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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헤아려 본 슬픔>
기독교 변증자 C. S. 루이스의 슬픔극복 일기
2010년 04월 23일 (금) 10:24:52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

   
“슬픔이 마치 두려움과도 같은 느낌이라고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았다. 무섭지는 않으나, 그 감정은 무서울 때와 흡사하다. 똑같이 속이 울렁거리고 안절부절못하며 입이 벌어진다. 나는 연신 침을 삼킨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연대기>로 널리 알려진 C. S. 루이스. 그는 완벽한 논리와 믿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주었던 사람이다. 청년기의 회심 이후 평생을 기독교의 가르침이 무엇이며 그것이 진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변증하며 살아온 신앙인이자 학자였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 후에 극심한 슬픔 속으로 빠져들었다.

“슬픔이 게으른 것이라고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았다. 일상이 기계적으로 굴러가는 직장에서의 일을 제외하면 나는 최소한의 애쓰는 일도 하기 싫다. 글쓰기는 고사하고 편지 한 장 읽는 것조차 버겁다. 수염 깎는 일조차 하기 싫다. 내 뺨이 텁수룩하건 매끈하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만사가 너무 재미없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있어 주되 저희들끼리만 이야기하고 나는 가만 내버려 두면 좋겠다.”

이 책은 그렇게 신앙조차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엄연한 진실 앞에 괴로워하며 고통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써내려 간 C. S. 루이스의 일기다. 그것도 온통 슬픔으로 가득 찬 일기다. 본인조차도 책으로 출판될 것을 생각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많은 슬픈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헤아려 본 슬픔>(A Grief Observed, 홍성사)이다.

C. S. 루이스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미국에서 이민 온 여류시인 조이 데이빗먼(Joy Davidman)을 59세에 만나 결혼했다. 결혼했을 당시 이미 그녀는 병원에서 투병 중이었다. 루이스는 조이가 암으로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결혼했다. 사랑이 깊은 만큼 그가 쏟아냈을 간절한 기도의 양이 어떠했을까. 그런 간절한 기도조차 아내의 죽음을 막지 못했고, 몸과 마음이 지친 루이스는 성난 목소리로 하나님께 고함지르고 회의하며 발버둥 친다.

“구하여도 ‘너무 절박하게 구하는 자는’ 얻지 못하리라. 얻을 수가 없으리라. 하나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지 모른다. 점차적으로 나는 문이 더 이상 빗장 걸려 닫혀 있다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문이 내 면전에서 쾅 하고 닫혀 버린 것은 정작 나 자신의 광적인 요구 때문이었던가? 영혼 속에 도와 달라는 외침 말고 아무것도 없을 때는 하나님도 도와주실 수 없는 때인지도 모른다.”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 7:7)’라는 말씀을 생각해 보자. 두드린다는 것이 미친 사람처럼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는 것을 의미하는가? 또한 ‘있는 자는 받을 것이요(막 4:25)’라는 말씀도 있다. 결국, 받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능하신 분조차 주실 수 없다.”

“‘죽음은 없다’라든가 ‘죽음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참아 내기란 어렵다. 죽음은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발생하는 무슨 일이건 결과가 있게 마련이며 그 일의 결과는 회복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차라리 탄생이 중요치 않다고 말하는 편이 더 낫겠다.”

저명한 기독교 변증론자가 그토록 탁월하게 주장해 온 믿음을 의심할 때, 그리고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 정직하게 번민하는 그의 슬픔이 차라리 친밀하게 느껴진다. 모든 인간적 관계는 고통으로 끝난다는 인류의 현실 앞에, 건강한 슬픔으로 하나님 앞에 자신의 회의와 분노와 고뇌를 털어 놓는다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영적성장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책의 끝에서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온다. 아이가 엄마에게 투정하는 게 흉이 되지 못하듯, 마음껏 하나님의 섭리 앞에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했던 루이스는 조이의 마지막 말을 전하며 끝을 맺고 다시 하나님 앞으로 돌아온다.

“비록 우리가 능히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죽은 자를 다시 불러온다는 것은 얼마나 사악한 짓이 될 것인가! H는 내가 아닌 신부님에게 이처럼 말했다. ‘저는 하나님과 더불어 평화롭습니다.’ 그녀는 미소 지었으나 그 미소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영원의 샘으로 돌아갔다.”

한 용감한 사나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고통과 슬픔을 감수하는 과정, 그리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삶을 계속 살아가는지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 <헤아려 본 슬픔>은 최근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극심한 고통에 처한 이들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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