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교’ 취재 기획이 잡혔다. 물론 필자가 계획서를 제출했고 기획 회의를 거쳐 통과된 것이다. 사전 조사에 의하면 ‘SEX교’는 ‘성’의 건강문제를 다룬다는 단체였다. 서울 시내 모 빌딩에서 ‘SEX교’ 홍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단체 이름이 자극적이어서 일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SEX교’ 본부는 강원도 어느 산속이었다. 지역 읍내까지는 별 생각없이 찾아갔다. 주소를 따라가는 길이 갈수록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발견하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불길한 생각들이다. ‘집단 성 도착증 환자들의 모임이 아닐까?’, ‘나에게까지 접근해 오면 어떻게 하지?’, ‘인신매매는 아니겠지?’ 등이다. 세미나 때 교주가 한 말이 왜 이렇게 잘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참다운 ‘SEX’만이 우리를 구원해 줍니다.”

거의 도착했다. 단체에 들어가기 전 주변을 미리 살펴보았다. 사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필자가 도망쳐야 할 곳을 미리 봐두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도망갈 길은 오직 한 길 뿐이었다. 들어온 곳, 바로 그곳이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때도 역시 ‘믿음’만 의지하는 수밖에...

“어서오세요. 기자님.”

교주는 꽤 나이가 들어보였다. 그의 아내는 그보다 젊어보였다. 그러니 더 조심스러워졌다. 한 번 의심하니 모든 게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다과를 준비해 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들 모두 밖으로 나갔다. 부엌으로 간 것이다. 필자도 마당으로 나왔다. 물론 신발을 신었다.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를 한 것이다. 대문 쪽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척하며 서성이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다과를 가지고 그들이 다시 나왔다. 방으로 들어가자는 것을 툇마루에 앉기로 했다.

시간이 잠시 흐르자 이 집안에 이들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확신이 들었다. 산 중턱에 이 집 한 채밖에 없으니 그리 구분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휴~’ 마음이 좀 놓였다.

교주의 주장은 현대인들이 ‘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므로 사회적 혼란이 온 것이라며, 올바르게 성을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다분히 교과서적인 내용들이었다.

물론 그것을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알려주셨고, 그것을 전파하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하는 게 엉뚱해 보이기도 했다. 기도할 때 ‘바울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이라고 해야한다는 데에서는 우스워 보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취재 현장을 다녀봤지만, 이번처럼 긴장한 적도 그리 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