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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감동 가득한 전쟁영화의 걸작
6·25 60주년…전쟁영화를 다시 보다 (2)
2010년 07월 06일 (화) 16:08:53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베트남 전쟁 <플래툰> - 적은 내부에 있다.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됐던 베트남 전쟁은 공산주의를 앞세운 북베트남과 미국이 지지하는 남베트남이 1960년부터 15년간 치른 전쟁이다. 미국은 이 전쟁에 참전해서 결국 패전한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로는 <지옥의 묵시록>, <위 워 솔저스>, <풀 메탈 자켓> 등이 있다. 그 중 <지옥의 묵시록>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베트남 전쟁 영화로 손꼽히는 <플래툰>(Platoon)은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 영화 <플래툰>
<플래툰>은 87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실제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올리버 스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 영화로 인해 올리버 스톤은 무명감독에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플래툰>은 많은 전쟁 영화들처럼 전쟁에서 생겨난 영웅의 이야기나 전쟁으로 인해 파멸하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아군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권력다툼을 영화의 주된 줄거리로 잡고 있다. 성과를 우선시하는 냉혈한 상사 반즈(톰 베린저)와 인간적인 성격의 상사 일라이어스(윌리엄 데포)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소대의 분열,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을 신병 크리스(찰리 쉰)의 눈을 통해 다루고 있다.

반즈와 일라이어스 상사의 대결은 불꽃이 튄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알게 할 만큼 첨예하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인간적인 일라이어스 상사의 편을 들어주었겠지만, 전시에서만큼은 반즈 상사의 언행 또한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음을 영화는 강조한다. 하지만 감독은 결국 전쟁에서의 승리보다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선택했다.

영화는 더 나아가 미군이 베트남에서 행한 악행들을 ―민간인 학살, 방화, 강간, 마약 등―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자국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어 개봉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감독은 자신이 직접 참전한 것을 바탕으로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이 패전의 원인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특히 민간인과 베트콩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자 모든 민간인을 상대로 분노를 표출하는 반즈 상사와 동료가 죽게 되자 반즈 상사에게 동조하게 되는 많은 소대원들의 모습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전쟁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플래툰>은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의 피폐해지는 삶을 강조하기 보다는 전쟁을 통해 당하게 되는 민간인의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 전쟁의 부당함을 강조한다. 전쟁영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영화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무심하게 동료 군인들의 시체를 묻는 장면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 영화 <플래툰>


소말리아 내전 <블랙 호크 다운> - 쉬운 전쟁이란 없다

1993년 소말리아 정부에 반대하는 지역 민병대와 미군이 수도 모가디슈에서 치른 전쟁을 다룬 영화가 2001년 작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블랙 호크 다운>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의 전쟁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현 시대의 전쟁은 어떤 식으로 치러지는지, 그리고 현대 전쟁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 영화 <블랙 호크 다운>
민병대 지도자를 납치하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모가디슈 시내로 진입한 미군은 30분 만에 작전을 쉽게 성공하고 돌아올 것을 예상한다. 하지만 블랙호크 헬기 두 대가 민병대의 로켓포에 격추되자 계획은 틀어진다. 미군은 추락한 운전자를 구조하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밤새도록 민병대에 포위 당해 목숨을 건 전투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블랙 호크 다운>은 전쟁이 주는 메시지 전달에는 충실하지 않는다. 그저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묵묵히, 하지만 생생하게 중계할 뿐이다. <허트 로커>가 이라크전의 실상을 한 폭탄제거 전문가의 눈으로 본 것이라면, <블랙 호크 다운>은 철저하게 3자의 입장에서 소말리아 내전을 보고 있다. 실화에 기초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영화의 건조한 시선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직접 작전을 수행하는 델타팀과 후방 경계를 맡는 레인저팀, 그리고 험비로 수송하는 수송팀 등 다양한 팀의 작전 수행 과정은 현대 시가전을 치르는 작전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정찰기를 통해 전송되는 위성화면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작전 지휘하는 작전사령부의 모습은 현대 전쟁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낙오된 병사를 한명도 남기지 않겠다며 미군 사령관이 고집 피우는 장면은 철저한 미군 중심의 영화임을 확인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철저히 미군의 시각이지만 전쟁 한 가운데 있는 병사들의 눈을 통해 ‘그럼 왜 미군은 남의 나라에서 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블랙 호크 다운>은 많은 미군의 희생을 치른 후 모가디슈 시내를 빠져나온 미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마친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자막이 여운을 남긴다.

“이 전투로 천명 이상의 소말리아인이 죽었고, 19명의 미군이 죽었다. 그로부터 2주 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소말리아 주둔군을 철수시켰다.”

사망한 천명의 소말리아인 중에는 다수의 민간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영화는 그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적 완성도는 완벽에 가까운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은 메시지 면에서만큼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 영화 <블랙 호크 다운>

2차 세계대전 - 국가 이데올로기가 빚은 비극의 역사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수없이 많다. 세계대전이기에 각 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또 국가 이데올로기가 충만한 시대였기에 독일의 나치즘, 유대인 학살 등 역사적 사건들도 영화의 소재가 된다. <쉰들러 리스트>는 전쟁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유대인 학살을 다루고 있어 넓은 의미의 전쟁 영화라 할 수 있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그린 <지상 최대의 작전>과 라이언이라는 한 병사를 찾기 위한 특별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2차 세계대전을 그린 가장 대표적인 영화로 손꼽힌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 영화의 표준을 새로 쓸 만큼 현실적인 전쟁장면을 선보였고, 2차 대전의 상황을 제대로 구현해 냈지만 지나치게 미군 중심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래 소개하는 세편의 영화는 사실적인 전쟁 장면의 구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실상을 가장 잘 그린, 이른바 전쟁영화의 걸작들이다.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그 섬엔 고통만 있었다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2월, 일본열도 남쪽에 있는 이오지마 섬에서의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는 며칠 안에 끝날 것이라는 미군의 예상과는 다르게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일본군 2만 명 이상, 미군 7천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자를 낸 역사적인 전투다. 이오지마 섬 수리바치 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은 전쟁사진 중 가장 유명한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배우보다 감독으로 명성이 더 높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 이오지마 섬 전투를 소재로 한 두 영화를 동시에 만들었다.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은 미군의 입장에서 본 영화이며,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는 일본군의 입장에서 그린 영화이다.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두 영화가 각각의 시선에서 같은 전투를 바라보는 다른 입장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아버지의 깃발>은 이오지마 전투 이후, 미국 본토에서 그 유명한 한 장의 사진을 가지고 전쟁 영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패전을 예감하고서도 섬을 지켜야만 하는 일본군의 심정을 다루고 있다. 전자는 정치영화라 할 수 있고, 후자는 전쟁영화라 할 수 있다.

   
▲ 영화 <아버지의 깃발>
<아버지의 깃발>은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쉬운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정치놀음에 이용당하는 군인들이 현실에서 당하는 고통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깃발을 꽂는 사진에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웅이 되어가는 그들과 그들이 회상하는 당시 전쟁장면은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며 현실의 모순을 극대화시킨다. 전혀 영웅적이지 않던 이들이 필요에 의해 영웅이 되고, 정작 실제 영웅은 소멸시켜버리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영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주된 줄거리로 하고 있지만, 가슴을 울리는 것은 역시 전쟁장면이다. 전쟁 장면이 여러 번에 걸쳐 등장하지만 어느 장면도 영웅답지도, 위대하지도 않게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여주는 당시 실제 사진들은 영화의 장면과 너무 흡사해서 감동을 증폭시킨다. 영화는 시종일관 철저하게 “전쟁에는 영웅이 없다는 점과 전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군의 입장에서 본 전쟁의 참혹한 실상이다. 하지만 일본군의 인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해야만 했던 비극적 운명에 초점을 맞춘다. 새롭게 이오지마 섬 사령관으로 부임한 쿠리바야시 장군은 죽음을 예견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전과 다른 주문을 한다. 폭탄을 들고 적에게 뛰어들지 말고 철저하게 숨어서 최대한 오랫동안 살아 있으라고 한다. 그래야 본토가 조금이라도 오래 버틸 수 있다고. 그게 우리가 국가를 위해 마땅히 할 일이라고.

영화는 죽음 밖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가엾은 군인들에게 철저하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바로 국가이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자들의 욕심에 의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감독은 본디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아군과 적군 할 것 없이 목숨을 걸어야하는 군인들이며, 억울하게 피해 받는 민간인들임을 강조한다.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각각의 영화도 명작이지만 두 편이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영화의 시선도 다르고, 형식도 다르며, 언어도 다른 이 두 영화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전쟁은 안 된다’는 단순한 메시지이다.

   
▲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씬 레드라인> - 전쟁영화가 줄 수 있는 모든 것
2차 대전을 다룬 영화 중 또 하나의 걸작은 바로 <씬 레드라인>(The Thin Red Line)이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1998년 영화인 이 작품은 전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걸작이다. 특히 기독교적 가치관에서 전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

   
▲ 영화 <씬 레드 라인>
우선 <씬 레드라인>은 영화적 재미가 충분하다. 하지만 그 재미라는 것이 많은 전쟁영화들이 보여주는 액션 영화적 재미는 아니다. <씬 레드라인>에도 전쟁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전쟁의 현실을 보여주는 리얼한 재현에 충실하다. 전쟁 장면의 중계보다도 전쟁에 임하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씬 레드라인>에는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나온다. 우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역할을 맡은 짐 카비젤이 가장 비중 있는 주연으로 나오며,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 숀 펜, 그리고 닉 놀테, 존 쿠잭, 에드리언 브로디가 등장한다. 그리고 조연으로 조지 클루니, 존 트라볼타 등 유명배우가 대거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 개성 있는 군인을 연기함으로 전쟁을 대하는 여러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영화적 재미는 충분하다.

영화 전반부는 전쟁을 하면서 겪는 내부 갈등을 그리고 있다. 상부의 지시와 따르는 부하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대장과 피도 눈물도 없는 대대장, 인간적이지만 냉정한 선임하사 등 주인공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갈등이 박진감 있게 이어진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서는 본격적으로 전쟁의 실상을 파헤친다. 죽어가는 일본군의 모습도, 전쟁 중에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는 미군도 모두 동일한 피해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씬 레드라인>은 이러한 영화적 감동보다 메시지를 통한 감동이 훨씬 크다. 등장인물들의 독백을 통해 전쟁의 본질을 따져 묻고, 이러한 인간의 행동에 대한 신의 답을 구한다. 그리고 그들은 해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전쟁이 계속 되면서 스스로 그 해답을 찾는다.

“당신이 만드신 이 피조물들, 그러나 죽음만은 벗어날 수 없으니…죽음으로 생명을 잉태하려 하시는가요? 이 끔찍한 죄악,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이 세상에 나왔나요? 그 뿌리는 어디며, 누가 그 씨앗을 뿌렸는가요? 우리를 파멸에 이르게 하여 이 대지를 빛나게 하기 위함이신지? 정녕 당신은 선입니까? 이 죄악을 보고 계십니까?”

묻고 또 물으며 신에 대한 존재를 부정하던 에드워드 웰쉬 선임하사(숀 펜)는 영화의 후반부에 결국 자신이 답을 찾아낸다.

“살아서 당신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내 부족함 탓입니다.…내 영혼 이제 받아주소서. 내 눈으로 이 세상을 보고 당신이 만든 것을 느끼게 하소서. 그 빛나는 모든 것들을…….”

<씬 레드라인>은 전쟁영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전쟁의 잔혹한 실상과 그 전쟁에 임하는 사람들의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 한없이 낮아지는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씬 레드라인>은 전쟁 영화가 줄 수 있는 감동과 메시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걸작이다.

   
▲ 영화 <씬 레드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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