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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기도원의 ‘암 덩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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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활 초기 때다. 할렐루야기도원(김계화 원장)이란 곳의 취재가 떨어졌다. 당시 그곳에 대해서는 소문만 무성히 들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김계화 원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들은 소문이 전부였다.
일단 기도원을 방문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어서 접근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취재기자의 신분이기 때문인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데에 자유롭지 않았다. 물론 필자 자신의 생각이다. 마치 누군가가 ‘이것 보세요. 당신 누구예요’라고 물어 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 ‘병아리 기자’ 때는 흔히 그렇게 여겨진다.
첫날은 ‘방문’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할렐루야기도원 취재는 그로부터 3개월이 걸렸다. 기자는 매일 그곳으로 출근하다시피했다. 가능한 모든 집회를 다 참석해 보았다. 그리고 기도원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피해를 보았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취재를 할수록 그 뿌리까지 파고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 의도한 것보더 더 깊어진 것이다. 그래서 3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그 결정판이 월간<교회와신앙> 창간호(1993년 10월호)에 실리게 된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기자도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기도원 집회는 언제나 열광적이었다. 어떠한 불치병도 원장의 ‘성령수술’이라고 하는 행위를 거치기만 하면 모두 완쾌된다고 믿는 집회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픈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희망이라도 주는 게 ‘복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김계화 원장은 단상에서 ‘붕붕’ 뛰었다. 이쪽 저쪽으로 왔다갔다 하며 뛰어다녔다. 마이크를 입 가까이 대고 소리를 지를 때마다 신도들은 ‘아멘’, ‘할렐루야’로 응답했다. 분위기는 한 마디로 ‘용광로’라고 표현할만했다.
원장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기자에게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물론 기자도 양팔을 수시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아멘’, ‘할렐루야’를 주변 신도들과 함께 외쳤다. 잠입취재의 기본 중 하나는 ‘신도들처럼 행동하라’다. 웃을 때 같이 웃고, 울 때 같이 울며, 움직일 때 동일한 모습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머리 속에서는 취재를 위해 따로 돌아다녀야 한다. 그러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결코...
뛰어다니는 원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야 한다는 게 고민거리였다. ‘어떻게 해야 신도들에게 걸리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기자의 몸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생각은 그것 하나에 고정되었다.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해보자’
결정을 내렸다. 그냥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가 촬영을 하자는 것이다. 신도들이 와서 쫓아내면 그렇게 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 외에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그 흔한 핸드폰 카메라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묵직하고 큰 필름카메라뿐이었다. 그것도 줌 렌즈(28-80mm)를 달았으니 숨길 수도 없었다.
집회의 하이라이트 시간이다. 김 원장이 ‘성령수술’이라는 것을 행하는 때다. 필자는 앞으로 나갔다. 신도들 사이사이를 조심스럽게 빠져나갔지만, 그 자세를 당당하게 취했다. 마치 오랫동안 이곳에 다녔던 신도처럼 행동하려고 애쓴 것이다. 사실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다녔으니 나름대로 오래(?) 다닌 것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단상 바로 앞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렌즈까지 장착했다. 그리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원장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불치병이 걸렸다는 신도가 단상에 올라왔다. 웃옷이 벗겨졌다. 그 신도의 가슴을 향해 원장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리쳤다. 그리곤 손으로 가슴 한 복판을 긁기 시작했다.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신도는 괴로운 듯 소리를 질렀다. 그것을 바라보는 약 2천 명의 신도들은 열광의 도가니로 다시 빠져들었다. 피를 보았기 때문일까 갈수록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기자도 단상 위로 올라갔다. 이왕 대범하게 사진을 찍을 것이라면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자고 판단한 것이다. 열광의 집회 분위기 때문인지 기자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아니 필자가 그렇게 되기를 기대했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원장은 그 신도의 상처 난 부위에서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는 행동을 했다. 그런 뒤 손에는 성인 손가락 두 개 크기의 무엇인가가 들려져 있었다. 원장은 그것을 ‘암 덩어리’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집회 분위기를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셔터를 누르는 기자의 손가락도 최고의 속도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래서 할렐루야기도원 소위 ‘성령수술’ 집회 현장 모습이 한국교회 언론에 최초로 공개된 것이다. ‘한 해 최고의 기자상’이라는 게 있다면 적어도 그 후보에는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기도 했다.
‘성령수술’이라는 것이 끝난 후 집회는 다시 달아올랐다. 찬양을 하며 다시 원장은 왔다갔다 뛰어다녔다. 그때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 암 덩어리라는 게 진짜일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자는 그 물건(암 덩어리라는 것)의 행방에 주목했다. 몇몇 신도들이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집회장 밖으로 나갔다. 무슨 용기가 났는지 기자도 따라 나갔다. 그리고 그 신도들에게 그 물건을 달라고 요청을 했다. 거절당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매달렸다. 기자라는 신분도 밝혀보았다. 그렇게 하면 혹시 겁먹고(?)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도 동원해 보았다. 그래도 거절당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것에 제일 아쉬웠다. 그 물건이 정말 암 덩어리일까 하는 점을 확인해 보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것을 가지고 병원에 가지고 가서 직접 ‘성령수술’의 진의를 정확히 판별해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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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10.8 화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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