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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 당신은 목숨 걸만한 무엇이 있는가?
2010년 06월 11일 (금) 07:45:54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노스페이스’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악의류업체 상표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노스페이스의 원래 의미는 산의 북벽이라는 의미로, 북반구의 경우 산의 북벽은 그늘진 경우가 많아 눈이 많고 기상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북벽은 상대적으로 등산하기가 어렵다.

최근 개봉한 영화 <노스페이스>(North face)는 2008년 제작된 독일영화로 원제 역시 같은 의미의 독일어인 <Nordwand>이다. 이 영화는 알프스 3대 북벽 중 하나인 아이거 북벽을 최초로 오르려는 등산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36년 죽음의 북벽으로 불리는 아이거 북벽을 최초로 등반하기 위해 많은 산악인들이 산 아래로 모여든다. 독일의 작은 시골 출신이지만 암벽등반에 심취해 있던 주인공 앤디 히토이서(플로리안 루카스)와 토니 쿠르츠(벤노 퓨어만) 역시 등반을 지원하게 된다. 산 아래 호텔에는 수많은 언론사들이 최초의 등정을 취재하기 위해 모였다. 이중 토니의 옛 연인인 루이즈(조한나 워카렉)도 사진기자로 도착해 있다. 앤디와 토니는 탁월한 등반실력으로 선두에 나서지만, 따라오던 오스트리아 팀의 부상과 기상 악화로 인해 난관에 빠지게 된다.

영화 내용 중 토니의 연인 루이즈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인을 안타깝게 한 토니 쿠르츠라는 등반가의 조난 사고를 그대로 화면에 옮겨놓은 <노스페이스>는 당시 두 청년의 열정과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토니 쿠르츠의 사고가 안타까운 이유는 바로 구조대와 3미터 거리를 두고 로프가 닿지 않아 동사했다는 점에서이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토니의 마지막 장면을 담은 사진 한 장은 아직도 등산 사진의 유명한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클리프 행어>나 <버티칼 리미트>와 같이 산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액션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전형적인 산악 영화로는 1993년 작 <K2> 이후로 참 오랜만이고, 영화의 완성도는 <K2>를 뛰어넘는다. 영화는 토니와 앤디의 열정과 함께 그들이 당한 고난을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과장 없이 사실 그대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과장이 없어도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눈보라와 산사태로 인해 사투를 벌이는 산악인들의 모습은 두 시간 동안 시종일관 관객을 숨죽이게 만든다. 픽션으로 가미된 러브스토리도 역사적인 사실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화적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조난 당하기 전 스크린에 가득 펼쳐지는 알프스 산의 절경은 이 영화의 백미다. 또한 산악가들의 지나친 승부욕과 함께 언론사들의 냉혹함도 잘 드러나고 있다. 혹한과 싸우는 산악가들의 모습과 매일 저녁 고급 호텔에서 파티를 즐기는 언론인들의 모습을 교차 편집해 놓은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노스페이스>는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산을 오르는 인간의 성공스토리가 결코 아니다. 처절하게 실패한 산악가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도전정신과 산에 대한 열정은 무척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패한 원인은 그들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토니와 앤디가 위험을 감수하고 등반에 도전하기로 결정할 때 앤디가 한마디 한다.

“나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산은 항상 그러한 존재이다. 겸허하게 다가가지 않고 정복하려고만 하는 이들에게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창조의 섭리와 궤를 같이 한다. 창조주의 위대함에 경외감을 갖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할 때 높은 산이나 미지의 땅은 쉽게 그들의 세상을 열어주지 않는다. 세상의 아름다움과 창조의 경이로움을 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산이나 미지의 땅을 대할 때에만 자연은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세계로 길을 열어준다. 영화 <노스페이스>의 경우 자연에 대한 자만이나 지나친 정복욕은 또 다른 바벨탑임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곳을 오르는 이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곳을 오르려고 한다. 목숨보다 명예를 택한다. 아이거 북벽을 최초로 오르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들은 그 정복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과연 목숨을 걸만한 일들이 어떤 일들일까. 과연 그들처럼 목숨 걸만한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기는 하는 것일까. 어떤 일이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이 영화롭게 하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기는 한 것일까. 영화 <노스페이스>는 삶의 목표와 열정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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