 육신의 대조가 되는 셈이다. 바르게 분석한다면 바울 사도는 자신 속에 일어나고 있는 두 생각, 두 욕구, 한 인격체가 경험하는 이런 저런 마음의 대립을 적어놓은 것이다. 박 목사가 주장하는 두 인격체의 대립이 결코 아니다.

롬 8:10에는 몸(το σωμα)와 영이 대조되어 있다.
롬 8:16에는 성령님과 우리 영의 관계를 말할 뿐, 이 ‘우리 영’이 ‘혼+몸=육신’과 대조되고 있지 않다.
고전 2:11에는 사람 안에 있는 영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다. 따라서 역시 박 목사의 인간론을 증명할 수 있는 구절이 아니다.

고전 5:3에서 바울 사도는 자신이 몸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육으로는 고린도교회 교인들과 함께 있음을 말했다. 5절에서는 “육신은 멸망당하고 영은 구원을 얻게 하려 함이라”고 썼지만 여기서 말하는 육신이 ‘몸+혼’인지는 밝혀내기 어렵다.

고후 4:16에 나오는 겉 사람과 속 사람의 대조도 혼과 영의 대조가 아니라 육체와 영혼의 대조이다. 17절 이후에는 이 세상에서의 삶과 그 후의 삶이 대조된다.
고후 12:1-4에서 바울 사도는 그가 본 환상(οπτασιαs)과 그가 받은 계시에 대하여 말한다. 그 환상 속에서 바울 사도는 셋째 하늘 즉 낙원으로 이끌려 가서 특별한 말씀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울 사도 자신이 몸 안에 있었는지 몸 밖에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그것은 하나님만이 아신다고 했다.

박 목사는 ‘영혼이 육체를 빠져 나와 심장이 뛰는 그 영혼의 눈으로 자신의 육체를 보았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울 사도의 이 기록에 비교하며, 영혼의 존재와 영혼의 기능을 증명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박 목사가 경험했다는 것과 바울 사도가 본 환상은 같은 것이 아니다.
첫째, 바울 사도는 이것을 미리 환상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것을 토대로 사실을 논증할 수는 없다. 환상을 통해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것이 어떤 사실인지 아니면 사실과 관계된 어떤 의미인지는 그 자체만으로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상은 본 것을 뜻할 뿐이다. 천국에 가는 환상을 본 것과 천국에 간 것은 다르다.

둘째, 그 환상 속에서 있었다는 일이 ‘몸 밖에서’인지, ‘몸 안에서’인지 바울 사도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답을 하나님께 맡길 뿐 바울 사도는 말할 것이 없었다. 바울 사도도 모른다고 한 것을 박 목사는 ‘몸 밖에서’ 일어난 일, 즉 육체 밖에서 일어난 영혼만의 일로 고정시켜, 영혼의 유체이탈설을 말하고 있다. 이것이 몸 안에서 즉 몸과 함께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욱 이것이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환상에 대한 간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이것이 사실에 대한 환상이요, 몸 밖에서 있었던 경험이라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본문은 박 목사가 말하는 ‘혼’ 없이 ‘영’이 경험한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바울이 자랑한다는 ‘어떤 사람’이 대조되는 것은 ‘혼+몸’으로 이루어진 ‘육신’이 아니라 ‘몸’(σωμαται, σωματοs)이기 때문이다. 바울이 보았다는 환상 속의 일과 박 목사가 경험했다는 영혼의 육체이탈은 다른 일이다.

골 2:5로 가 보자. 바울사도는 골로새에 있는 성도들에게 “내가 육체로는 멀리 있으나, 영으로는 너희와 함께 있어 너희의 규모와 그리스도를 믿는 너희 믿음의 굳은 것을 기쁘게 봄이라”고 편지했다. 육신으로 떠나 있다는 것은 바울 전체 즉 영혼과 육체가 그들과 함께 있지 않다는 표현이다. 그렇게 함께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영으로는 “그들과 함께 있고, 기뻐하고, 본다”고 썼다. 박 목사는 이것을 순수 영의 기능으로 해석하는가? 그렇게 해석한다고 해도 바울의 ‘몸+혼=육신’은 그들과 같이 있지 않지만 바울의 ‘영’은 그들과 함께 있다는 말은 되지 않는다. 이것은 멀리 있으면서도 골로새 교인들이 하는 일, 그 일 속에 나타나는 그들의 믿음에 관한 소식을 듣고 알고 기뻐하는 바울의 심정을 표현하는 편지투의 기록일 뿐이다.

벧전 3:3-4도 박 목사의 인간론에 전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박 목사의 인간론이 틀렸음을 알려준다. 베드로 사도는 성도들에게 “겉”(ο εξωθεν)을 꾸미지 말고 “마음에 숨은 사람”(ο κρυπτοs τηs καρδιαs ανθρωποs)을 “영”(πνευματοs)의 온유와 안정의 썩지 않음으로 꾸미라고 권했다. 겉 즉 ‘육체’와 ‘마음에 숨은 사람과 영’ 혹은 ‘마음에 숨은 사람 즉 영’이 대조되고 있다. 박 목사가 마음을 혼에 속하는 부분으로 영과 분리시켜 놓았기 때문에 ‘마음에 숨은 사람’과 ‘영’을 같은 것으로 보지 않고 다른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본문은 ‘몸+혼=육신’과 ‘영’의 구조보다는 ‘몸’과 ‘혼+영=영혼’의 구조에 가깝다. 3절과 4절이 연결되어 있고, 4절에서는 명령형 동사가 생략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본문에서 ‘마음에 숨은 사람’ 즉 속 사람과 ‘영’은 같은 것에 대한 말이다.

위에서 나는 박 목사가 반론에 그의 인간론을 지원하는 것으로 제시한 모든 구절을 다 다루었다. 요약하면, 바울 사도는 육신과 영혼을 박 목사처럼 ‘혼+몸’으로 이루어진 ‘육체’ 혹은 ‘육신’과 ‘영’ 혹은 ‘영혼’으로 결코 보고 있지 않다. 삼분설적 구조를 동원한다면 오히려 ‘육체’와 ‘영+혼’의 대조가 바울의 인간론에 더 근접한다. 물론 이 말은 바울 사도는 삼분설을 주장한다는 말이 아니다. 바울은 삼분설적 구조보다는 이분설적 구조 즉 육체와 영혼의 대비를 더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바울 사도가 육체에 비교하며 영혼을 강조하거나, 영혼에 비교하며 육체를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움직이는 한 사람, 한 신자, 성도들, 혹은 교인들에게 무언가 필요한 충고 내지 경고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미 길게 논쟁했기 때문에 <입문>과 <삶>에서 박 목사가 사용한 성경 구절을 일일이 다룰 마음은 없다. 그러나 신약 성경에서 박 목사의 인간론을 지원하지 않거나 반박하는 몇 구절들을 특별히 열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새로운 구절들을 거론하여 자신의 인간론을 증명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음을 확실히 알리고 싶다.

성령님, 예수님 혹은 하나님과 한 인간의 관계는 양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박 목사가 즐겨 사용한 구절들처럼 “우리 안엽 오시고 내주하시며 활동하신다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혹은 “성령님 안에서” 생각하고 활동하고 머문다는 표현도 있다. 한 사람 혹은 사람들 “위엽 오신다고 표현되기도 했다. 이런 표현들은 인간을 전체적으로 취급하여 하나님, 예수님 혹은 성령님과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다. 장소적인 의미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한 개념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엽라는 표현도 ‘몸 안엷, ‘혼 안엷, 혹은 ‘영혼 안엷라는 장소적 의미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한 인간과의 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박 목사는 인간의 영을 통해서 성령님과의 접촉이 이루어지고 인간의 영이 인간의 혼에, 혼은 육체에 관계한다고 하지만 성경에는 성령님께서 인간의 마음과 - 마음을 박 목사는 혼의 기능으로 분류했다 - 관계하는 것으로 언급된 구절들이 있다.

“너희가 아들인고로 하나님이 그 아들의 영을 우리 마음 가운데 보내사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느니라”(갈 4:6).

“저가 또한 우리에게 인치시고 보증으로 성령을 우리 마음에 주셨느니라”(고후 1:21).

박 목사가 자신의 인간론이 성경적이라고 말하려면 단순히 ‘인간의 영’에 본다 듣는다 등의 기능적 표현들이 결합되어 있는 구절이 아니라, 인간의 혼과 분리되어 있는 영이 그런 기능적 활동을 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 구절이다. 이런 표현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영을 혼과 전혀 다른 하나의 개체로 설명하며, 영이 혼과는 다른 한 인격체로 거듭나고 성장하고 성숙하여 독자적인 활동을 하게 되고, 혼의 인격체를 굴복시키고, 혹은 혼의 인격체가 영의 인격체에게 삶을 주도하는 자리를 양보하고, 성령님과 직접 영교하며 완벽한 영성적 삶, 생명이요 실체로서의 영성을 추구하고 훈련하는 박철수 목사의 영성은 성경에 없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의 인간론은 성경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인간론에 입각한 영성, 영성훈련은 비성경적인 것이다. 박 목사는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하여 다른 곳에서 그 내용을 채움으로 비기독교적 인간론을 형성했다. 인간을 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 두 인격체로 설명하는 것은 다분히 이단적이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근거는 그가 만들어낸 인간론을 결코 예수님에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영성훈련을 예수님의 영성을 본받는 것이요, 사도들의 영성을 본받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말을 증명하려면 예수님의 영과 혼의 관계에, 그리고 사도들의 영과 혼의 관계에 그가 말한 인간론, 그 핵심인 영의 거듭남, 성장, 성숙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인격적 개체, 유체로서의 그리스도의 영과 그리스도의 혼적 인격체 사이의 관계를 그가 인간의 영, 인간의 혼에 대해서 말했던 그 영성으로 설명해 내지 못한다면 그의 영성은 그리스도의 영성을 본받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해서도 안된다.

결론적으로 박철수 목사의 영 개념은 성경적 신론을 다르게 만든다.
박철수 목사의 혼 개념이 가져오는 두 인격체 개념은 기독론을 다르게 만든다.
그의 영성훈련은 몸과 혼으로 구성되는 인격체와는 다른, 마치 몸과 같은 영혼을 성장, 성숙시켜 한 인격체로 키워가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결코 성경에 맞지 않는 것이다.
(월간<교회와신앙> 2000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