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끝나지 않은 '이단의 상처' |
|
|
|
|
얼마 전 책장을 정리했다. 오랫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곳도 이번에는 과감하게 그리고 용기있게 들추어냈다.
‘툭-’
책을 들어 옮기려는데 발 아래로 작은 책자 하나가 떨어졌다. 월드컵 기분이라도 낼 겸 발로 걷어찼다. 앞으로 날아갔다. 빨간색의 소책자다.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1992년 10월 예수님 공중재림’
‘이런 책이 아직도 여기에 있었네’라는 말과 함께 잠시 그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옛 생각에 다시 젖어들었다. 18년 전의 일들이다.
온 인류가 멸망하고 자신들은 소위 휴거될 것이라며, 자신들의 직장도 정리하고 심지어 자녀들의 학교까지 포기하며 열광하던 많은 이들의 모습들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당시 필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를 찾아와 하소연했던 목회자 사모님 생각이 났다. 남편인 목사가 어느 날 위와 같은 시한부종말론에 빠졌다고 한다. 시무중인 교회도 그만두고 종말론 단체에 들어갔다. 사모님이 말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남편 목사도 안타까워했다. 가족들이 자신을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그 부부는 서로를 많이 사랑했다.
시한부종말론이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사모님은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면 남편이 제 정신을 차리고 돌아올 줄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어린 자녀를 데리고 열심히 살았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던 사모님의 맘 고생이 많았다.
남편이 미국으로 간다고 했다. 가슴 철렁거리는 소리였다. 남편이 속했던 시한부종말론 단체가 미국에 가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눈물로 말렸지만 남편은 그만 떠나고 말았다. 그 사모님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 이후로 간혹 그 사모님은 필자에게 연락을 했다. 미국의 그 단체에 대해 들려온 소식이 있느냐는 것이다. 어느 날부터 남편의 소식도 끊어졌는데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바보같고 밉기도 하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 또는 애증이라도 아직 남아 있으니 그 남편의 소식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이해했다.
1992년 당시 필자도 시한부종말론 사건에 대해서 많은 취재를 했었다. 휴거 된다고 하는 그날에는 장승포에 위치한 어느 기도원에서 역시 취재하고 있었다. 현장 속에 파묻혀 지냈던 필자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한 번 잘못된 이단 사상이 이렇게까지 깊게 상처를 남길 줄이야... 간혹 ‘당시 시한부종말론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변명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
|
|
|
|
|
|
|
| 최근 많이 본 기사 |
|
|
 |
|
편집 : 2024.10.8 화 02:09
배너달기
kofkings@ame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