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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살아있음이 희망이다>
닉 부이치치, 팔 없음! 다리 없음! 걱정 없음!
2010년 03월 04일 (목) 08:24:18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

   
“어떤 남자 아이가 닉을 보더니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신발 끈은 어떻게 매요? 누가 매 주는 건가요?’ 그러더니 닉에게 다가와 대뜸 소맷자락을 들춰보았다. ‘꼬마야, 왜 그러니?’ 닉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정말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닉을 보며 다시 물었다. ‘혹시 팔을 숨기고 다니는지 알고 싶어서요.’ 닉은 그 말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닉은 팔다리가 없다는 사실에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몸에 붙어 있는 작고 볼품없는 ‘닭다리’에 감사하며 행복해 한다. 닭다리의 다른 이름은 희망이었던 것이다.

전 세계를 돌며 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청년 강연가 닉 부이치치가 우리 곁을 찾아왔다. 닉 부이치치는 지난 2008년 MBC-TV 시사교양 프로그램 ‘W’에서 소개된 인물이다. 그는 바다표범처럼 팔다리가 짧은 해표상지증(Phocomelia)이라는 희귀병으로, 태어날 때부터 팔과 다리가 없다. 그러나 청년 부이치치의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닉 부이치치는 세르비아에서 호주로 이주하여 목회자로 활동하는 아버지 보리스 부이치치(Boris Vujicic)와 조산원 간호사로 일하는 어머니 두시카(Dushka) 사이의 첫째 아들로 1982년 12월에 태어났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으니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게다가 왜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는지 원인도 알 수 없었으니 답답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받아들였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기도하고, 아이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늘 고민하고 연구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이는 팔 다리만 없을 뿐 건강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왼쪽 발에 두 개의 발가락도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부모는 일찌감치 아이에게 혼자 서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두 개의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 두드리기, 글씨쓰기 등 손으로 하는 동작들을 가르쳤으며, 아이는 힘들어하면서도 잘 따라 주었다.

하지만 인지능력이 발달하면서부터 아이는 왜 자신이 여느 아이들과 다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아이는 극심한 불안감과 상실감을 겪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부모는 그에게 “너는 특별한 아이야”라며 용기를 주었고, 아이와 함께 이 역경을 이길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했다.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라는 부모의 가르침 덕분에 닉은 무난히 학교생활에 적응해나갔고, 끊임없는 도전으로 수영은 물론, 스케이트 보드, 공차기, 골프를 능숙하게 즐기게 되었다. 이렇듯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과 닉의 의지,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닉은 서서히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고,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닉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에게 장애를 주신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늘 고민했고, 마침내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닉 에게는 포기란 없다. 주위에서 무리라고 해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청년이다. 미국으로 건너가 남가주에서 비영리단체인 ‘라이프 윗아웃 림스’(Life without limbs)를 결성하여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삶을 긍정과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라며 격려한다. 그는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없는 나도 사는데 왜 인생을 포기하려 합니까?”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난 당신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이해해요. 힘들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조금만 더 힘을 내요”라고 격려한다.

강연을 마치고 나면 닉은 항상 누군가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앞으로 뻗을 팔도, 상대의 손을 힘차게 잡을 손도 없었다. 그래서 닉이 생각해낸 것이 포옹이었다. 포옹이라면 닉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닉은 장소가 어디든, 상대가 누구이든 포옹하기를 원했다. 그렇지만 닉이 먼저 포옹할 수는 없었다. 그럴 때 닉은 당당하게 말했다. 먼저 다가와 안아달라고…. 머뭇거리는 상대가 있으면 닉은 짐짓 심각하게 이렇게 말한다. “저를 포옹하지 않고 그냥 가면 제가 당신에게 달려갈 거에요.” 그러면 사람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닉은 단순히 강연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강연으로 얻은 수익금을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구호활동 자금으로 기부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의 낙후된 지역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며,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의 사회개발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책 <살아있음이 희망이다>(김승 지음, 황금물고기, 2010년 2월 22일 발행)는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가 닉 부이치치의 이야기를 접한 뒤, 평소 소외된 사람을 위해 글을 쓰겠다던 소신으로 기획하고 집필했다. 닉 부이치치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 닉이 태어나면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서술한 이 책은 실의에 젖은 수많은 사람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코끝 찡한 감동은 물론,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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