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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주님이 고난 당하셨듯이…
고난과 부활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영화 속 장면들
2010년 03월 22일 (월) 09:04:52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십자가에 달려 피투성이가 된 예수님이 하늘을 우러러 어렵게 말을 한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그리고 눈을 감은 뒤 마침내 고개를 떨군다. 그 순간, 골고다 언덕을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고, 이내 화면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눈물 한 방울이 십자가 바로 옆으로 떨어진다. 그 눈물이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폭풍이 몰아친다.

시종일관 감상적인 장면은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잔혹하게만 예수님의 고난을 생중계 하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숨을 거두는 순간에 하나님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넣으면서 관객들을 순식간에 감동시켰다.

고난주간을 맞이하면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다시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에 간접적으로 동참하기 충분할 만큼 이 영화는 수작이다. 하지만 매번 이 영화만 볼 수는 없는 법. <벤허>와 같이 예수님의 생애를 직접적으로 다룬 고전 영화들 외에는 고난주간에 볼만한 영화가 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비록 예수님이 등장하지는 않으나 기독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영화들은 다수 있다. 그런 영화들 중에 고난 장면들만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린 마일>
영화 <그린 마일>(The Green Mile)은 예수님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성경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만큼 기독교적 색채를 진하게 나타내고 있다. 사형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린 마일>에는 교도관 폴(톰 행크스)과 사형수 존 커피(마이클 클라크 던컨)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중 흑인 사형수 존 커피의 행동이 예수님과 흡사하다.

죄 없이 사형선고를 받게 되고, 병든 자를 고치고, 귀신들린 이를 치유하며, 악한 자를 벌하고, 그리고 결국 다른 많은 이들의 죄 때문에 자신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존 커피의 삶은 예수님의 생애와 많이 닮아있다.

사형을 집행해야하는 교도관 폴은 존 커피의 이러한 능력을 믿고 있다. 심지어 존이 죄가 없음을 확신하지만 그를 살려낼 방법이 없다. 사형 전날 폴이 존에게 묻는다.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나? 자네를 풀어주면 다시 잡혀올 것이 뻔한데….”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왜 하시려합니까?”
“내가 나중에 죽어 주님 앞에 섰을 때, ‘왜 나의 기적임을 알고도 그를 죽였느냐?’고 질문하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그게 내 일이었다고 대답하면 이해해주실까….”

존이 죽고 60여년이 흐른 뒤 여전히 폴은 살아있다. 그리고 존이 살아있을 때 살려준 쥐도 함께 살아있다. 존은 자신의 죽음으로 그를 믿는 이들에게 영생을 선물했다. 이것 또한 예수님의 죽음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린 마일>은 모든 면에서 예수님의 고난과 그 의미를 말하고 있다.

   
▲ 영화 <그린 마일>에서 흑인 사형수의 행동은 예수의 행적과 흡사하다.


<잔 다르크>
뤽 베송 감독이 연출한 <잔 다르크>(The Messenger: The Story Of Joan Of Arc)를 대규모 전쟁신이 나오는 액션 영화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 기억 속에는 지루한 전쟁영화로 기억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바로 후반부에 주인공 잔(밀라 요보비치)의 재판과 그의 신앙적 고뇌가 큰 비중을 갖고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전쟁장면 이후의 이 장면들이 오히려 더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

종교 재판의 요지는 ‘과연 잔이 목격한 계시가 신의 계시였느냐? 아니면 자신이 만든 착각과 환영이냐?’는 것이다. 결국 재판은 잔을 자신의 환상을 신의 계시로 미화시킨 ‘마녀’로 규정하고 회개하지 않으면 화형에 처할 것을 결정한다.

하지만 잔이 당하는 실질적인 고난은 재판에서부터 오는 고통이 아니다. 어떤 정체모를 존재(더스틴 호프먼)와의 대화에서 발생하는 스스로의 고통이 더욱 크다. 그 존재는 자신의 양심의 소리일 수도 있고, 천사일 수도, 사탄일 수도 있다. 그는 “계시는 너가 만든 것이 아니냐?”, “너는 살인과 학살을 즐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잔을 괴롭힌다.

마지막 화형장에 섰을 때 잔은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는 문서에 사인을 한다. 순간, 그 의문의 존재가 잔에게 말한다.
“너가 지금 무슨 짓을 한 줄 아느냐? 넌 그분을 부정했다. 결국 자네가 신을 버리는군.”
결국 잔은 자신의 회개를 철회한다. 그리고 의문의 존재에게 고해를 하고선 화형을 당하고 만다.
마지막 고해를 하는 장면에서 잔은 말한다.
“복수와 절망 속에서 싸웠습니다. 사람들이 명분이 있다면 싸움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고집스러웠습니다. 또 이기적이었고 잔인했습니다.”
잔은 자신의 계시에 대한 회개가 아닌 자신의 행동에 대한 회개를 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화형장면으로 영화가 끝나자 바로 자막에 “그는 500년 후 바티칸에서 성인으로 추앙되었다”는 설명을 붙인다. 잔은 훗날 명예롭게 부활을 맞이한다.

잔 다르크가 행하고 승리한 전쟁들이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영화 <잔 다르크>는 요즘 부쩍 많아진 직통계시를 받았다는 이들을 향해 자신이 받은 계시가 정말 하나님의 그것인지를, 또 그것에 따르는 고난을 마땅히 감수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묻고 있다.

   
▲ 영화 <잔 다르크>에서 잔을 괴롭히는 의문의 존재.

<콘스탄틴>
<콘스탄틴>(Constantine)은 퇴마사가 주인공인 영화다. 이승에 떠도는 악령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퇴마사 이야기. 도무지 기독교적이지 않을 것 같은 이 이야기가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나도 성경적인 메시지를 던져 당혹스럽게 한다. 또한 영화 속에서 두 차례에 걸쳐 묘사되는 지옥의 장면은 그 유래가 없는 표현이어서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천사 가브리엘은 인간들은 고통 속에서 선한 마음이 나온다며 인간에게 고통을 부여하는 고약한 천사로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주인공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자살을 한다. 그리고 사탄의 우두머리인 ‘루시퍼’를 만난다. 콘스탄틴은 루시퍼에게 가브리엘에게 잡혀있는 그의 아들을 살려주겠노라며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바로 이사벨이라는 여인의 영혼을 천국으로 보내달라는 것.

이때 루시퍼가 묻는다.
“이사벨을 천국으로 보내고 넌 죽겠다고? … 좋아!”
루시퍼가 콘스탄틴을 끌고 지옥으로 가려는 순간, 그의 몸은 천근만근이 되면서 루시퍼의 힘으로는 끌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 때 루시퍼가 억울하다는 듯이 던지는 한마디.
“…자기 희생…”
순간 콘스탄틴은 천국으로 이끌려 올라가려한다. 하지만 루시퍼가 외친다.
“안됩니다. 이 영혼은 제 것입니다.”
그리고 콘스탄틴을 붙잡으며 그에게 속삭인다.
“넌 맘대로 죽지 못해. 내가 다시 살릴꺼야. 넌 수많은 죄를 짓고 지옥에 갈 운명임을 증명해라.”
그렇게 해서 콘스탄틴은 다시 살아난다. 어쨌든 부활했다. 사탄의 힘으로 부활했기에 문제가 되겠지만.

콘스탄틴이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이유로 비록 자살을 택했지만 천국에 갈 수는 있는지, 사탄 루시퍼가 인간이 죽고 사는 문제를 좌지우지 할 수는 있는지 등 수많은 논란거리가 있는 영화지만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후에 다시 육신으로 살아난다’는 부분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예수님의 그것과 닮아있다.
더구나 마지막 장면에서 콘스탄틴은 지극히 신앙적인 대사를 읊조린다.
“모든 건 신의 계획 아래 있다. 신의 뜻은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그냥 따를 뿐이다.”

   
▲ 영화 <콘스탄틴>은 지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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